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0년 12월 25일(토) 오전 03:10 육군 장교로 강원도 의 부대에서 근무하던 박모(27)씨는 작년 12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국방부 가 학사 장교인 박씨에게 "당신이 졸업한 대학이 인정되지 않아 장교 임관을 무효화하겠다"고 알려온 것이다. 박씨는 2007년 7월 육군 제3사관학교로 들어가 훈련을 시작, 2007년 11월 1일 육군 소위로 임관해 2년 6개월간 군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박씨는 강원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현역병 입영처분 취소소송을 냈지만 이달 12일 패소했다. 이대로라면 사병으로 다시 입대해야 한다. 어떤 사연일까.

아버지가 공무원인 박씨는 한국에서 고교졸업 후 2003년 2월 중국 으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던 박씨는 중국인민대학교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북경사범대학 대외한어과와 북경흥화대학 국제무역학과에 합격했다. 첫 한달은 북경사범대학에 갔으나 한국인이 대부분이라 중국어 실력이 늘 것 같지 않아 북경흥화대학에 2003년 9월 입학했다. 8학기 동안 148학점을 이수했고 2007년 6월 30일 졸업했다.

박씨는 2006년 11월 인터넷에서 '07년도 학사사관 후보생 모집/선발 계획'을 보고 지원을 결심했다. 이 당시엔 중국어를 유창하게(중국어 어학능력시험 HSK 7급)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박씨는 관련서류를 병무청에 제출한 후, 시험을 거쳐 선발됐다. "중국어 특기병으로 갈 수 있었지만 어려서부터 꿈이 장교로 군 생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기뻤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군 생활을 하던 박씨는 2009년 10월 말, 보직이 박탈됐다. 2년 이상 장교였던 사람이 한달 이상 장교도 사병도 아닌 채 지내야 했다. 12월 17일 '장교임관무효명령'을 받고 군에서 나온 박씨는 곧바로 서울행정법원에 임관무효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소송을 냈으나 올해 5월 기각됐고 항소하지 않았다. 곧이어 현역병으로 입영해야 한다는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으나 이마저도 패소했다.

박씨가 억울해하는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는 국내에서 인정되지 않는 대학이라면 왜 장교 임용 심사를 통과시켰고, 군 생활을 2년 6개월 한 시점에 문제 삼느냐는 것. 박씨는 "선발에서 탈락했다면 당연히 사병으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中대학 인정 안돼… 학사장교 박탈
"심사 통과시켜 놓고 왜 이제 와서"… 박씨 "억울… 항소할 계획"
국방부 "한국서 인정하는 대학인지 당시 실무자가 정확히 파악 못해"

병무청은 중국 대학 졸업자의 경우, 중국의 한국대사관 무관부에 의뢰해 학위증서에 대해 해당 대학에 확인을 한다. 학위증서가 사실이라면 그 대학이 우리나라에서 인정받는지 확인하는 것은 병무청 의 몫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박씨가 제출한 학위증이 중국 대학 것이어서 실무자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류 검토를 하긴 했지만 이 대학이 우리나라에서 인정을 받는 대학인지 아닌지 확실히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군 복무를 30개월 한 시점에서 학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통보한 이유에 대해서는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하 대교협)가 학위를 확인할 때 중국과 러시아 내 대학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2007년 11월 발생한 ' 필리핀 바기오대 학위 위조사건' 이후 대교협에 의뢰해 외국대학 학위소지자에 대한 검증을 해왔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필리핀 바기오대 학위 위조사건'이란, 필리핀에서 가짜 학위를 사온 장교들이 적발돼 이미 임관한 15명이 '임관무효', 교육생 8명이 '퇴교' 처분된 사건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가 북경흥화대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국내에서 승인받지 못하는 대학임을 알면서도 지원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씨는 "내가 다닌 학교가 인정학교인지 아닌지 개인이 어떻게 알겠느냐"면서 "이런 사실을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병무청도 잘 몰랐던 사실을, 지원하는 사람에게 알고 있으라고 말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인 박씨 아버지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고 하지만 박씨는 "항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씨가 말했다. "사고 없이 성실하게 2년 6개월 군 생활 했습니다. 국가를 속이려는 의도도 없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명예를 되찾고 군 생활을 인정받는 것뿐입니다."
[윤주헌 기자 calling@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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