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고공강하훈련장. 잿빛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이곳에는 육군특수전교육단(이하 특교단)의 고공기본 교육이 한창이었다. 저 멀리서 잔뜩 찌푸린 하늘을 뚫고 거대한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온 시누크(CH-47) 헬기가 강하장에 착륙하자 대기 중이던 50여 명의 교육생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교관들은 9000피트 상공인 고고도에서 진행되는 강하인 만큼 교육생들이 헬기에 탑승하기 전까지 안전 교육을 반복했다. 교육생이 착용한 장비도 꼼꼼히 점검했다. 이날 강하조장 임무는 강하 기록 1072회를 자랑하는 베테랑 교관 김정원 원사가 맡았다. 교육생들은 김 원사의 지시에 따라 차례대로 헬기에 탑승했다.
13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고공강하훈련장에서 육군특수전교육단의 고공기본 111기 교육이 진행됐다. 시누크 헬기에서 뛰어내린 교육생들이 낙하산을 펼치고 내려오는 모습. 사진=조용학 기자 |
강력한 엔진을 자랑하며 헬기가 힘차게 날아올랐다. 구름 가득한 희뿌연 창공으로 높이 솟아오르던 헬기의 속도가 갑자기 뚝 떨어졌고 교육생들이 주시하던 붉은색 실내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강하 안전지역인 상공 9000피트에 도달한 것이다. 램프도어가 서서히 열렸고 헬기 내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 순간 김 원사가 완수 신호를 보냈고 50㎏에 달하는 낙하산과 군장을 메고 있던 교육생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헬기에서 뛰어내려 거센 바람에 몸을 맡겼다. 3초 간격으로 차례차례 뛰어내린 교육생들은 맨몸으로 상공의 공기를 느끼며 중력의 힘에 이끌려 한참을 떨어졌다. 왼쪽 손목에 차고 있던 고도계의 바늘이 4000피트를 가리키자 교육생들은 하나둘씩 낙하산을 펼치기 시작했다. 멀리서 바라본 모습이 마치 회색빛 하늘에 수가 놓아진 듯했다. 목표에 정확하게 착지한 교육생들이 낙하산을 포장하는 것으로 이날 훈련은 마무리됐다.
이날 강하조장 임무를 수행한 김 원사는 “지상보다 공중이 편해질 때 비로소 정예 고공침투요원이 됐다고 할 수 있다”며 “어떤 악조건에서도 적진에 침투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정예 고공침투요원 양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관이 고공강하를 준비하는 교육생의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조용학 기자 |
고공강하를 성공적으로 마친 교육생들이 낙하산을 포장 하고 있다. 사진=조용학 기자 |
고난도 고공강하 22회 이상 성공해야 ‘자격’
이날 특교단은 적 지역 장거리 정밀침투 능력을 갖춘 최정예 고공침투요원을 육성하기 위한 고공기본 111기 교육을 진행했다.
지난달 14일 이 과정에 입교한 교육생들은 오는 15일까지 강하 자세, 안전수칙 및 기능고장 처치 절차, 낙하산 포장법 및 조종기술 교육을 받은 뒤 수료하게 된다.
교육생들은 9000피트 상공에서 300㎞/h의 속도로 하강해 목표지점에 착지하는 고공강하 훈련에 도전해 22회 이상 합격해야만 이 과정을 수료할 수 있다.
일반강하와 달리 공중에서 자유로운 이동과 집결을 할 수 있는 고공강하는 낙하산을 이용한 공중침투 방법 중 하나이며 고난도 특수기술에 속한다. 고공에서 뛰어내려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착륙한 후 적진으로 은밀하게 침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강하 경험이 있는 교육생들도 고공강하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우리 군에서는 유일하게 특교단 고공과에서 고공강하 교육을 진행한다. 고공과는 매년 육군특전사뿐만 아니라 공군·해병대·해군특수전전단·외부기관 등 250여 명의 요원에게 고공침투 능력을 전수하고 있다.
고공과 교관들은 낙하산 하나에 목숨을 맡기고 임무를 수행하는 고공침투요원이 될 교육생들의 안전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고 있다. 교육생들이 헬기에서 이탈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종 확인을 한 후 뒤따라 강하하며 공중에서는 교육생의 자세를 지도한다. 또 선도비행으로 교육생보다 먼저 지상에 도착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등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고정환(대위) 고공과장은 “고공침투요원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고고도 강하에 대한 심리적 공포를 극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고공과 교관들은 교육생들에게 사전 이미지 트레이닝과 이탈 자세 교정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