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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군 연합훈련 ‘2023 코브라골드’에 참가한 한국·미국·태국 해병대원들이 5일(현지시간) 태국 로타윈 정글훈련장에서 연합수색훈련을 펼쳤다. 정글훈련장에서 경계하며 전술기동 중인 우리 해병대 수색중대 장병들. 태국 로타윈에서=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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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국·태국 연합 수색훈련에 참가한 우리 해병대 수색중대 장병들이 5일 태국 로타윈 정글훈련장에서 수풀을 헤치며 전술기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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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생존교육에서 한 장병이 뱀을 목에 둘러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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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대 수색대와 사격훈련을 하는 우리 해병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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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후 우리 해병대원이 미군 교관과 표적지를 확인하는 모습.

 

 

[국방일보 2023.03.06] 태국에서 열리고 있는 다국적군 연합훈련 ‘2023 코브라골드’에 한국·미국·태국 해병대 최정예가 모였다. 3개국 해병대 수색부대가 전투기술을 교류하는 연합 수색훈련이 전개된 것. 훈련에는 우리 해병대 수색중대 장병 26명, 미 해병대 리콘마린(Recon Marine) 장병 30명, 태국 해병대 수색부대 장병 30명이 참가했다. 정글 생존·전술훈련, 기동사격훈련 현장을 동행하며 확인한 3개국 해병대원들의 진한 전우애를 소개한다. 태국 로타윈에서 글=이원준/사진=김병문 기자

 

위험 도사린 정글에서 생존하는 법

 

5일 태국 로타윈 해병대 기지에 있는 정글교장. 입구에 있는 ‘Jungle Survival(정글 생존)’이란 글자부터 불길하게 느껴졌다. 수십m 높이 야자수에 가려 한 줄기 햇살조차 들지 않는 이곳엔 ‘꺼욱, 꺼욱’ ‘찍찍’ 등 정체 모를 동물들이 내는 불협화음이 울려 퍼졌다.

한·미·태 해병대 수색부대는 본격적인 전술훈련에 앞서 야외교장에서 생존술 교육을 받았다. 정글에는 독사, 독거미, 독전갈, 독성식물 등 숱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방대한 지형을 헤매다 보면 물과 식량이 떨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첫 번째 생존 비결은 식량 구하기. 강단에 오른 태국 해병대 전문교관은 정글에서 바나나 나무를 찾았다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가 준비해온 나무엔 바나나가 달려 있지 않아 한·미 해병대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답은 열매가 아닌 나무 자체에 있었다. 사람 몸통만 한 나뭇잎을 제거하니 잎과 줄기 사이에 숨어 있던 통통한 하얀색 벌레가 나왔다. 일제히 ‘으~’ 하며 몸서리를 쳤지만, 교관은 표정을 바꾸며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임을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벌레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두 번째 생존 비결은 ‘위험한 동물’을 구분하는 것. 정글에서 위험하지 않은 동물이 어디 있겠느냐만, 몇몇 동물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독을 지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타란툴라 거미, 민물뱀 등에 이어 소개된 동물은 이름만 들어도 섬뜩한 ‘코브라’. 2m 길이의 코브라 2마리가 등장하자 순간 교장이 조용해졌다. 태국에는 정글뿐만 아니라 논·밭·초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코브라를 조우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교관 설명에 따르면 뒤돌아 도망치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민첩한 코브라가 쫓아와 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코브라를 마주 바라본 채 손·칼로 빠르게 제압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마지막 순서는 체험. 한미 장병들은 독은 없지만 몸집이 거대한 구렁이를 만져보며 낯선 동물과 친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장현철 중사는 “해수색(해병대 수색)에 무서운 건 없어!”라며 호기롭게 교관이 건넨 구렁이를 받았지만, 이내 목과 머리가 감기자 얼굴이 새빨개지며 교관에게 “스톱(Stop)!”을 연거푸 외쳤다.

 

우리는 최정예…생존 문제없다

 

생존교육을 마친 장병들은 수목이 울창한 정글로 이동해 본격적인 전술훈련에 돌입했다. 3개국 장병들이 4개 팀으로 나눠 정글을 돌파하는 것이 훈련 목표. 국방일보도 첫 번째로 나선 알파팀을 따라나섰다.

호기롭게 출발한 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등골이 오싹해졌다. 생애 처음 겪어보는 정글이 상상 이상으로 위험한 곳이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특히 발이 푹푹 꺼지는 습지, 걸음을 방해하는 넝쿨, 옷을 뚫고 들어오는 가시나무가 걸림돌이 됐다. 여기에 방금 본 독사·독전갈 생각에 머리가 하얘졌다.

이날 현지는 섭씨 33도에 습도가 70%에 달했다. 10㎏이 넘는 군장이 어깨를 짓누르고, 비 오듯 나는 땀에 온몸이 젖었다. 그러나 장병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예 부대’라는 자부심으로 목표지역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중 알파팀을 이끌던 김우진 대위가 대항군의 움직임을 발견하고 정지 수신호를 보냈다. 인기척은 느꼈지만, 대항군이 정확히 어디에 숨어 있는지는 모르는 상황. 고민 끝에 알파팀은 적과 교전을 피하기 위해 우회기동을 선택했다. 매복·습격에 최적화된 정글이기에 내린 판단이었다.

정글 기동 1시간째. 대항군에 노출될까 조심스럽게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는 장병들 턱 아래로 땀방울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리고 오랜 시간 끝에 당도한 목표지역. 3개국 장병들은 헬멧과 모자를 벗은 채 서로의 땀방울을 닦아주고, 물을 나눠 마시며 전우애를 나눴다. 낯선 정글에서 함께 고생하며 자연스럽게 쌓은 우정이었다.

 

미 해병대 특수부대 전투기술 공유

 

한·미·태 3개국 해병대 장병들은 정글훈련 하루 전날인 지난 4일 로타윈 기지에서 기동사격훈련을 했다. 상륙훈련에서 연합수색팀을 구성했던 이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여 연합작전 수행능력 배양에 몰두했다.

이날 기동사격훈련은 실전 경험이 풍부한 미 해병대 수색대가 한·태 해병대에 전투기술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리콘마린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미 해병대 최고의 특수부대다. 그런 이들과 함께 훈련하며 전술을 교류한다는 것 자체에 우리 장병들은 고무된 모습이었다.

우리 해병대는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레이저 사이트·도트 사이트·3배율 조준경 등 워리어 플랫폼이 적용된 K1A 기관단총을 주화기로, 헬멧·방탄복 등 장구류를 모두 갖췄다.

 

반면 미 해병대는 별도 장구류 없이 전투복에 베레모 차림. 훈련 문화에서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훈련은 비사격·영점사격·근접전투사격·기동사격 순으로 진행됐다. 미 해병대는 몸통 부위에 2발을 연속 사격하는 ‘더블 탭(Double Tap)’, 몸통에 2발·머리에 1발 사격하는 ‘모잠비크 드릴(Mozambique Drill)’을 집중 선보였다. 이 사격술은 근접전에서 적을 제압하기 위해 활용된다.

우리 해병대는 평소 교육훈련에서 해왔던 사격술이기 때문에 익숙하다는 반응이었다. 다만 어깨에 개머리판을 올려놓는 ‘오버 더 숄더(Over the Shoulder)’ 자세는 조금 어색한 듯했다. M4 계열 소총을 사용하는 미·태 해병대와 달리 우리 해병대는 길이가 짧은 K1A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장병들은 실사격에서 ‘백발백중’으로 과녁을 꿰뚫었다. 기동사격에서는 절도 있는 ‘퇴격사격’을 선보이며 미·태 해병대의 찬사를 받았다.

한·미·태 해병대가 참가하는 연합수색훈련은 8일까지 이어진다. 장병들은 다채로운 훈련으로 열대지역에서의 전술·작전 수행능력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김우진 대위는 “타국 해병대 수색부대와 훈련하며 전투기술 노하우를 공유하고,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함양하고 있다”며 “해병대다운 강인한 전투력을 갖추도록 훈련을 마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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