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브라골드 훈련 일환으로 한국·미국·태국군이 지난 3일 태국 핫야오 일대에서 실시한 연합상륙작전 중 한국 해병대 장병들과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가상의 적과 교전하고 있다. 그 뒤로 해안으로 돌격해오는 미 공기부양정(LCAC)이 보인다.
전투기가 정밀타격한 상황을 가정해 커다란 물기둥이 솟구치고 있다.
상륙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한·미·태국군 장병들.
목표지역을 향해 공중돌격하고 있는 미 MV-22(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국방일보 2023.03.05] 신속·은밀하게 적 해안에 침투한 한국·미국·태국 연합수색팀이 정찰·감시활동을 벌인 뒤 화력을 유도한다. ‘펑!’ 정밀폭격이 내는 굉음이 대규모 상륙작전 시작을 알린다. 수평선 너머 상륙함에서 발진한 상륙돌격장갑차는 이글이글 내리쬐는 햇볕을 등진 채 어느덧 해안에 거의 다다른 상태. 하늘에선 완전무장 병력을 실은 헬기들이 해안으로 돌격해온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적이 대응에 나서지만, F-35 스텔스전투기가 폭격으로 적의 손발을 묶는다. 해병대 상륙작전은 흔히 ‘결정적 행동(Decisive Action)’으로 불린다. 적의 패배와 동시에 아군의 승리를 결정한 코브라골드 연합상륙훈련 현장을 소개한다. 태국 핫야오에서 글=이원준/사진=김병문 기자
한·미·태 연합군 440명 출동…F-35 전투기도 출격
태국왕립해군 기지 안에 있는 핫야오(Hatyao) 해변은 사람의 손길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눈부시게 하얀 모래사장, 해안에 듬성듬성 난 야자수가 있는 이곳에 지난 3일 오전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무언가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폭풍전야의 긴장감이었다.
2023 코브라골드 연합훈련에 참가 중인 우리 해병대는 이날 핫야오 일대에서 미국·태국 해병대와 연합상륙훈련을 실시했다. 최고기온 33도에 달하는 무더운 환경 속에서 해상돌격·공중돌격을 통해 적이 점령 중인 지역에 해안두보를 확보하는 것이 다국적군의 목표.
대규모 병력과 장비가 투입된 이번 상륙훈련은 코브라골드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훈련에는 한·미·태 연합으로 편성된 수색팀 및 상륙군 440여 명과 상륙함(LST)·상륙선거함(LPD)·강습상륙함(LHD) 등 함정 5척, 상륙돌격장갑차(KAAV·AAV) 14대, F-35·F-16 전투기 및 MV-22 수직이착륙기 등 항공자산 12대가 참가했다.
우리 상륙군대대는 수색·해상돌격·공중돌격 등 세 가지 임무를 나눠 수행했다. 수색중대가 연합수색팀의 일원으로 참가했고, 대대 장병 16명은 미군 MV-22에 탑승해 공중돌격을 실시했다. 나머지 병력은 KAAV 6대를 필두로 한 해상돌격 임무를 수행했다.
연합수색팀 침투→화력유도→해상·공중돌격
오전 9시45분. 연합수색팀이 공중으로, 해상으로 과감히 침투하며 결정적 행동을 시작했다. 고공강하와 고무보트(IBS)를 활용해 약속된 거점에 다다른 수색팀은 곧바로 정찰·감시 활동에 나섰다. 수색팀의 주 임무는 적과 교전을 벌이는 것이 아닌, 상륙돌격부대가 진입할 여건을 조성하는 것. 이에 따라 이들은 은밀하게 적과 장애물을 제거해 나갔다.
오전 10시. 초수평선에서 대기하던 일출봉함(LST-Ⅱ) 등 함정에서 해상돌격 명령이 하달됐다. 상륙함에 대기 중이던 KAAV는 우렁찬 디젤엔진음을 내며 3대씩, 2개 파로 나눠 바다로 뛰어들었다.
수평선 너머에서 출발한 해상돌격부대가 해안선에 다다르기 전까지, 적진에서는 연합수색팀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장애물을 제거한 수색팀은 정확한 좌푯값을 교신하며 항공자산 화력지원을 요청했다.
곧 하늘에서 제트엔진음이 가까워지더니 태국군 F-16 전투기와 미군 F-35 전투기가 나란히 시야에 들어왔다. 이들의 정밀타격에 바다에서는 커다란 물기둥이, 지상에선 검은 불기둥이 치솟았다.
해상돌격·공중돌격은 항공자산의 엄호 아래 동시에 진행됐다. 오전 10시20분, 해안 가까이 다다른 해병대 KAAV가 일제히 연막차장을 하며 적군을 교란했다.
옆에서는 태국군 AAV가 나란히 기동하며 우리 해병대와 함께했다. 해상부대 머리 위론 MV-22 수직이착륙기와 CH-53 대형헬기 4대가 대형을 갖춘 채 거침없이 돌격해왔다. 이들이 해안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아군 입장에선 위풍당당하게, 적군 입장에선 재앙처럼 느껴질 듯했다.
장갑차·자주포 지원 속 무적해병 돌격
오전 10시30분. 1파로 나선 KAAV 3대가 접안에 성공했다. 이들은 안전이 확보된 해변까지 진입한 뒤, 2파를 기다렸다. KAAV 오른쪽 위에 달린 복합화기(K4 고속유탄발사기와 K6 기관총) 원격사격통제체계(RCWS)가 혹시나 있을 위험에 대비해 전·측방을 계속 경계했다.
상륙군을 지원할 다양한 무기체계도 눈에 띄었다. 우리 해병대는 상륙정(LCM)을 활용해 K55A1 자주포를 투입했고, 미 해병대는 공기부양정(LCAC) 2척으로 LAV25 장갑차를 해안에 투사했다.
다양한 전투차량의 엄호와 자주포의 화력 지원 속에 해병대 장병들은 “와!” 함성을 지르며 신속하게 내륙 방향으로 기동했다. 그리고 적진 한가운데에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부대깃발을 꽂았다.
오전 11시. 약속된 목표지역을 점령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연합상륙작전은 종료됐다. 해병대 장병들은 훈련이 끝난 뒤에 미국·태국군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우정을 나눴다.
“승리하는 해병대, 국가전략기동부대 능력 입증”
해병대는 코로나19 등으로 5년 만에 참가한 이번 대대급 연합상륙훈련이 합동성과 통합성, 그리고 동시성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세계 어디서나 작전수행이 가능한 국가전략기동부대 능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훈련에서 상륙군대대장 임무를 수행한 양화종 중령은 “다양한 작전환경에서의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배양하고 해병대 고유의 ‘상륙작전 완전성’을 높일 수 있었다”며 “국내외 어느 지역, 어느 환경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는 해병대다운 완벽한 전투력을 갖춰 항상 승리하는 해병대가 되겠다”고 말했다.
미 해병대 조너선 코로넬 대위는 “이번 훈련의 목표는 함께 모인 세 나라가 ‘원팀(One Team)’이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원팀으로서 전투기술을 공유하고 훈련하면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훈련인 상륙훈련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오늘 세 나라가 보여준 협력은 우리 파트너십의 강점과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우리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합 상륙훈련을 마친 해병대는 오는 9일까지 태국 반찬크램·로타윈·농크롱 등지에서 훈련 참가국들과 △연합 제병협동훈련 △연합 수색훈련 △연합 AAV훈련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태국 현지에서 학교 건축, 한국어 교실 개설 등 인도적 민사활동도 지원한다. 코브라골드 연합훈련은 오는 10일 폐회식과 함께 종료된다.
미 13해병원정대가 코브라골드 훈련 기간 활용한 V-BAT 드론.
코브라골드 현장서 확인한 무인전력
미13해병원정대, V-BAT 드론 운용
RCWS 적용 상륙돌격장갑차 처음 투입
정찰용 대대급 무인항공기도 활용 계획
코브라골드 연합훈련에는 미래 상륙작전을 전망할 수 있는 다양한 무인전력이 투입됐다.
훈련에 참가 중인 미 13해병원정대(MEU)는 상륙훈련을 앞둔 지난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V-BAT 드론 운용 모습을 공개했다. V-BAT는 수직 이착륙을 하는 독특한 형태의 드론이다. 원거리에서 정밀 정찰·감시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3해병원정대는 “코브라골드 훈련 기간 원정 정찰용으로 V-BAT 드론을 운용했다”고 밝혔다.
결정적 행동 전에 적 해안을 감시·정찰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해병대도 이번 훈련에 복합화기 원격사격통제체계(RCWS)가 적용된 상륙돌격장갑차(KAAV)를 처음으로 투입했다. RCWS는 KAAV 내에서 원격으로 화기를 운용하기 때문에 전투원 생존성과 정밀 교전능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뿐만 아니라 해병대는 연합 제병협동훈련에 정찰용 대대급 무인항공기(UAV)를 활용할 계획이다. 해병대가 코브라골드 훈련에 UAV를 투입하는 것은 올해가 최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