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모습은 참혹했다. 도로 곳곳엔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멈춰서 있고, 학교 운동장은 온통 진흙밭이었다. 내부까지 빗물과 토사가 덮쳐 엉망이 된 건물도 부지기수였다.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시름에 잠긴 국민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군(軍)이 나섰다. 우리 군은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빠져나간 6일부터 인명구조·피해복구 등 대민지원작전을 펼치고 있다. 장병들은 토사를 치워내고, 진흙 묻은 집기류를 정리하며 국민의 곁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피해복구 이틀 차인 7일 경북 포항시 대민지원작전 현장에서 군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국방일보 글=이원준/사진=조종원 기자
한미 해병대 장병들이 7일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에서 삽과 넉가래를 활용해 진흙 범벅이 된 통로를 개척하고 있다.
쌓인 진흙을 삽으로 퍼내고 있는 1사단 장병.
오와 열을 맞춘 1사단 장병들이 넉가래로 진흙을 밀어내고 있다.
포항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실종자 수색을 위해 이동하고 있는 해병대특수수색대 장병과 119구급대원들.
1사단 장병들이 포항시 일대 태풍 피해 현장에서 굴삭기로 배수로를 정리하고 있다.
우렁찬 함성과 구슬땀으로…시름까지 걷어냈다
포항시 일대 3600여 명·중장비 투입
학교 피해복구·토사 정리·환경정화
미 해병대 장병들도 지원 팔 걷어
“해병대원 든든하고 고마워” 엄지 척
포항시 남구에 있는 인덕초등학교. 이곳에 붉은색 상의를 입은 해병대원들이 삽과 넉가래를 들고 나타났다.
해병대1사단 장병 12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에 투입됐다. 인덕초는 태풍으로 운동장뿐만 아니라 학교 건물 1층까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내부까지 침수된 것은 학교 4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모든 통로가 진흙 범벅이 된 탓에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 해병대 장병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학교 입구까지 통로를 개척하는 것이었다.
장병들이 오와 열을 맞춰 힘차게 전진하니 무거운 진흙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금방 통로가 뚫리며 들어선 학교 내부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사람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면서 1층에 있는 행정실, 숙직실, 방송실 등이 침수됐다. 창문이 깨진 곳도 많았다.
깊은 한숨이 나오는 상황. 해병대 장병들이 다시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장병들은 문서·책상·컴퓨터 등을 밖으로 나르며 집기류를 정리했다. 복도·사무실 바닥에 남아 있던 흙탕물은 밀대를 활용해 빠르게 닦아냈다. 장병들이 흙탕물을 걷어내자 건물 내부는 빠르게 제 모습을 찾아갔다. 학교 교직원들도 작업에 힘을 보탰다.
학교 운동장에서도 우렁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해병대 장병들이 무거운 진흙을 힘껏 밀어내며 내는 기합 소리였다. 잠시 쉬는 시간, 장병들의 전투화는 하나같이 진흙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이틀 연속 대민지원 현장에 나온 김기남 병장은 “태풍 피해로 지역 주민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며 “주민들이 하루빨리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남은 대민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 군대가 흘린 굵은 땀방울 덕분에 학교는 빠르게 상흔을 치유하며 제 모습을 찾아갔다. 학교 측은 피해복구를 도우러 온 해병대 장병들을 위해 김밥과 생수, 간식거리를 준비하기도 했다.
정명순 인덕초 교장은 “학교 역사상 이렇게 피해가 큰 태풍은 처음이라 많이 당황했었는데, 해병대원들이 많은 도움을 줘 든든하고 고맙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해병대1사단은 이날 포항시 일대에 장병 3600여 명과 굴삭기를 포함한 중장비를 대거 투입해 토사 정리, 환경정화 등의 대민지원작전을 전개했다.
포항시 오천시장 대민지원에는 미 해병대 장병 20여 명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한미 해병은 의기투합해 토사를 퍼내고 집기류를 정리하며 시장 상인들의 시름을 덜어줬다. 글= 이원준 기자 사진= 조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