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군 고미숙 중사, 국내 여성 사진사로서는 최초로 전투기 탑승해 항공촬영 임무 수행
- 공군, 올해 ‘항공촬영사’ 특기 신설… 개인 조종복 지급 등 전문적 항공촬영사 양성
11월 8일(금) 오후, KF-16 전투기의 비행 전 점검으로 한창 바쁜 제19전투비행단 항공기 주기장. 비행복에 G-Suit까지 갖춰 입은 두 명의 조종사가 사다리를 타고 전투기에 오른다. 이 중 후방석에 타는 조종사의 손에는 묵직한 영상촬영장비가 들려있는데, 자세히 보니 긴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여군이었다. 전투 조종사인줄로만 알았던 그녀는 바로 공군 정훈부사관 고미숙 중사(33세, 女, 부사후 198기).
오늘, 독도 상공 초계비행 임무를 수행할 KF-16 전투기 후방석에 여군 부사관인 고 중사가 탑승한 이유는 공군의 임무현장을 선명한 사진과 생생한 동영상으로 담기 위해서다. 이처럼 전투기에 직접 탑승해 공군의 주요작전 및 훈련 장면을 촬영하는 여성 공군 촬영사는 국내에서 고 중사가 유일하다.
“오! 사진 잘 나왔네요. 고속으로 비행하며 급격하게 기동하는 전투기 안에서 묵직한 카메라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보통 남자들도 잘 해내기 힘든 일인데….” 독도 초계비행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KF-16 전투기 조종사 000 소령(공사 00기)이 고 중사가 촬영한 독도 사진들을 보며 말했다.
고 중사의 항공촬영 임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녀는 지난 10월 25일(금), 「국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공군 청주국제공항 에어쇼(이하 ‘청주에어쇼’)」에서 ‘제4기 국민조종사’들의 비행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해, 일간지 및 방송사의 주요기사를 장식하기도 했다.
<고미숙 중사가 촬영한 ‘제4기 국민조종사’ 항공 촬영 사진>
고 중사는 “공군 전투기가 수행하는 임무들은 매우 높은 고도에서 다이나믹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지상에 있는 국민들, 심지어 공군부대 장병들 또한 공중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영공방위’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 전투기들의 강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 믿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우리 항공촬영사들에게 부여된 가치 있는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공군에서 항공촬영이라는 불모지를 처음 개척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편보현 상사(부사후 168기, 現 블랙이글 항공영상촬영담당)가 최초로 항공촬영 임무를 수행했을 때부터다. 그 이전까지 공군의 항공촬영은 일본인 사진전문가 카츠히코 토쿠나가 씨 등 외국인 전문 항공사진 작가의 손에 의해 이뤄져 왔다. 이 후 2013년 8월, 공군에 정식으로 4개의 ‘항공촬영사’ 직위가 생겼으며, 블랙이글 특수비행팀의 편보현 상사, 공군본부의 김경률 상사(부사후 155기, 공보과 영상홍보담당), 권 형 중사(부사후 179기, 공보과 영상운영담당), 그리고 올해 ‘제4기 국민 조종사’, ‘KF-16 독도 초계비행’ 항공촬영 임무를 완수한 고미숙 중사(공군본부 미디어영상팀)가 항공촬영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공군 ‘항공촬영사’들은 전투기 임무현장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특히 ‘2012년 영국 에어쇼’, ‘2013년 美레드플래그-알래스카 연합훈련’ 등 우리 공군의 역사적인 순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 국민들에게 감동을 전해주기도 했다.
항공촬영에 임하는 고미숙 중사가 이륙 전 조종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그녀의 손에는 조종간 대신 카메라가 들려있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고미숙 중사와 조종사가 비행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녀의 어깨에는 늘 카메라가 매어있다.
“전투기 항공사진 찍으러 Go! Go 중사”
평소 다이나믹한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고미숙 중사는, 우연히 치른 공군 부사관 시험에 합격하자 ‘이 길이 내 길일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해 입대를 결심, 2007년 6월에 공군 부사관 198기로 임관했다. 임관 후 고 중사가 맡은 첫 임무는 군수사령부 정훈공보실에서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당시 고 중사는 사무실 행정담당자였지만 정훈공보실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대 행사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는 업무도 병행하게 됐다. 평소 사진촬영을 좋아했던 고 중사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직책이었기에, 자신이 맡은 행정업무 뿐만 아니라 사진촬영 임무도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갔다.
그러던 중 2010년 4월, 공보 및 사진촬영 분야 전문 부사관 양성을 위해 공군 ‘정훈부사관’ 특기가 신설되자, 고 중사는 사진전문 부사관의 길을 걷고자 마음을 먹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정훈부사관’이 된 고 중사는 11전투비행단(이하 ‘11전비’) 정훈공보실로 배속되어, 최신예 전투기인 F-15K의 무장탑재 및 이‧착륙 장면 등 공군의 핵심전력이 운용되는 모습을 촬영하는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 특히,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고 중사가 촬영한 F-15K 실제 비상출격 영상이 전 방송매체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그렇게 11전비에서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한 고 중사는 2012년 12월에 현재의 공군 미디어영상팀으로 부서를 옮기게 됐으며, ‘사진에 대한 열정’과 ‘업무수행 능력’ 등을 인정받아 항공촬영 근무자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그녀는 ‘독도 비행체험’에 나선 국민들을 촬영하기 위해 수송기(CN-235)에 함께 탑승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초에는 선배 항공촬영근무자인 김경률 상사와 함께 공군 헬기(HH-47)로 공중촬영을 실시해 ‘2013년 공군홍보영상’의 한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수송기나 헬기와 달리 전투기 항공촬영 분야는 비행임무 이해능력, 고도의 체력을 요구하는 남성 전문분야로만 인식돼 왔기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선배님들의 조언과 격려, 그리고 ‘긍정의 힘’ 덕분에 마음을 다 잡고 이 분야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죠.”
전투기 탑승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비행환경적응훈련도 두 번이나 성공적으로 마친 그녀에게 주어진 첫 임무. 바로 지난 10월 25일(금), 청주에어쇼를 계기로 실시된 ‘제4기 국민조종사’의 현장감 있는 비행장면을 촬영하는 것이었다. ‘첫 비행’이라는 설렘보다는 ‘첫 임무’라는 긴장감이 더했던 그녀였지만, 공중근무자를 상징하는 흉장(Wing)이 새겨진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T-50 훈련기에 올라타 국민조종사들의 멋진 비행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첫 임무를 마친 고 중사는 “지상 사진촬영은 장면을 놓치면 다시 연출해 찍는 등 위기상황들에 대한 대책이 어느 정도 마련돼 있지만, 항공촬영은 다릅니다. 항공기가 공중에서 잠시 멈출 수 없는 것처럼, 그 순간을 놓치면 재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제가 촬영한 사진이 언론매체에 제공돼 기사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로 쓰이게 돼 무척 행복합니다.”라며, 임무 만족도를 표현했다.
임관 후에도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아직 미혼이지만, 여전히 개인사보다 일에 대한 열정을 추구하는 고 중사. “오늘은 비록 ‘여군 항공촬영사’로 주목을 받긴 했지만, 나중에는 ‘전투기 공중기동 및 정밀유도무기 실사격 장면 촬영’ 등 고도의 정밀함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항공촬영 임무를 수행하고 싶다. 고난도의 항공촬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가장 높은 곳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강한 공군상을 보여주는 ‘전문 항공촬영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