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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혜
육군26사단
故 권인환 일병 누나

지난 1월 9일 경기 연천지역 구제역 대민지원을 나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좋은 곳으로 먼저 떠난 고(故) 권인환 일병 누나입니다. 제 동생을 떠나보내는 길에 따뜻한 위로와 관심으로 보살펴 주신 덕분에 동생 장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삼우제 때 동생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챙겨 대전현충원에 다녀왔습니다. 추위를 잘 타는 동생이 걱정됐지만, 그곳에 잠들어 있는 전우들과 함께 있어 그나마 안심과 위로가 됐습니다.

 지금 동생 방에 홀로 앉아 글을 쓰면서도 동생이 먼 길을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2주 뒤면 첫 휴가를 나와 집에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들떠 있던 동생 목소리가 귀에 생생합니다. 동생이 한 살 때인 1989년 아빠가 교통사고로 하반신장애를 입어 전국의 병원을 찾아다니시는 동안 저와 인환이는 친척집을 전전하며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결국, 치료가 불가능해 부모님은 집으로 돌아오셨고, 생계를 위해 24시간 운영해야만 하는 구멍가게 일로 또다시 동생은 저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23년간 부모님께 “싫어요, 아니요” 라는 말을 한 번 한 적이 없었고, 군대에 가서도 오로지 부모님 걱정만 했던 소문난 효자인 제 동생, 인환이가 이제는 다시 못 올 먼 곳으로 먼저 갔습니다. 왜 제 동생이어야 했는지, 왜 이렇게 일찍 데려가야만 했는지, 너무도 하늘이 원망스럽고 가슴이 미어지지만 인환이를 알았던 많은 사람이 말했듯이 동생이 너무나 착해서 하나님께서 천사로 쓰시려고 이렇게도 일찍 데려갔나 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불효를 저지르며 부모님보다 먼저 떠나는 길이 너무도 죄송했는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군인으로서 언젠가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부모님께 위로의 선물을 주고 떠난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효자인가 봅니다. 그런 동생을 위해 우리 가족이 해줄 수 있는 거라곤 동생의 이름 석 자를 헛되지 않고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 같은 슬픈 일이 제 동생으로 여기고 싶은 모든 국군장병과 가족들에게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끝으로 구제역 대민지원을 나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동생을 생각하며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정부 및 군 관계자 여러분께서 ‘권인환’이라는 제 동생의 이름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주시고 인환이가 맘 편히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더욱 많은 분이 관심을 두시길 바랍니다.


 

국방일보 2011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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