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2028년까지 3단계 나눠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전환 계획

무인 수상정·잠수정·항공기 도입 추진…최근 실물 개발·시연도

미래의 해 전장 ‘지능형 입체고속 신속결정작전’으로 함축

상륙작전도 장애물개척로봇·공격 드론 등 무인 전력 활약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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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적용한 미래 상륙작전 상상도. 해병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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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투입되는 수중 무인탐사기(ROV). 수중 물체 위치를 탐색하고, 상태를 확인하는 데 사용하는 이 장비는 해군이 현재 활용 중인 무인 전력의 하나다.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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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ADD)가 산·학·연과 개발 중인 대잠 정찰용 무인잠수정(UUV). ADD 제공

 

[국방일보 2022.09.29] 가까운 미래 한반도 주변 해역. 8200톤급 이지스 구축함과 3000톤급 중형 잠수함 등으로 구성된 해군 기동전단이 목표지역을 향해 힘차게 기동하고 있다. 선두에서 감시 활동을 벌이던 정찰용 무인항공기(UAV)가 수상함을 비롯한 적군의 움직임을 다수 포착했다. 해군 지휘부는 무인항공기·무인수상정(USV)·무인잠수정(UUV) 등으로 구성 집 무인전력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 중심에는 유·무인 전력을 지휘·통제하는 ‘무인전력지휘통제함’이 있다. 지휘통제함을 필두로 한 무인 전력은 기동전단 선두에서 적군의 동향을 감시·정찰·교란했다. 특히 USV는 독자적인 무기체계를 장착해 적군을 타격할 수도 있다. 다양한 무인 전력의 활약에 적군은 위협 행동을 멈추고 줄행랑쳤고, 기동전단은 별다른 피해 없이 항해를 이어갔다.

 

미래전에서 ‘해양’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투체계가 첨단화·고도화할수록 전장은 더 넓은 영역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광역화된 전장에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빠른 소통·처리가 중요하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가 미래전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첨단 무인 전력과 함께하는 새로운 전장을 그리는 해군·해병대의 원대한 구상을 소개한다. 이원준 기자

 

USV·UUV·UAV로 구성된 해양 무인 전력

 

해군은 ‘국방혁신 4.0’에 맞춰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 발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는 수상·수중·공중 모든 영역에서 AI·초연결·초지능 기반으로 유·무인 전력을 효과적으로 통합 운용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즉 AI·자율화·데이터링크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해군의 작전·임무 수행능력을 극대화한다는 개념이다. 기존 유인 전력에 새로운 무인 전력을 통합하면 생존성·지속성·치명성 향상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해군은 기대하고 있다.

 

해군이 도입을 추진하는 무인 전력은 크게 수상정·잠수정·항공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무인수상정은 항만 감시, 기뢰전, 해양탐사 등 다목적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징으로는 인공위성 등을 통한 원격제어로 기동해 사람이 조작할 필요 없고, AI를 기반으로 한 자율제어 기술로 여러 유·무인 체계와 협동작전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무인수상정은 이미 해외에서 현실 사례로 등장하고 있다. 미 해군은 사람의 도움 없이 바다를 자유자재로 항해할 수 있는 무인수상정을 개발·시험하고 있다.

 

‘유령함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미 해군은 현재 무인수상정 4척을 시험운용 중이다. 무인수상정은 길이 40m, 배수량 135톤으로 작은 규모이지만 27노트(시속 약 50㎞)로 기동이 가능하고 오랜 시간 작전을 지속할 수 있다. 이 중 일부는 올해 하와이에서 열린 환태평양(RIMPAC·림팩)훈련에 등장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미 해군의 무인수상정은 비무장으로 운용하지만, 기술 발달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잠전·대함전을 비롯한 전투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인잠수정은 무인수상정과 비슷한 양상으로 개념이 발전하고 있다. 해양조사·정찰감시 목적으로 출발해 미래에는 대잠전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개발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무인항공기 역시 기술 추세에 맞춰 해외에서는 정찰용뿐만 아니라 공격기·자폭기 등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군은 무인 전력 운용 개념을 정립하고,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를 포함한 산·학·연과의 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ADD는 최근 무인수상정·잠수정 등 실물을 개발해 운용 시연을 보이기도 했다.

 

 

작전 범위 확대·인명 손실 최소화… 3단계 발전 계획

 

우리 해군은 전투수단이 첨단화·고도화하고, 전쟁 양상이 복잡해지는 미래전 모습에 맞춰 유·무인 복합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미래전에서 유·무인 복합체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무인수상정·잠수정·항공기를 비롯한 무인 전력을 활용하면 실시간 전장 상황을 공유하고, 타격 수단을 연동해 작전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유인 전력의 접근이 어렵거나 작전 수행이 불가한 해역에 무인 전력을 투입하면 작전 범위를 확대하고, 무엇보다 전장에서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는 장점도 있다.

 

해군은 총 3단계로 나눠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1단계는 2023년까지 원격통제형 무인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무인 전력을 수상함 등에 탑재해 사람의 원격통제 아래 전투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형태다. 가령 해양정보함에서 정찰용 무인항공기를 운용해 정찰·탐지 영역을 확대하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2단계는 2027년까지 반자율형 유·무인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서 무인 전력은 사람의 통제에서 벗어나 반자율로 기동하며 작전을 수행한다. 반자율형의 대표적인 예는 기뢰제거작전을 들 수 있다. 소해함에서 수중자율기뢰탐색체, 기뢰제거처리기 등 무인 전력을 복합 운용하면서 기뢰탐색·제거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위험한 기뢰전 임무를 무인 전력이 도맡는다면 전투원의 생존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해군은 5기뢰·상륙전단을 유·무인 복합체계 시범부대로 선정하고, 미래 전장에서 무인 전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방침이다.

 

마지막 3단계는 2028년부터 자율형 유·무인 복합체계를 활용해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복합전투체계에는 유인수상함과 무인수상정의 결합, 해상초계기와 무인항공기의 결합 등 다양한 형태를 상상해볼 수 있다.

 

그 중심에는 ‘무인전력지휘통제함’이 있다. 이름 그대로 인공지능·다중군집 기술을 활용해 유·무인 전력을 통합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는 형태다. 이 단계에서는 무인체계가 전장인식·상황판단뿐만 아니라 군집 전력을 이끌며 스스로 행동에 나서게 된다.

 

해군은 ‘미래 해양전에서 전투력 우위 달성’이라는 기치 아래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해 ‘첨단 과학기술 기반 해양 강군’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해군 관계자는 “무인 전력 발전에 발맞춰 AI 등 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임무를 주관 부서에서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하고 있다”며 “미래 전장의 핵심 전력으로 떠오른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현하기 위해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인 전력과 함께 상륙작전…해병대1사단 시험부대

 

“현 시간부로 유·무인 복합 상륙작전을 시행한다! 장애물개척로봇을 선두로 기동로를 확보해 최단시간 내에 목표지역을 확보하라!”

 

명령을 하달받은 해병대 대대상륙단이 상륙함을 벗어나 목표지역을 향해 물살을 갈랐다. 공중에서는 상륙공격헬기·정찰무인항공기·공격드론 등이, 해상에서는 유·무인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해안을 뒤덮는다. 공중으로 투사된 장애물개척로봇이 앞장서서 위험요소를 제거하며 아군의 상륙을 돕는다. 우리 군이 그리는 유·무인 복합 상륙작전 모습이다.

 

해병대도 국방혁신 4.0에 발맞춰 AI 과학기술 강군으로의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 변화는 유인전투원과 무인 전력을 통합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다. 미래전 변화에 맞춰 무인 전력을 활용한다면 상륙작전 등에서 유인전투원의 피해를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전투 효과성·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 해병대 작전은 ‘지능형 입체고속 신속결정작전’으로 요약된다. 단어별로 풀이를 해보면 ‘지능형’은 인간에 의해 수행됐던 기존 전쟁 수행체계가 인간 지휘에서 기계통제체계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초연결·초지능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해 전장을 가시화하고, 이를 통해 결심을 보좌하는 기술이 뒤따른다.

 

‘입체고속’은 육·해·공 다영역에서 각종 전투체계를 유기적이고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상황에 맞게 전투력을 투사해 전방위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개념이다. 마지막으로 ‘신속결정작전’은 모든 작전 요소를 통합한 가운데 군사목표를 신속하게 달성한다는 것이다. 적이 예상하거나 대비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지능형 입체고속 신속결정작전에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가 필수다. 전장 가시화를 위한 감시·정찰항공기, 가장 선두에서 기동할 로봇 등은 모두 무인 전력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미래 해병대 상륙작전에는 무인항공기, 장애물개척로봇, 무인 KAAV, 전자전 드론, 공격 드론 등의 전투체계가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적 해안에 고속투사된 장애물개척로봇과 무인 KAAV가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기동로를 구축하면, 뒤이어 유인전투원이 본 상륙작전에 나선다. 무인항공기가 해안 상공을 비행하며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상륙공격헬기·상륙기동헬기·공격드론 등이 돌격해 거점을 확보하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무인 KAAV는 첫발을 뗀 상태다. ‘KAAV 복합화기 원격사격통제체계(RCWS)’가 주인공이다. 새로 전력화하는 KAAV는 주·야간 영상장치,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이용한 정밀측정, 포탑 안정화 장치 등이 장착됐다. 이에 따라 전투원은 차체 내부에서 K6 중기관총과 K4 고속유탄기관총 등을 원격 조종할 수 있다.

 

해병대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을 위해 1사단을 시범부대로 선정하고 KAAV와 장애물개척로봇을 연계하는 유·무인 복합 상륙작전을 검증할 계획이다.

 

 

도서경계·신속대응작전에도 활용 추진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활용은 상륙작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병대는 도서경계·방위, 신속대응작전, 해양전진기지 등 다양한 상황에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도서 지역에서는 무인체계를 경계시스템에 접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영상·신호 장비로 표적을 감시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는 드론 등 과학화 장비로 보완하는 개념이다. 적 해안 상륙 가능성에 대비해 무인체계가 선두에서 정찰하는 모습도 구상해볼 수 있다.

 

신속대응작전은 국가적 위협 발생 때 해병대 유·무인 전력을 신속히 전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포항지역에서 인명구조 임무를 펼치며 맹활약한 KAAV를 예로 들 수 있다. 재해·재난 상황 속 일반적인 장비로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에 KAAV·정찰드론 등 해병대 유·무인 체계를 투사한다면 ‘국민안전 지킴이’ 역할을 100% 수행할 것이다.

 

해병대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발전을 위해 첨단 전력 확보에 매진할 계획이다. 또 단계별 추진 계획을 세워 작전유형별 전투수행개념을 정립하고, 미래 유·무인 복합체계 기반의 전투실험 부대를 운용한다는 구상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미래 해병대 대대상륙단의 부대·전력 구조를 기반으로 전투실험을 통한 구현 가능성과 타당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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