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시누크 헬기.jpg

 

육군항공사령부 CH-47 시누크 헬기가 7일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일대 야산에서 산불 진화를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군은 이날 병력 2390여 명과 헬기 26대를 투입해 산불 진화 총력전을 펼쳤다. 국방일보 양동욱 기자

 

 

“출발 1분 전!”

 

대형 산불 발생 나흘째인 7일 오후 경북 울진비행장. CH-47 시누크를 비롯한 육군항공사령부 2전투항공여단 헬기들이 육중한 로터음을 내며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주불이 잡히지 않은 울진·삼척 산불 지역에서 공중 진화작전에 참여할 헬기들이다.

 

항공사령부는 지난 4일 산불이 발생하자 즉각 헬기와 병력을 지원했다. 이날도 시누크 5대, UH-60 4대 등 9대의 항공기를 투입했다. 장병들은 나흘째 현장에서 숙식하며 화재진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긴급출동한 탓에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연일 계속되는 작전이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피로와 맞서고 있다.

 

시누크 헬기에는 조종사 2명, 기관사 1명, 승무원 2명 등 5명의 장병이 탑승한다. 헬기 하단부에 ‘밤비바켓(물주머니)’을 고정한 뒤 물을 채워 화재 지역에 배수하는 작전을 반복한다.

 

이륙한 지 10여 분쯤 지나자 헬기는 담수지인 경북 울진군 왕피천에 도착했다. 기관사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조종사들의 긴장감도 최고도에 달했다. 물을 담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정 고도와 중심을 유지해 제자리 비행을 하면서 물을 채워야 했다.

 

조종사와 기관사는 계속 무전을 주고받았다. 헬기는 전·후·좌·우 미세하게 기동하며 물을 채웠다. 헬기 로터가 회전하며 일으킨 거센 바람에 하천에는 물보라가 일었다. 기동에 문제없을 무게와 부피를 고려해 최대치의 양을 맞춰야 했다. 시누크는 약 5톤의 물을 담을 수 있다.

 

담수가 끝나자 헬기는 곧장 고도를 올렸다. 근처에서는 또 다른 헬기가 담수를 위해 접근하는 중이었다. 두 명의 승무원은 헬기 좌우 경계를 맡아 주위를 긴밀하게 살폈다. 이윽고 헬기는 배수지역 상공에 다다랐다. 이곳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일대는 강한 바람에 아직 주불이 잡히지 않는 곳이었다. 여전히 연기로 가득했다. 연기 사이로 희미하게 검게 그을린 산등성이가 보였다. 반드시 진압해야 했다.

 

무전 헤드셋으로 조종사가 신호를 보냈다. 배수가 임박한 상황이 전해졌다. 물을 내보내는 일은 담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고 예민했다. 불길의 위치와 세기를 파악하고 헬기와의 고도, 풍향, 풍속까지 감안해야 한다. 이날은 그나마 시야가 확보돼 다행이었다. 바람이 강했던 지난 4~5일에는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솟구쳐 화재 지점을 분간하는 일조차 어려웠다.

 

기관사가 열려있는 헬기 바닥을 향해 엎드렸다. 눈으로 확인하고 정확한 때에 버튼을 눌러 물을 내뿜기 위해서다. 그리고 잠시 뒤 물이 투하됐다. 물은 연기가 오르는 지점에 정확히 배수됐다. 이를 확인한 헬기는 다시 담수지로 이동했다. 지휘본부와의 지속적인 상황 공유는 계속됐다. 헬기는 약 2시간에 걸쳐 담수와 배수를 12회 반복했다.

 

조종사 김주도 준위는 “이곳을 전투 현장으로 생각해 작전에 임하고 있다”며 “국민의 군대 일원으로서 산불이 진화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리 군의 산불 진화작전은 7일에도 쉼표가 없었다. 군은 이날 병력 2390여 명과 헬기 26대를 산불 진화에 투입했다. 또 정부가 울진·삼척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함에 따라 주민 지원은 물론 이 지역 출신 장병들의 휴가 조치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국방일보 김철환·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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