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 부사관 훈련 ‘망구다이’ 현장 1.jpg

한미 부사관이 훈련에 앞서 서로의 복장과 장구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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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높이에서 수중으로 뛰어내리는 훈련을 반복 숙달 중인 부사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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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들이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부상자 구조훈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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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 부사관 훈련 ‘망구다이’에 참가한 양국 부사관들이 수중 생존훈련을 위해 입수하고 있다.

 

[국방일보 2022.10.20] 힘은 서로 합할 때 더 강해진다. 지식과 경험은 나눌수록 훨씬 깊어진다. 전장을 함께 누비는 동맹은 더욱 그렇다. 군 전투력 발휘 중추인 한미 부사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강도 높은 전술훈련을 펼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사령부에서 진행된 한미연합 부사관 훈련 ‘망구다이(Mangudai)’ 현장을 소개한다. 글=서현우/사진=김병문 기자

 

Fight tonight, Go together!

 

지난 18일 오전 주한미군사령부 토머스 밴덜 교육훈련센터에 들어서자 낯익은 전투복이 보였다. 우리 육·해·공군과 해병대에서 온 부사관들이었다. 미군 훈련시설에 이들이 모인 이유는 한미연합 부사관훈련 ‘망구다이’를 위해서다.

 

몽골어로 ‘붉은 전사’를 뜻하는 망구다이는 13세기 칭기즈칸이 전사들을 혹독하게 길러낸 훈련에서 유래했다. 최소한의 음식과 수면 시간을 제공하고, 전장과 흡사한 극한 상황을 부여하는 미군의 전술훈련이다. 한미 주임원사단 협의에 따라 2014년부터 연합으로 부사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 부사관들의 전술적 마인드와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끌어올리고, 우정도 증진하고 있다. 올해에는 양국 부사관 각 26명과 선임(Senior)이라고 할 수 있는 주임원사 각 5명씩 총 60여 명이 참가했다.

 

양국 부사관들은 지난 17일 집결해 입소식과 멘토링을 소화한 뒤 다음 날 새벽 강도 높은 체력단련으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오전에는 긴급구조훈련이 진행됐다. 브리핑에서는 미군 훈련교관이 훈련 목적과 절차 등을 소개하고, 카투사(KATUSA) 통역병이 우리 말로 설명했다. 한바탕 체력을 쏟아낸 뒤였지만 브리핑에 임하는 부사관들의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긴급구조훈련은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협동심을 발휘해 단계별 부상자 처치법을 숙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브리핑이 끝나자 한미 부사관들은 조를 이뤄 교육센터 시뮬레이션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훈련장 입구에 다다르자 닫힌 출입문 너머로 총성과 비명이 들려왔다. 스피커로 쏟아내는 효과음이었다. 긴장되는 순간도 잠시 교관의 신호가 떨어졌고 출입문이 개방됐다. 어두컴컴한 실내는 연기로 자욱했다. 타는 듯한 냄새도 났다.

 

부사관들은 희미한 빨간 불빛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상황에서도 빠르게 부상자를 찾았다. 부상자 역할은 인체 모형(더미)이 대신했다. 한쪽 다리가 절단된 더미는 출혈도 심했다.

 

“단계별로 하나씩 침착하게!” 부사관들은 이론에서 익힌 대로 다섯 가지 단계별 처치를 했다. 과다출혈을 인지하자마자 절단된 다리에 지혈대를 사용하고 기도를 확보했다. 외부 상처가 난 흉부에는 패치를 부착했다.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담요로 덮은 뒤 들것에 옮겨 훈련장 밖으로 후송했다.

 

훈련에서는 신속성보다 정확성을 중요시했다.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처치하는 것이 부상자의 상태 악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각·후각 효과까지 극대화한 시뮬레이션 훈련장에서 부사관들을 지켜본 시간이 채 10분을 넘지 않았지만, 공포와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훈련장에 들어가기 전 훈련 관계자가 넌지시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며 주의를 준 이유를 그제야 깨달았다.

 

훈련장 밖 밝은 곳에서 본 더미는 흡사 사람 같았다. 피부 재질이나 신장·무게 등도 최대한 사람과 유사하게 제작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미 내부에는 장치들을 넣어 교육생들이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눈꺼풀을 깜빡거리고, 입으로 소리를 내며 상태를 전달했다.

 

 

굳건한 한미동맹의 든든한 밑거름

 

오후에는 교육센터 수영장에서 수중 생존훈련이 이어졌다. 수영장에 들어서자 거대한 크레인과 헬기 동체 모형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블랙호크·아파치·시누크 헬기와 같게 만든 동체들이 크레인에 매달려 있었다. 해상 추락 대처법을 숙지·숙달하기 위한 훈련 장비·장치들이다. 교육생들을 태워 일정 높이에서 수영장으로 떨어트리는 방식이다. 아쉽게도 이날 훈련 과목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전투복 차림으로 수영장에 모인 한미 부사관들은 수상생존교육대 담당관의 설명 듣고 바로 실습에 들어갔다. 훈련은 △점프대에서 수중으로 뛰어내리기 △수중에서 전투복을 벗어 부풀리기 △수중 속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탈출하기 △방탄조끼와 소총을 착용한 상태에서 25m 수영하기 등 네 개로 구분됐다.

 

부사관들은 이미 충분한 경험을 축적했음에도 초임 부사관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과제를 수행했다. 훈련교관들은 한 명, 한 명의 자세를 바로잡아 주면서 행동요령을 상세히 설명했다. 부사관들은 동료들이 수중에서 임무를 완수할 때마다 박수와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 코스를 마친 부사관들은 손바닥을 마주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훈련에는 한미가 따로 없었다. 양국 부사관들은 팀으로 섞여 아이디어를 나누며 부여된 과제를 완수했다. 전술적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우정도 차곡차곡 쌓았다.

 

최성진 육군상사는 “두 나라 부사관들이 3박4일을 함께 보내며 전술을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남은 프로그램도 오롯이 배우고 익혀 역량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라일리 원사는 “이제는 나이가 많아 훈련이 쉽지 않지만, 한국 부사관들과 유익하고 유쾌하게 참여하고 있다”며 “미군의 전술을 한국 부사관들에게 전하는 이 시간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수중 생존훈련 후에는 수류탄 발사훈련을 했다. 셋째 날에는 사격훈련, 장애물 극복훈련, 참호격투 등이 계속됐다.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강도 높은 행군으로 나흘간의 훈련을 마무리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체력·정신력·지도력을 테스트하고, 전투역량을 향상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향후 망구다이 훈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잭 러브 주한미군사령부 주임원사는 “훈련의 초점은 전투준비태세 유지와 한미동맹 강화에 있고, 이 둘은 우리가 싸워 이기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달성하려는 목표는 훈련에 참여한 부사관들이 이곳에서 배운 내용을 자신의 부대에 돌아가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부사관들은 훌륭한 능력과 강한 의지가 있고, 34년의 군 생활 동안 이보다 더 강한 동맹은 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글=  서현우 기자 / 사진=  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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