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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준희 논설위원

 

병력 5,000명 이상, 첨단 함재기 80~90대를 운용하는 미 항공모함의 함장은 대령이다. 이지스 순양함과 잠수함을 포함, 웬만한 나라 국방력을 넘는 항모전단의 지휘관도 준장급이다. 반면 평시 연대급 정도의 적은 실병력만 유지하는 우리 육군 후방사단장 중엔 소장도 여럿이다. 우리 군끼리 비교해도 어색한 느낌은 마찬가지다. 해군의 경우 전체 전력을 반분해 지휘하는 1ㆍ2함대 사령관이 소장이고, 공군에선 각 4~5개 전투비행단을 지휘하는 남ㆍ북부 전투사령관이 그 계급이다. 육군의 위세가 이만큼 압도적이다.

또 다른 비교도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전력의 미 육군 장성숫자는 300명 정도다. 병력도 그보다 적고 장비의 질량 면에선 비교가 안 되는 우리 육군의 장군 수는 320명 선이다. 2020년까지 장성수를 10% 줄인다는 계획이 나와있긴 하나 이런 편중구조 속에서 전체 장성숫자만 줄이는 건 별 의미가 없다.

3군 전력균형성 확보가 핵심

대통령이 경제ㆍ안보를 새해 국정기조로 제시하고, 강도 높은 국방개혁을 주문했지만 사실 군 구조개편은 쉽지 않은 일이다. 창군 이래 불변의 틀을 깨는 일인데다, 직업군인들로선 진급과 보직 등 인생의 향방과 직결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 절반이 예비역이니 출신 군별로 명분과 이해가 갈려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전 양상의 변화를 우리 군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전면전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전국에 촘촘하게 보병부대를 까는 낡은 지역방어 개념은 유효하지 않을뿐더러 국방자원 활용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실제로 1970년을 전후한 대규모 게릴라 침투 이후 지난해 천안함ㆍ연평도 도발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군사 도발은 대부분 해상과 공중에서 자행됐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국방개혁의 방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자명하다. 도발을 효과적으로 억제, 제압하기 위해서는 정밀유도무기 체계를 갖춘 공중과 해상 전력을 지상 전력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육성하고, 해병대는 다목적 신속기동군으로 특화 강화하되, 육군 역시 기동력과 특수전 능력을 높여 정예화하는 것이다. 사실 이는 참여정부 때 수립한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어느 정도 포함된 개념이나 당시 보수인사들이 정권의 대북정책에 의구심을 갖고 병력 감축만 문제 삼는 바람에 현 정부 들어 흐지부지됐다.

문제는 지금 요란한 국방개혁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3군 균형발전이 비껴나 있는 점이다. 최근 발간된 <국방백서 2010>도 미래전에 부합하는 군 구조 및 전력체계 구축을 역설하면서도 정작 실현 방법은 합동성과 적정 전력 확보 따위의 추상적 표현으로 도무지 뭘 하자는 얘기인지 모르게 핵심을 피해가고 있다.

현 구조에서 합동군은 부작용만

군 전력의 균형성을 현저히 상실한 상황에서 마치 개혁의 최대 목표처럼 부각된 합동군은 전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도리어 편중구조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비(非)육군의 반발을 초래, 그나마 이룬 합동성마저 훼손할 우려가 크다. 5일 발표된 합참 조직개편은 이게 단순한 우려가 아닌 현실임을 확인시켜 준다. 해ㆍ공군이 번갈아 맡던 중장 보직의 전략기획본부장마저 육군으로 환원됐고, 17개 국방부 직할부대와 합동부대장도 전원 육군보직으로 유지됐다. 편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합참 주요보직을 육해공군 2:1:1, 또는 1:1:1로 나누는 국방개혁법과 국방개혁선진화안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치다.

국방개혁의 최우선 방향은 누가 뭐래도 육해공 전력의 균형발전이다. 그게 군별 이해를 떠나 현 안보환경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아무래도 육군이 장악하다시피 한 국방 지휘부에 개혁을 맡기는 건 무리다. 개혁 대상이 개혁의 주체가 되는 셈이니 이런 난센스도 없다. 국방개혁 추진방향과 점검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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