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사고 초기 대응 난맥상 … 백령도 해병 현장까지 10분, 고속단정도 보유

 

해군이 천안함 사고 직후, 해경구조대를 1시간여 기다리는 동안 10분 지척에 있는 백령도 해병 6여단 수색대에는 공식 구조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백령도 해병 6여단 수색대 출신 전역장병들에 따르면, 백령도 해병부대에는 해군 UDT와 비슷한 특수부대인 수색대 조직이 따로 있으며, 이들은 전투훈련 때엔 수중 침투로 기뢰의 설치·해체·탐색 등을 주 임무로 하지만 평시엔 수중에서 민간 어선의 선체 수리작업, 스크루 해체작업, 해상 어민 구조작업 등을 한다는 것. 특히 이번 천안함 생존자 구조에 큰 공을 세운 고속단정도 2대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점은 백령도 해안에서 남쪽으로 1마일(1.8km) 떨어진 곳. 3월 26일 밤 천안함 사고 직후 최원일 함장의 구조요청을 휴대전화로 받은 해군은 참수리급 함선 4척을 현장에 보냈지만, 침몰하는 1200t급 함선에 접안할 수 있는 고속단정이 없어 해경 구조선이 올 때까지 40~50분을 기다려야 했다. 따라서 침몰하는 천안함 선수 부분에 있던 58명의 생존자는 긴 시간을 벌벌 떨며 기다려야 했다. 해경의 고속단정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선미가 바닷속으로 사라진 뒤.

 

수색대 전역자들 “실종자 구하고 함미 일찍 찾았을 것”

해병수색대 출신 전역장병들은 “언론보도에 나오는 초기 구조 상황을 보고는 정말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척에 해상 인명구조에 이골이 난 백령도 해병수색대와 고속단정이 있었는데 해군이 해병대에 구조요청을 했다는 뉴스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백령도 출신 전역해병은 “백령도 남해안 1.8km 거리면 수색대가 출동 지시를 받고 군장과 구조 준비물을 꾸린 뒤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고속단정이 시속 50km로 달린다면 해안에서 거기까지 1분 30초면 도착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역해병은 “심지어 가라앉고 있는 배에서 어민을 구한 적도 있고, 바다에 떠다니는 시체 수습작업도 한 적이 있다. 해병수색대는 구조에서도 베테랑 중 베테랑”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전역장병이 특히 안타까워하는 점은 해군이 사고를 인지한 직후 특수구조 훈련을 받은 백령도 해병수색대에 구조요청을 했다면, 천안함의 함미가 침몰하기 전 사고 현장에 도착해 그 안에 있던 승조원을 몇 사람이라도 더 구조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것. 또한 구조는 못하더라도 함미가 침몰하기 전 가라앉는 함미 부분에 부표를 달아놓아 이후의 수중 수색과 실종자 구조에도 큰 도움이 됐으리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 관계자는 “해병 6여단은 백령도 도서 방어가 주 임무다. 해병대에 별도로 현장에 와서 구조해달라고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구조에 투입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해상구조는 해경처럼 단정(고속단정)과 그것을 실어나르는 모함선이 있어야지 완벽하게 이뤄진다. 현장 상황에 정통한 지휘관이 해경이 (구조작업에) 더욱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합참의 이런 해명에도 전역해병들의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 다급한 상황에 해경도 부르고 해병도 모두 부르면 큰일 납니까? 백령도 앞바다에서 반잠수정이나 무장공비와의 교전 상황이 벌어지지 않고서야 해병수색대가 출동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해가 안 됩니다.” (끝)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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