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동해 상에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함께 구조작전을 펼치던 해경 5001함이 촬영한 일본 P-1 초계기(노란색 원 안)의 모습. 초계기가 상당히 낮게 비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방부 유튜브 캡처
지난달 20일 동해에서 구조작전을 하는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을 일본 P-1 초계기가 촬영한 영상. 국방부에 따르면 당시 초계기는 광개토대왕함의 150m 위, 거리 500m까지 접근했다. 국방부 유튜브 캡처
국방부가 동해 상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구조작전을 하던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DDH)과 해경 함정을 상대로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비행을 한 데 대해 일본에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보내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국방부는 지난 4일 ‘일본은 인도주의적 구조작전 방해 행위를 사과하고 사실 왜곡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입장 영상을 발표하며 “광개토대왕함이 자국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추적레이더(STIR)를 조사(照射)했다”는 일본의 주장이 허위라고 밝혔다.
최현수 대변인은 이날 “이번 영상 공개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일어·영어본 영상을 공개해 왜곡된 사실이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전달됨에 따라 더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한 뒤 “다시 한번 밝히건대 일본은 더 이상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인도적 구조활동 중이었던 우리 함정에 위협적인 저공비행을 한 행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부는 이날 우리말 자막이 포함된 영상에 이어 영어 자막본도 추가로 공개했다. 최 대변인은 “앞으로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 지속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은 상황이 발생했던 지난달 20일 오후 3시쯤 구조작전을 하던 해경 5001함이 촬영한 부분과 일본 P-1 초계기가 촬영한 부분을 편집해 제작됐다.
국방부는 “광개토대왕함이 표류 중인 조난 선박에 대해 인도주의적 구조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초계기가 저고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초계기는 왜 인도주의적인 구조작전 현장에서 저공 위협비행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영상에 따르면 일본 초계기는 광개토대왕함 150m 위, 거리 500m까지 접근했다. 국방부는 “당시 함정 승조원들이 소음과 진동을 강하게 느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초계기의 영상을 보여주며 “일본이 공개한 영상에서도 초계기는 구조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일본 초계기는) 인도주의적 구조작전 중인 함정에 비신사적인 정찰활동을 계속하며 작전을 방해하는 심각한 위협행위를 했다”며 “상호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무장한 군용기가 타국 군함에 저공 위협비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법을 준수했다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제법을 자의적으로 왜곡하여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본은 초계기가 국제항공법을 준수했다는 근거로 국제민간항공협약과 일본 항공법 시행규칙을 인용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민간항공협약 부속서(Annex) 2-4에 고도 150m 이하의 시계비행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그 취지는 일반 민항기 운항과 안전을 위한 일반 비행규칙을 정하기 위한 것일 뿐이며 군용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광개토대왕함은 선박 구조를 위해 탐색레이더만 운용했을 뿐 일본 초계기를 향해 STIR을 조사한 적이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국방부는 “일본이 공개한 영상에서 일본 초계기는 레이더 전파를 탐지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광개토대왕함 주위를 비행했다”며 “저공비행을 하면서 광개토대왕함의 무장(함포)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지 않다며 공격의도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광개토대왕함이 추적레이더를 작동했다면 일본 초계기는 즉각 회피기동을 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광개토대왕함 쪽으로 다시 접근하는 상식 밖의 행동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당시 광개토대왕함에 수신된 일본 초계기의 실제 통신 음성도 공개했다. 음성을 들어보면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을 향해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코리아(Korea)’ 정도만이 들릴 뿐 잡음으로 인해 그 이상은 이해할 수 없는 정도다.
국방부는 “일본이 시도한 통신은 광개토대왕함에서는 명확히 들리지 않았다”면서 “더구나 일본 초계기가 통신을 시도한 시점은 이미 구조작전 상공을 상당히 벗어난 뒤였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우리 해군은 우방국 해상 초계기에 어떤 위협행위도 하지 않았다”며 “만일 일본이 주장하는 STIR 조사 증거자료(전자파 정보)가 있다면 두 나라 간 실무협의에서 제시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인도주의적 구조활동 중이었던 우리 함정을 향해 위협적인 저공비행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대화를 통한 해결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국방부는 "실무협의를 통해 사실확인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며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전화 통화를 하고 국방당국 간의 대화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 했다. <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