낙하산 타는 신부님
- 공사 이건승 신부, 공군 군종장교 최초로 낙하산 기본훈련 이수
- “고된 훈련 같이 해야 생도들과 소통할 수 있어”
“사관생도들은 3학년 하계훈련 때 받는 공수 훈련을 가장 힘든 훈련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훈련을 함께 하면 생도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상담할 때,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월 8일(수), 낙하산을 등에 멘 군종신부 이건승 대위(38세)가 탄 HH-47 헬기가 정보교육대대 상공 730미터 지점에 도달했다. 그는 함께 강하하는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를 올린 뒤, 주저함 없이 힘차게 뛰어내렸다.
공군사관학교 성당에서 근무하고 있는 군종신부 이건승 대위는 지난 4월 22일(월)부터 정보교육대대에서 공정통제사(CCT), 항공구조사 등 10여 명의 하사들과 함께 공수 훈련을 받았다.
그는 5월 7일(화) CN-235 수송기, 8일(수) HH-47 헬기를 타고 총 4회의 공중 강하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공군 군종신부가 공수 훈련을 받고 실제 공중에서 뛰어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건승 신부가 받은 공수 훈련은 ‘낙하산 기본과정’으로 3주 동안 이론교육과 체력단련, 지상교육, 막타워 훈련, 4회의 공중 강하로 이뤄진다. 그는 지상 훈련을 통해 낙하산 조종법과 착륙 자세, 비상 조치방법을 배우고, 10m 높이의 막타워에서 수도 없이 뛰어내렸다.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공수 훈련. 10년도 넘게 차이나는 젊은 부사관들과 함께 하는 훈련에도 처짐이 없었던 것은 그가 육군 병장을 만기 전역하고 군종신부가 되기 위해 장교로 재 입대한 군번줄 두 개의 사나이였기 때문이다.
이건승 신부는 2008년 6월 군종신부로 임관해 10전비, 18전비에서 복무했으며, 지난해부터 공군사관학교 성당에서 시무하고 있다.
이건승 신부는 지난해부터 사관생도 하계훈련에서 생도들과 함께 훈련을 받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군종장교인 신부가 훈련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생도들의 훈련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주게 될까 싶어 일부러 한 해를 미뤄 공중통제사들과 함께 훈련을 받았다.
낙하산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건승 신부는 낙하산 강하 자격을 인정하는 표식인 ‘기본낙하산 강하’ 휘장을 받았다. 전투복 왼쪽 가슴에 부착하는 낙하산 모양의 이 휘장은 낙하산 훈련을 받은 공사 생도들과 공군 장병들이 부착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에게는 목표가 하나 더 있다. 오는 7월, 공군사관학교 3학년 생도들과 함께 낙하산 강하를 하겠다는 것. “잘 훈련된 생도들도 막상 공중에 올라가면 순간적으로 긴장과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군종신부로서 생도들의 안전한 훈련을 위해 기도해주고 함께 공중강하를 하고 싶습니다.”
이건승 신부는 기회가 된다면 사관생도들의 다른 군사훈련들도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교육생의 낮은 자세로 돌아가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이번 훈련이 사제로서의 삶을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