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유시 니니스퇴 핀란드 국방장관과 K9 자주포 48문을 핀란드에 수출하는 ‘정부 간 수출계약(GtoG)’을 체결했다.
니니스퇴 장관의 방한에 맞춰 열린 계약식에는 장명진 방사청장, 김재홍 KOTRA 사장, 신현우 한화테크윈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수출 계약은 1915억 원(약 1억4500만 유로) 규모로 2025년까지 인도를 완료할 계획이다.
K9 자주포 수출은 2001년 터키, 2014년 폴란드에 이어 세 번째다. 터키에는 5억5000만 달러에 280문을 수출하는 사업을 완료했으며, 폴란드와는 120문을 3억5000만 달러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은 뒤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의 방위산업 선진국을 제치고 핀란드에 국산 무기를 수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부 3.0과 민·관·군 협력이 단단히 한몫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핀란드 방산시장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았지만, 국방부·군·유관기관과의 협업으로 수출방안을 개발하고, KOTRA는 우리 정부의 GtoG 주관기관으로 사업이행을 약속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번 수출을 계기로 북유럽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국산 자주포의 한류 바람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9 자주포는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주도로 한화테크윈을 포함한 100여 개 업체가 참여해 개발됐다.
발사속도·반응성·생존성·기동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탄 취급장치를 자동화하고, 포의 위치와 자세를 자동으로 확인하는 ‘링 레이저 자이로’ 관성항법장치를 장착했다. 최대 40㎞ 이상의 장거리 사격이 가능하며, 급속발사 때는 15초 이내에 초탄을 발사할 수 있다. 3분간 분당 6~8발을, 1시간 동안 분당 2~3발을 사격할 수 있다. 최고 시속 60㎞의 속도를 낼 수 있고, 야지(野地)에서도 시속 40㎞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
K9 자주포는 미국의 M109A6 팔라딘과 영국의 AS90 자주포보다 우수하고, 명품 자주포로 알려진 독일의 판저하우비체(PzH-2000)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니니스퇴 장관은 이날 오전 우리 국방부 청사에서 양국의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과 핀란드 국방장관 대담은 1994년 7월 이후 약 23년 만에 이뤄졌다.
두 장관은 대담에서 ▲군 고위급 인사교류 확대 ▲군사교육 교류 개시 ▲방산협력 활성화 등 국방협력 증진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한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한반도 안보정세를 설명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 공조 노력에 계속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핀란드는 지난해 북한의 4·5차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때 규탄 성명을 발표했으며,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EU 회원국의 대북 압박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