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한국일보] 2010년 12월 10일(금) 오전 02:30 연평도 포격당시 합참 "전투기 반격" 건의에 연합사 만류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지난달 23일 한국군이 전투기를 띄우고도 북 해안포 기지를 폭격하지 않은 것은 한미연합사령부의 만류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이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을 것으로 우리 스스로 판단해 폭격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9일 "당시 북한의 포격이 두 차례나 계속되자 합동참모본부가 한미연합사에 전투기 폭격을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한미연합사가 '한국이 공격당한 것은 무척 가슴 아프지만 대신 이번에 한 번 참으면 앞으로 북한을 몰아붙이며 제대로 공략할 수 있다'는 논리로 폭격을 만류해 결과적으로 선택을 주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한미연합사 지휘부는 폭격 여부를 결론짓기 위해 3시간 30여분 동안 긴급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교전규칙에 전투기 폭격 시 한미연합사의 양해를 얻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다고 한다"며 "합참으로서는 한미연합사의 부정적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연합사 회의에 이어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30여분간 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유엔사 사령관을 겸하고 있어 사실상 같은 회의가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합참과 한미연합사의 지휘통제실은 실시간으로 전장의 상황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날 오후 2시34분께 북한의 첫 포격 이후 공군 전투기는 4분 뒤인 2시38분께부터 24시간 동안 교대로 연평도 상공을 날며 합참의장의 지시가 있으면 언제든 공대지미사일을 쏠 준비가 돼 있었다.
군 관계자는 "합참에 보고되는 연평도 현지의 급박한 상황을 한미연합사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민구 합참의장과 샤프 사령관은 북한 포격 2시간여가 지난 오후 4시50분께 첫 화상회의를 했지만 양측의 참모진은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샤프 사령관이 포격 사흘 후인 26일 연평도를 찾아 "북한의 포격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아닌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유엔사 사령관의 자격으로 이곳에 왔다"고 강조한 것은 포격 자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합참은 "양측이 연평도 상황을 긴밀하게 협의한 것은 맞지만 폭격 여부에 대해 미국의 의견을 구한 것은 없다"며 부인했고, 한미연합사 측은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지난달 23일 한국군이 전투기를 띄우고도 북 해안포 기지를 폭격하지 않은 것은 한미연합사령부의 만류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이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을 것으로 우리 스스로 판단해 폭격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9일 "당시 북한의 포격이 두 차례나 계속되자 합동참모본부가 한미연합사에 전투기 폭격을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한미연합사가 '한국이 공격당한 것은 무척 가슴 아프지만 대신 이번에 한 번 참으면 앞으로 북한을 몰아붙이며 제대로 공략할 수 있다'는 논리로 폭격을 만류해 결과적으로 선택을 주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한미연합사 지휘부는 폭격 여부를 결론짓기 위해 3시간 30여분 동안 긴급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교전규칙에 전투기 폭격 시 한미연합사의 양해를 얻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다고 한다"며 "합참으로서는 한미연합사의 부정적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연합사 회의에 이어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30여분간 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유엔사 사령관을 겸하고 있어 사실상 같은 회의가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합참과 한미연합사의 지휘통제실은 실시간으로 전장의 상황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날 오후 2시34분께 북한의 첫 포격 이후 공군 전투기는 4분 뒤인 2시38분께부터 24시간 동안 교대로 연평도 상공을 날며 합참의장의 지시가 있으면 언제든 공대지미사일을 쏠 준비가 돼 있었다.
군 관계자는 "합참에 보고되는 연평도 현지의 급박한 상황을 한미연합사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민구 합참의장과 샤프 사령관은 북한 포격 2시간여가 지난 오후 4시50분께 첫 화상회의를 했지만 양측의 참모진은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샤프 사령관이 포격 사흘 후인 26일 연평도를 찾아 "북한의 포격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아닌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유엔사 사령관의 자격으로 이곳에 왔다"고 강조한 것은 포격 자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합참은 "양측이 연평도 상황을 긴밀하게 협의한 것은 맞지만 폭격 여부에 대해 미국의 의견을 구한 것은 없다"며 부인했고, 한미연합사 측은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미국승인 없이는 단독폭격 어렵다!
평시작전권 핵심 미국에 있어
교전규칙 적용땐 더 제약
허수아비 한국군의 권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북한 추가 도발시 전투기 폭격’은 자위권 발동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교전규칙과는 별개의 대응이란 것이다. 김 장관이 교전규칙과 자위권을 구분한 것은 지금과 같은 한·미 군사동맹체제에서는 한국의 독자적 군사 행동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대북 군사 행동을 결정하는 3가지 변수는 자위권과 교전규칙, 한-미 연합권한위임사항(코다) 등이다. 김 장관 주장처럼 자위권을 앞세우면 북한이 다시 도발했을 때 폭격이 가능하고, 확전 방지를 위해 ‘동종 무기 동량 사용’을 강조한 교전규칙을 내세우면 폭격이 어렵다. 코다에 무게를 두면 한미연합사령관의 판단에 좌우된다. 김 장관은 교전규칙과 코다란 이중의 제약을 벗어나려고 자위권 개념에 기댄 셈이다.
김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1994년 12월부터 평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우리 군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승인 없이 독단으로 (평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한국 합참의장이 행사하는 평시 작전통제권은 매우 제한적이다. 평시 작전통제권을 한미연합사로부터 가져왔지만, ‘전쟁억제와 방어, 정전협정 준수를 위한 한·미연합위기관리’ 등 6개 사항은 단독 작전행사권을 포기하고 한-미 연합권한위임사항으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넘겼다. 군 관계자는 9일 “자위권 차원에서 우리가 북한 폭격 같은 대북 군사행동을 하더라도 한국 혼자서 전면전 억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한미연합사 차원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 추가 도발시 전투기 폭격’을 한국의 자위권으로 인정해도, 실제 상황에서는 확전 방지를 규정한 교전규칙 등을 내세워 자제 요청을 할 것이란 분석도 군 내부에서 나온다. 현재 4단계인 방어준비태세(데프콘)가 3단계가 되면 한국 합참의장한테 있는 한국군 평시 작전통제권이 자동으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국 단독으로 북한 폭격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유엔사가 교전규칙 수정권을 갖고 있고, 평시 작전통제권의 핵심을 미국(한미연합사)에 둔 상태에서 우리 군의 독자적 대북 군사 대응의 수준과 내용을 논의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예비역 장성은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포격 대응에서 군 지휘부가 허둥댄 것은 60년가량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기획하고 운용해보지 못한 탓도 크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2015년 12월로 연기한 것을 두고 다시 비판이 높아지는 까닭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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