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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2일 밤 10시52분12초 ‘유디티 동지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온다.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유디티) 전역자 모임(회장 심현표) 명의다.
첩보부대 아니란 이유로 보상 제외
“코엑스 주변 예상 집결지 숙지 바랍니다. 추후 각 지회장님과 사무국장님에게 상세한 사항을 통보하겠습니다.”
글쓴이는 권경락(50)씨다. 대구에 산다. 유디티 27기다. 1981년에 베레모를 썼다. 경상도 사투리처럼 ‘유디티 유전자’가 몸속 깊다. 그는 11월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변에 있을 것이다. 그를 따르는 유디티 예비역 100여 명이 함께할 예정이다. 경찰은 그들을 ‘결사대’라 부른다. “코엑스 주변 예상 집결지를 숙지”할 이들이다.
경찰은 “유디티 동지회가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도심에서 테러 수준의 폭력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지난 10월25일 밝혔다. 경찰이 겨냥하는 시위대 선두에 사실상 권씨가 있다. 시위 계획부터 실행까지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의 직함은 유디티 동지회 집행위원장이다. 언론과 처음 인터뷰한 권 위원장은 “(경찰의 발표로) 우리가 이미 나쁜 놈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시위·집회 계획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비등한다. 국민적 반감은 물론, 형사처벌이 따른대도 그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억울하기 때문이다. 억울함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하기 때문이다.
내막은 단순하지 않다. 국가는 2002년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특수임무수행자법)을 제정해 북파 공작요원 또는 관련 훈련을 받은 이들에게 국가유공자 지위를 인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유디티는 제외됐다. 대상을 첩보부대로 제한한 규정 한 줄 때문이다. 해군 정규군인 유디티는 첩보부대가 아니다.
권 위원장은 “북파 임무의 원조가 우리인데 부정되고 차별받는다”며 “보상보다도 자존심을 찾고 명예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유디티 동지회 정영준 대변인은 “북파됐던 이가 생존해 있고 여러 북파 증언이 수집돼 있다. 30년 전 (북파용) 훈련이 지금까지 동일하게 지속되는 등 사실상 북파공작원 양성소인데도, 역사와 진실을 왜곡하고 그 때문에 동지회의 근간까지 흔들린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특수임무수행자법 시행 이후엔 법적 형평성조차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육군첩보부대(HID)는 북파된 경우 2억5천만원, 훈련교육을 받은 경우 1억4천만~5천만원을 보상받는다고 한다.
유디티 동지회는 지난 2년여 동안 법 개정 등을 위해 노력했다. 국방부 실무자를 수차례 만났다. “법적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말만 들어야 했다.” 2년 전 국회에 개정안이 발의(대표발의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됐다. 여전히 계류 중이다. “백방으로 호소해왔지만 메아리가 없었다”고 권 위원장은 말했다. 특수임무수행자법은 특별법으로 내년 11월 소멸시효가 만료된다. “이젠 시간도 없다.”
“경찰청장 강경 발언이 반감 더 키웠다”
유디티 동지회 내부에선 올해부터 강경 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8월 “G20 정상회의에서 (시위 등을) 하자”는 주문이 지회·기수대표 회의에서 나왔다. 권 위원장이 나섰다. “모든 걸 내가 책임지겠다. 더는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각 지회장들이 지지결의서를 썼다. 실무적 준비에 돌입했다. 막상 회원들의 찬반이 부딪혔다. “꼭 그날이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지회를 돌며 설득했다. 함께 행동하겠다는 자원자가 이어졌다.
경찰은 “유디티 동지회가 정상회의 행사장 주변을 비롯한 도심에서 차량 방화와 할복, 도로 집단 점거 등 테러 수준의 폭력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등록 차량 5~6대를 구입해 가스를 실어 폭파시키거나 기름이 담긴 탱크로리를 터뜨리는 이른바 ‘화공’을 준비한다는 첩보도 전했다. 이를 위해 유디티 동지회 30~40대 회원을 중심으로 100여 명을 모집했고, 일부는 경기도 모처에서 훈련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권 위원장은 “(경찰의 발표가 맞는지) 상상에 맡긴다”면서 “훈련 여부는 물론 그 내용도 밝힐 수 없지만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전략’을 한마디로 추렸다. “우린 모이지 않는다. 게릴라 작전으로 (시위를) 할 것이다.” 정 대변인이 상술했다. “특수부대 출신이다. 각각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훈련은, 예전 복무 시절의 훈련(의 기억)을 재점검한 것이나 다름없다. 폭발전문 교육을 받은 이가 상당수라 주변 상황을 즉각적으로 이용해 화공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실제 조현오 경찰청장은 “유디티 동지회는 그간 준사관 출신 위주로 움직였는데, 이번엔 사병 출신들도 끌어다 (시위를) 한다고 알고 있다”며 “유디티는 단독 작전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이번에도 단독으로 한다는 것이어서 추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조 청장의 강경 발언으로 유디티 동지회는 더 격앙된 상태다. 조 청장은 “기본이 안 돼 있는 사람들”이라며 “국가를 위해 훈련받았던 조직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정당한 절차 없이 국가에 해를 주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양쪽 모두 강을 건넌 듯하다. 권 위원장은 “(조 청장의 발언에) 동지회원들의 반감이 컸다. 사정을 조금만 알아도 그렇게까진 얘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두문불출하던 회원들까지 결속시키고 있다”며 “억울함을 알리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며 다들 (디데이를) 대기 중인 상태로, 이젠 상부에서 취소를 하거나 연기를 지시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유혈 사태도 예견된다. 정 대변인은 “최악의 사태는 할복”이라며 “연행되는 경우 등엔 가족 생계비도 지원해주려고 기금을 모았다”고 말했다.
친정권 우익단체와 경찰의 대척이란 역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찰은 5만 명의 병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진보·좌파 단체가 아닌, 친정권 우익단체와 대척하는 건 역설적이다. 유디티 회원들은 “대화 창구가 없다”고 수차례 기자에게 말했다. 국방부는 유디티를 보상 대상으로 포함할 경우 해병대·특전사 등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유디티 동지회 쪽은 시위 전 정부와의 협상 내지 정부 쪽의 약속을 기대한다. 하지만 ‘실낱 희망’이라고 보는 눈치다. 정 대변인은 “한 번에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2진, 3진이 짜여 있으며 내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에서도 시위를 강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판단할 몫이다. 권 위원장은 말했다. “고민하고 고민해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이 우리의 억울함을 알면 응원해줄 것이다. 우리 행동에 대한 법적 책임은 마땅히 따를 것이다.”
10월28일 오후 2시53분, 권 위원장 명의의 또 다른 ‘작전 명령’이 유디티 동지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미 명령이 하달된 각 팀은 사전준비를 다시 한번 점검하시고, 각 팀장은 요원들과의 핸드폰 연락을 자제해주시고, 일반회선을 통해 필요한 준비들을 갖춰주시며, 다음 지시까지 어떠한 돌발 행동을 하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직접적인 만남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권 위원장은 이날 강원도에 있었다.
<한겨례21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