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보다 작은 표적도 ‘히트’ 단 한발로 적 제압한다

 

[국방일보 2022.11.17]  “히트(명중)!” K14 저격소총을 벗어난 7.62㎜ 탄환이 500m 떨어진 이동표적을 정확히 명중하자 평가표에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지형·사거리 판단과 풍속 계산을 거쳐 최종 격발까지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말 그대로 일발필중(一發必中)의 순간이었다. 저격수와 관측수는 당연한 결과라는 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어나 퇴장했다. 이들의 ‘멋짐’은 마지막 순간에 뿜어져 나온다는 사실을 ‘제1회 해병대사령관배 저격수 경연대회’ 현장에서 확인했다. 글=이원준/사진=백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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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요원들이 은밀하게 목표지역을 관측하고 있다.

제1회 해병대사령관배 저격수 경연대회 2.jpg

 

모든 평가를 마친 저격수와 관측수가 손을 마주치고 있다.

 

 

 

“내가 최고” 저격 요원들 한자리

[국방일보 2022.11.17] 교육훈련단(교훈단)이 주관한 해병대 최초의 저격수 경연대회는 15일부터 17일까지 경북 포항시 일대에서 개최됐다. 보병여단, 수색대대, 군사경찰대 등 부대별 예선을 뚫고 올라온 13개 팀 26명의 저격요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대회 첫날인 15일에는 오리엔테이션으로 사전 정찰을 하고, 세부적인 일정과 평가방법을 교육받았다. 야간에는 300m 떨어진 표적지를 제한시간 내에 사격하는 ‘야간 정밀사격’이 이뤄지며 대회가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16일에는 700~800m 표적을 맞추는 ‘주간 원거리 사격’, 저격소총 망원경 조준점만으로 600~800m 표적을 사격하는 ‘밀점 사격’,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 500m 거리 표적을 제압하는 ‘이동표적 사격’, 위치가 확인되지 않은 표적을 발견해 제한시간에 사격하는 ‘미지거리 사격’, 마지막으로 진지 선정과 상황조치능력을 확인하는 ‘전술’ 등의 평가를 했다.

해병대에서 ‘내로라하는’ 저격요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경연대회 현장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다. 교육훈련단 전문교관으로 구성된 평가관들은 소속 부대에 따라 임무가 다른 저격요원들을 공정하게 심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평가 항목을 만들었다. 표적 제압률과 제한시간 초과 여부에 따라 점수를 차등 부여하고, 표적 제압률은 감응형 표적을 활용해 평가했다. 예를 들어 표적 머리나 가슴을 명중하면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식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표적 명중

‘이동표적 사격’은 난이도가 상당이 높아 보였다. 저격 위치에서 500m 떨어진 표적은 육안으로 보기에 손톱보다 작았으며, 사람이 달리는 속도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저격수·관측수로 이뤄진 팀에게 주어진 정보는 표적과의 거리뿐. 이들은 3분 이내, 단 4발로 표적을 명중해야 했다.

첫 번째 순서로 특수수색대대 저격요원이 나섰다. 저격수는 침착하게 K14 저격소총을 거치했고, 관측수는 60배율 확대가 가능한 관측경으로 표적을 확인했다. 1분 만에 사거리·풍속·지형 계산을 마친 이들은 숨을 고르고 마지막 절차에 돌입했다.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된 순간, 저격수가 방아쇠를 당기자 우렁찬 총성이 울리며 훈련장의 정적을 깼다. “히트(명중)!” 관측경으로 표적을 바라보고 있던 평가관이 소리쳤다. 명중은 곧 평가 종료. 초탄에 표적을 꿰뚫은 첫 번째 팀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 대기장소로 향했다.

다음 평가는 미지거리 사격. 평가관들은 650m 떨어진 임의 지역에 표적을 설치했다. 모든 참가자는 표적이 어디에 설치됐는지 모르는 상황. 평가는 대기장소에서부터 시작됐다. 2인 1팀으로 대기장소에서 사격지점까지 50m를 이동한 뒤 전방에 있는 표적을 쓰러뜨려야 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4분.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저격수와 관측수는 목표지역을 향해 힘차게 뛰어갔다. 사격지점에 도착한 이들은 망원경과 관측경으로 표적을 찾았다. 전속력으로 내달려 숨이 찰 듯도 했지만, 강인한 체력과 고도의 정신력을 갖춘 저격요원에게 이 정도는 몸풀기에 불과했다. 표적을 확인한 관측수는 노트와 펜을 꺼내 무언가를 계산했다. 계산값을 확인한 저격수는 곧바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다시 정적을 깬 총성, 그리고 평가관의 “히트!” 외침. 숨어 있던 적군을 완벽히 제압한 순간이었다.

 

해병대 최초 대회로 저격 ‘붐’ 조성

공정하고 엄정한 심사 결과 제1회 해병대사령관배 저격수 경연대회 최우수팀의 영예는 특수수색대대가 안았다. 우수팀은 1사단 수색대대, 장려팀은 1사단 72대대가 이름을 올렸다. 최우수팀은 17일 열린 시상식에서 해병대사령관 표창과 상금, 포상휴가 4박5일을 받았다. 우수·장려팀에는 교훈단장 표창과 상금, 포상휴가를 수여했다.

최초 최우수 타이틀을 차지한 김대은 상사·최문식 중사는 “해병대 최초의 저격수 경연대회를 준비하면서 조건반사적인 사격술을 배양하고, 전투력을 한층 끌어올렸다”며 “앞으로도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즉각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대비태세를 확립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해병대 차원의 저격수 경연대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훈단은 해병대 저격교육 ‘붐’ 조성과 저격수 임무능력 향상을 목표로 야심 차게 대회를 준비했다. 교훈단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9월 개최한 1·2차 해병대 저격교육 발전 세미나에서 경연대회를 구체화했다. 아울러 안전하고 내실 있는 경연대회가 되도록 위험요소를 사전 파악·제거했다.

장지호(대령) 교육참모처장은 “저격수 운용의 중요성이 증대하는 만큼 해병대 저격 붐을 조성하고, 저격 교육훈련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경연대회를 마련했다”며 “실전과 같은 저격수 교육훈련으로 실무부대 배치와 동시에 임무 수행이 가능한 저격수를 양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제1회 해병대사령관배 저격수 경연대회 3.jpg

최우수상을 받은 김대은(왼쪽) 상사와 최문식 중사.

 

최우수상-특수수색대대 2중대 저격팀

김대은 상사·최문식 중사

 

“비결은 교육훈련과 열정…저격팀 중요 가치는 믿음”

 

“부대를 대표해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기쁜데, 최우수상까지 받아 행복합니다. 경쟁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새롭게 배웠습니다. 부대에 복귀해서도 미비했던 점을 보완해 해병대 저격술 발전에 이바지하겠습니다.”

‘제1회 해병대사령관배 저격수 경연대회’에서 가장 높은 점수로 최우수상을 차지한 해병대 특수수색대대 2중대 저격팀 김대은 상사·최문식 중사는 수상 소감을 묻자 “기쁘다”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이번 경연대회는 두 사람에게 큰 부담이었다고 한다.

특수수색대대 대표로서 ‘우승해야 본전’이라는 것과 만에 하나 수상하지 못하면 부대원들을 볼 낯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다행히 이들은 목표했던 우승을 거머쥐며 부담감을 내려놓았다.

김 상사는 관측수, 최 중사는 저격수다. 한 부대에서 호흡을 맞춘 지 벌써 6년째. 두 사람은 대회에서 환상의 팀워크를 선보였다. 김 상사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최우수 저격팀으로 선정된 비결로 교육훈련과 열정을 꼽았다. 최 중사는 “대회를 앞두고 무언가를 특별히 준비했다기보단, 꾸준히 교육훈련을 한 결과”라며 “꼭 훈련이 아니더라도 전술지식을 쌓기 위해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열정을 갖춘 부대원이 많다”고 말했다.

김 상사는 2인 1조로 이뤄진 저격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전우를 믿어야 임무를 100% 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팀워크,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내년 경연대회에도 출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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