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됐던 삼호주얼리호와 선원 전원을 구출하는 ‘아덴 만 여명작전’을 성공시킨 지 나흘이 지났지만 완전작전의 감격은 더욱 고조 되고 있다. 작전 당시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는 참가자들의 수기를 25·26일 이틀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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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특수전여단(UDT/SEAL) 대원들이 ‘아덴 만 여명작전’을 전개한 청해부대 최영함상에서 야간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실탄을 장전하라!-검문검색대 공격1팀장 김○○ 대위

2011년 1월 21일 새벽 3시. 총원 기상 방송과 함께 눈을 떴다.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구나!’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 봤다. 평소와 다름없는 침대와 캐비닛, 미리 준비해 둔 작전조끼와 방탄헬멧, 그리고 피탄 고글이 눈에 들어왔다. 사흘 전, 1차 구출작전 때 대장님께서 착용했던 바로 그 피탄 고글이었다. 밤사이 긴장한 탓인지 잠을 설쳤지만 고글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작전준비를 위해 장비를 착용하면서 시큼한 땀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평소 때였다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찡그려졌겠지만 그동안 흘린 땀과 훈련을 생각하니 자신감이 차올랐다. 격납고에 가 보니 대원들도 벌써 나와 최종 장비점검을 하고 있었다. 제대로 잠을 잔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밤새 잘 잤냐는 인사를 나눴다.

 문득 2년 전 2함대 고속정 정장 시절, 연평도 출동 중 한창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 갈 때 아내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군인이 나라를 위해 적과 마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이 군인의 사명이고 의무이자 영광이죠. 당신이 위험한 건 알지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당신을 믿고 따르는 부하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주세요.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삼호주얼리호 피랍 이후 아내와 한 번도 연락을 못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담담히 나를 기다려 주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아내와 가족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안정됐다.

 최종 장비점검이 끝난 후 역사적인 날에 우리 대원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서로의 믿음을 확인하면서 늘상 하듯이 파이팅을 외쳤다. “청해부대 6진! 우리는 승리한다!”

 중갑판으로 이동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고속단정(RIB) 진수 후 함미에서 은밀기동을 시작했고, 곧이어 링스(LYNX) 로터 소리가 들리더니 서서히 날아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대원들에게 실탄 장전을 지시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실탄을 장전하라.” 돌이켜 보면 이때가 가장 긴장된 순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긴장감도 팀원들의 병기에 탄약이 장전되는 소리를 듣자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작전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서로 간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RIB가 기동하고, 헬기도 비행하며 방음 헤드셋까지 착용한 상태에서 팀원들 한 명 한 명 실탄 장전하는 소리가 그렇게 생생하게 들린 것이 참 신기하다.

 함정과 상선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을 때 링스에서 K-6 사격을 가했다. 시뻘건 불빛이 해적들이 있는 선교 우현 윙 브리지에 작렬했다. 여명의 하늘에서 내리 꽂는 위력은 가히 말로 할 수 없으리라. 곧이어 최영함에서도 계획된 구역에 대해 사격이 시작됐다. 사격은 정확하게 진행됐고 최영함과 헬기에 의해 포착된 해적들의 정보가 속속 들어왔다. “좌현 클리어! 선미 클리어! 우현 클리어!”

 “이제는 우리 차례다!” 간간히 들리는 저격수의 사격소리를 등에 업고 RIB가 등반을 위해 접근을 시작했다. 내가 탑승한 2번 RIB는 1팀 등반 엄호를 위해 엄호 구역으로 이동했고 1번 RIB는 삼호주얼리호 선미로 기동하더니 이내 어둠에 가려 사라져 버렸다. 긴장 속에 엄호 임무를 수행할 때 1팀 인원 2명이 등반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가장 위험한 순간을 넘겼다. ‘그래! 성공이다!’ 이후 우리들에게 장애가 되는 것은 없었다. 지금까지 훈련한 대로 서로를 믿으며, 침착하게 인질을 구출하고 해적을 생포했다.

 대테러 작전에서 중요한 것은 팀워크와 믿음이다. 대테러 작전은 우발상황이 가장 많은 작전이며 순간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팀 전체가 위험해진다. 자신의 구역에 충실하고 기본을 지키면서 순간적인 위험을 팀원 개개인의 판단에 의해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 검문검색대 총원은 이미 준비돼 있었다. 평소 피나는 훈련과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닌, 몸이 알게 하는 것, 이로 인해 서로 간의 믿음, 궁극적으로 자신을 믿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선교에서 선원들의 사진을 대조하며 신원을 확인할 때 그들의 안도하는 모습과 우리를 향해 박수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또 작전 종료 후 환하게 웃으며 얼싸안던 팀원들의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해군의 자랑 국가의 영광-K-6 사수  신명기 중사

소말리아 아덴 만에 도착, 우리 선박에 대한 1차 호송임무를 시작하면서 해적이 활개치는 이 해역에서 대한민국 해군이 안전한 항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도 큰 자부심을 느꼈으며, 이렇게 많은 선박이 위험을 감수하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해군이 더 발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임무를 마치자마자 군수·부식 적재 후 오만 인근 해안에서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이후 국민들이 군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이번에야말로 해군의 존재를 보여 줘야겠다. 한국 선박은 돈줄이라고 생각하는 해적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내 임무는 함교 K-6 기관총 통제요원으로서 상황 발생 시 해적을 향해 즉각 응사할 태세를 항상 유지하는 것이다. 또 전투배치 때는 원거리 사격을 통해 모선으로부터 또 다른 해적이 합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을 위해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완벽히 준비해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 각자가 맡은 바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서로가 서로를 믿는다면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1월 18일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해역에 도착한 이후 해적에게 수시로 위협 및 경고 사격으로 적 교란 작전을 시작했다. 20일 오후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님으로부터 ‘아덴 만 여명작전’ 시행 명령이 하달됐다. 내 임무는 지원사격, 무엇보다 적이 가진 휴대용 로켓발사기 RPG-7을 무력화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며칠간 계속된 임무로 피로가 많이 쌓였지만 그동안 위협사격을 통해 목표물에 명중할 수 있는 탄착점을 스스로 몸에 익혀 교전임무 시 내게 주어진 구역에 대해 완벽한 지원사격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한편 해적의 공격에 대한 대비도 보강했다. 보수부사관들과 협조해 K-2 사수 방호판을 새로 제작, 설치하고 혹시 모를 해적들의 사격에 대비해 매트리스로 격벽을 보강하는 등 만전을 기했다.

 21일 새벽, “총원 전투배치! 실전!”이라는 명령이 발령됐다. 링스에서 항공사격으로 해적들의 시선을 우현으로 돌리자 좌현에 몰린 해적들을 최영함에서 집중 사격하기 시작했다. “근접 전투요원, 쏘기 시작!” 방송이 나왔을 때 나는 내가 맡은 선교 구역을 향해 엄호 및 지원사격을 했다. 두려움조차 느낄 여유도 없이 해적들을 향해 기관총의 총구를 겨누고 평소 훈련한 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해적들은 우리 배를 향해 응사하지 못했다. 그동안 수시로 위협사격만 했지 실제 피랍 선박을 향해 사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적들이 방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전이 끝나고 우리는 선원 전원을 구출했다. 우리 부대원들은 사상자가 전혀 없었다. 설명이 필요없는 ‘완벽한 작전’이다. 청해부대 6진 최영함이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구출한 작전이었다. 부대원 총원이 자기가 맡은 임무를 완벽히 해 줬기 때문에 이 작전은 완벽히 수행할 수 있었다.

 이번 작전으로 앞으로 대한민국의 선박과 국민이 안전하게 이곳 아덴 만을 통항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금 자부심이 들었다. 국가와 국민이 신뢰하는 무적 최영함, 청해부대 6진. “해군의 자랑, 국가의 영광”이라는 함 구호처럼 최영함이 자랑스럽다. 남은 기간 동안 선박의 안전항해를 위해 불철주야 열심히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것이며, 항상 하나라는 마음을 갖게 도와준 우리 청해부대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집중 또 집중 … 해적 단 한 명도 놓치지 않겠다”-UDT/SEAL 공격팀 저격수 박○○ 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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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T/SEAL 대원들이 선상에서 HK416 소총으로 사격연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UTD/SEAL팀은 세계 유수의 특수부대
와 견주어도 손색 없는 실력과 그 능력을 배가시켜 줄 고성능 최신 장비로 무장하고 있다.

나는 최영함의 가장 높은 곳인 마스트 위에서 은밀히 몸을 숨긴 채 저격수 임무를 하고 있었다. 흔들림도 많았지만 그래도 완벽한 임무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작전시간이 다가오면서 해적의 상황을 주시하고 보고하고 동태를 살폈다. 작전이 시작되면서 연습했던 작전 절차대로 임무를 수행했다. 삼호주얼리호가 조금 어두워 집중하지 않으면 해적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차분히 해적을 식별해 조준사격을 했고 또 공격팀 등반을 위해 엄호사격을 했다.

 또 해적들의 공격 위험요소 중 하나인 RPG-7 무기로 아군을 위협하지 않는지 집중적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다행히 해적 중 한 명이 RPG-7을 최영함 쪽으로 겨냥하는 것을 식별하고 조준사격해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만일 한 발이라도 우리 쪽으로 날아왔다면 아군 피해도 상당했을 것이다. 그 순간이 정말 긴박했다.

 그리고 공격팀들이 등반을 위해 삼호주얼리호에 근접하는 동안 혹시나 해적들이 공격하지 않을까 싶어 함미, 중갑판, 함교 등 선박을 이 잡듯이 살피며 우리 공격팀이 무사히 등반할 수 있도록 엄호사격을 했다. 공격팀이 등반을 시작하고 한 명 두 명이 등반에 성공하면서 작전이 성공적이란 것을 느꼈다. 마침내 공격팀이 선교를 장악하고 인질들을 보호하는 순간 나는 또 다른 해적들이 나올 것을 대비해 취약한 부분들을 맡고 있었다. 다행히 해적들은 공격팀 손에 잡히거나 사살당했다. 아직도 작전 중 내가 조준하며 보았던 영상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 순간 순간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번 작전이 힘들고 아주 위험했지만 모두들 자기가 맡은 임무를 확실히 수행해 주었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나를 믿고 자기 자리에서 확실히 임무를 수행해 준 공격팀원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고마웠다. 이렇게 함께한다는 것이 너무나 뿌듯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적지에서 활동해준 공격팀원들에게 감사한다. 


“해적들 소말리아 땅 다시는 밟지 못할 것이다”-항공대장 강태열 소령

지난 15일 토요일 삼호주얼리호가 해적에게 피랍된 이후 21일 금요일 새벽 시작된 여명작전이 끝나는 순간까지 꿈만 같았던 6일이 지났다.

 그동안 삼호주얼리호 식별, 삼호주얼리호로 접근하는 해적 모선 의심선박 차단·검문검색 시 공중 엄호, 다른 상선을 납치하려 접근하는 해적선 식별·공격, 1차 교전 중 부상당한 전우 후송, 선교 상황식별·검문검색대 승선참고 자료용 근접사진 촬영 및 K-6 경고사격 등의 과정을 거쳐 21일 새벽 청해부대 공격을 알리는 K-6 엄호사격 등 어떤 상황에서도 링스헬기는 최선봉 부대가 돼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다.

 3000시간 가까운 비행을 하는 동안 모든 비행임무를 긴장하며 수행했지만 지난 며칠간의 비행은 그 어떤 때보다 나를 긴장시켰으며, 부족한 수면에도 불구하고 최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했다. 특히 18일 해적과의 1차 작전 현장에서 함께 작전 중 부상당한 검문검색대장 등 3명의 전우를 오만 마시라 섬 공군 비행장에 후송하고 헤어지며 약속했던 ‘해적들이 절대 그냥 소말리아 땅을 밟지 못하도록 하겠다’라는 다짐은 나의 정신력을 극대화시켰고, 그로 인해 더욱 과감히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인질구출작전(여명작전)에서 링스 조종사로서 삼호주얼리호에 승선할 검문검색대원을 엄호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최영함에 복귀해 최종적으로 해적을 소탕했다는 보고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내가 부상당한 전우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는 가슴 뿌듯함이었다. 과감한 작전을 계획하고 실행으로 옮긴 부대장님을 비롯해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 최영함 승조원, 검문검색대, 해병대, 지원대, 항공대원들이 있었기에 삼호주얼리호 인질구출작전은 성공했고, 내가 이러한 청해부대 6진의 구성원이라는 것에 감사한다.

<국방일보 20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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