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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일대 한강하구 중립수역 인근 서해상에서 해병대2사단 수색대대 민정경찰대 장병들이 태극기와 유엔기를 단 고속단정(RIP)을 활용해 해상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국방일보 2023.07.02] 우리 군 어느 부대인들 정예가 아닌 곳이 있을까? 하지만 수도 서울로 향하는 수로인 강화·김포는 이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최정예 병력이 지키고 있다. 절도있는 팔각모와 빨간 명찰로 대표되는 해병대2사단이 그 주역이다. 이들이 사수하고 있는 강화도는 오랜 굴곡의 역사를 담고 있다. 특히 대제국 몽골에 맞서 30여 년을 버틴 고려군의 숨결은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다. 선조의 투혼은 해병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다소 열악하고, 때로는 버거운 환경 속에서도 해병대 특유의 기상으로 이를 극복하며 서북지역 사수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2사단 장병들에게서 800년 전 최정예로 꼽히던 고려군이 겹쳐 보였다. 글=맹수열/사진=조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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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외포리선착장 인근 외포리기동대 해군 해상전진기지에서 해병대2사단 수색대대 민정경찰대 장병들이 해상기동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작전과 훈련을 동시에…해병대 민정경찰이 남다른 이유

 

취재 첫 날인 지난 19일 강화도 서쪽 끝에 자리 잡은 외포리선착장으로 향했다. 2사단 외포리기동대가 주둔하고 있는 이 곳에서 사단 수색대대 민정경찰대가 출동할 것이라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민정경찰대는 이날 전진 기지가 있는 주문도로 이동, 시설을 점검할 예정이었다. 부대는 여기에 더해 주문도로 향하는 바닷길을 따라 해상기동훈련도 병행하기로 했다.

 

"저희는 수색·정찰 임무를 맡은 현행작전 부대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훈련을 소홀히 할 수는 없죠. 그래서 매번 임무를 위해 바다로 나가면 유사시 수행해야 할 각종 절차와 훈련을 함께합니다. 어떻게 보면 일석이조인 셈이죠."

 

박철중(소령) 민정경찰대장의 말이다. 박 대장은 이날 주문도로 향하는 길에 지형 정찰 임무는 물론 고속단정(RIP) 운용, 해상 수색 절차 숙달 등 다양한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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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일대 외포리선착장 인근 외포리기동대를 출발한 해병대2사단 수색대대 민정경찰대 장병들이 태극기와 유엔기를 단 고속단정(RIP)을 타고 서해상 해상기동훈련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뒤쪽으로 보이는 다리는 석모대교. 조용학 기자

 

박 대장과 함께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갯벌에는 붉은 염생식물 나문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강화도에서 나문재는 조금 다른 이름으로 불리곤 한다.

 

바로 ‘경징이풀’. 경징이풀에는 병자호란 당시 안일한 대처로 섬을 핏빛으로 물들인 감찰사 김경징을 향한 원망이 담겨 있다. 경징이풀을 바라보며 전시 지휘관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할 수 있었다.

 

해병대 민정경찰대는 그동안 본 육군 민정경찰과는 성격이 다르다. 쉽게 표현하자면 ‘특전사가 수색·정찰을 한다’ 정도가 되겠다.

 

"최전방에 배치되는 육군 민정경찰은 주로 경계 작전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립수역 주변을 단속하는 것이 주된 임무죠. 또 상륙·강습이라는 해병대의 임무 특성에 맞는 전투기술도 갖추고 있습니다." 박 대장은 말 속에서 해병대 수색대대 특유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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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일대 외포리선착장 인근 외포리기동대 해군 해상전진기지에서 해병대2사단 수색대대 민정경찰대 장병들이 민정경찰 활동 해상기동훈련을 위해 고속단정(RIP)을 이동시키고 있다. 조용학 기자

 

최정예 해병대 속에서도 최정예로 꼽히는 수색대대인지라 훈련의 강도도 높다. 해상기동훈련은 물론 수중·공중·육상 침투기술 등 상륙 작전에 필요한 훈련이 연일 계속된다는 것이 박 대장의 설명이었다. 그는 "고된 현행 작전은 물론 강도 높은 교육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수색대대라는 자부심이 덕분"이라고 말했다.

 

변화무쌍한 서해에 맞서…RIP 정장의 자격

 

민정경찰대가 운용하는 고속단정에는 최대 3개의 깃발이 걸린다. 국적을 상징하는 태극기는 기본. 민정경찰 활동을 할 때는 유엔기를 추가한다. 실제 상황에서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관계자가 탑승한 단정에는 특별히 황색기가 게양된다.

 

이날 훈련은 민정경찰 활동을 가정했기 때문에 유엔기가 달렸다. 여러 상황을 부여, 보다 실전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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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일대 한강하구 중립수역 인근 주문도 전진기지 선착장에서 해병대2사단 수색대대 민정경찰대 장교가 고속단정(RIP)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출항에 앞서 정장 박진균 중사에게 단정 운용의 어려움을 들을 수 있었다. 박 중사는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서해안 특유의 갯벌이라고 말했다.

 

"썰물 때는 연안에 갯벌이 희미하게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는 절대 피해서 운용해야 합니다. 갯벌 위로 배가 얹히면 해결 방안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장은 레이더로 전달되는 수심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동시에 견시를 통해 항로를 설정해야 합니다."

 

이처럼 정장의 자격은 그저 단정을 잘 모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레이더를 통한 정보 수집과 파악은 물론 조류와 물때도 완벽히 숙지해야 한다. 바다 위에서는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고, 이를 이겨내는 것은 오직 반복된 훈련뿐이라는 것이 박 중사의 말이었다.

 

"갯벌 외에도 부유물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늘 상존 합니다. 어망이 모터에 걸리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죠. 이를 대비해 다양한 상황조치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훈련이 나와 전우를 살리는 힘이 된다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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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일대 한강하구 중립수역 인근 주문도 전진기지 선착장에서 해병대2사단 수색대대 민정경찰대 장교가 고속단정(RIP)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불법 조업 막아라"…실전적 해상기동훈련

 

드디어 출항. 기자는 박 대장과 함께 선두 단정에 동승했다. 평균 시속 40노트(약 74㎞). 하얀 물보라를 뒤로 한 채 얼굴에 부딪히는 바닷바람은 초여름 무더위를 몰아내고 청량감을 선사했다. 기자가 바람을 만끽하는 동안에도 박 대장은 무전기로 따라오는 단정들과 계속 통신하며 항로를 조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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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일대 한강하구 중립수역 인근 서해상에서 해병대2사단 수색대대 민정경찰대 장병들이 태극기와 유엔기를 단 고속단정(RIP)을 활용해 해상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민가가 보이던 근해를 지나자 해상 훈련이 진행됐다. 박 대장의 지휘에 맞춰 두 척의 단정이 주변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불법 조업을 하는 어선을 발견한 상황. 퇴거를 위한 무력시위 개념이라고 한다.

 

단정에 배치된 K6 중기관총이 임의의 어선을 겨누는 사이 견시를 맡은 장병이 ‘정선’을 뜻하는 국제신호기를 들어 보였고 다른 장병은 상황 채증을 위한 캠코더 녹화를 했다.

 

이들은 민정경찰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정선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나포 권한도 갖고 있다. 두 단정이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나가며 훈련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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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일대 한강하구 중립수역 인근 서해상에서 해병대2사단 수색대대 민정경찰대 장병들이 태극기와 유엔기를 단 고속단정(RIP)을 활용해 해상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훈련을 마친 장병들과 함께 주문도로 향했다. 이곳은 중립수역과 가까운 요지. 해병대는 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부두 앞에 숙영시설을 세웠다. 긴박한 상황이 생기면 이곳에서 대기하며 즉시 출동하기 위함이다. 평시에는 주민들의 주차 공간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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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일대 한강하구 중립수역 인근 주문도 전진기지에서 해병대2사단 수색대대 민정경찰대 장병이 비축물품을 점검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자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보니 장병들은 점검은 아주 세밀히 이뤄졌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박 대장은 그제야 휴식을 지시했다. 곳곳에 모인 장병들은 축구 이야기 등을 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최정예로 불리는 수색대대원이지만 쉴 때는 여느 젊은이들과 다름없는 모습에 자연스레 미소가 나왔다.

 

해병·해군이 한배에? 외포리기동대의 하루

 

다시 바다 위로 40여 분을 달려 외포리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외포리선착장은 석모도 등 서쪽 도서로 들어가기 위한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평화롭지만 늘 적의 도발에 대비해야 하는 요충지다.

 

이곳을 지키는 외포리기동대는 800톤급 바지선을 개조한 해군 해상전진기지(YPK)에 주둔하고 있다. 외포리기동대원 20여 명은 이 곳에서 해군 장병 10여 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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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포리기동대 헬멧에 부착된 부대 마크 조용학 기자

 

해병과 해군이 함께 생활하는 특이한 구조.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고속단정이 정박한 YPK에 머문다는 이유다. 그렇더라도 다른 군과의 동거는 불편하지 않을까? 유환욱(대위) 외포리기동대장의 답은 달랐다.

 

"흔히 ‘한 배를 탔다’고 하죠? 오히려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있습니다. 소속은 다르지만 한 배에서 생활한다는 공감대 덕분에 오히려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죠."

 

외포리기동대는 적 침투 차단 및 도주 시 추적 격멸, 귀순자 대응, 월북·월선 차단이라는 해병대 경계작전부대의 공통 임무와 함께 서쪽 도서 작전지속지원을 위한 수송이라는 고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덕분에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행정선 대신 고속단정을 타고 빠르게 다음 취재지인 말도로 이동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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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일대 외포리선착장 인근 해군 해상전진기지에서 해병대2사단 예하 해병5여단 외포리기동대 장병들이 고속단정(RIP)에 탑승해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끝단이자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시작점인 말도로 이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긴장을 이기는 방법

 

말도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끝이자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시작점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과거 질 좋은 쌀이 나오기로 유명했지만 6·25전쟁을 거치며 많은 주민이 떠나가 이제는 20여 가구 정도만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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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말도에 도착한 해병대2사단 예하 해병5여단 외포리기동대 장병들이 고속단정(RIP)을 계류하고 있다. 강화도 서쪽 서해상에 위치한 말도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끝단이자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시작점이다. 조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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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말도에서 해병대2사단 말도소초에서 바라 본 말도 마을. 약 20여 가구가 살고 있다. 강화도 서측 20km 지점에 위치한 작은 섬 말도는 북한의 황해도 연백군 해성반도와 불과 7km 떨어진 서해 최전방이다. 말도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끝단이자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조용학 기자

 

말도에는 주민들보다 오히려 군인이 더 많다.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지어진 말도 소초에는 50여 명의 장병이 생활하고 있다. 말도 소초는 국방부 장관은 물론 합참의장, 해병대사령관 등 우리 군 주요 직위자들이 틈틈이 찾아와 격려하는 최전방 소초다.

 

공찬부(중위) 말도 소초 OP장은 "열악한 격오지 환경 속에서도 장병들이 긍정적인 태도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자부심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한눈에 보이는 말도 소초의 매일은 긴장의 연속이다. 장병들이 유독 훈련에 집중하는 것은 이 긴장감을 떨쳐내기 위함으로 보였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장병들은 공용화기 전투배치 훈련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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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말도에서 해병대2사단 말도소초 장병들이 공용화기 전투배치 훈련을 하며 20mm 대공포 발칸 비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강화도 서측 20km 지점에 위치한 작은 섬 말도는 북한의 황해도 연백군 해성반도와 불과 7km 떨어진 서해 최전방이다. 말도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끝단이자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조용학 기자

 

"매일 정해진 시간에 훈련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주 단위로 중대 훈련, 월 단위로 대대 훈련에 참가하는 것을 더하면 사실상 (훈련을) 쉬는 날이 없다고 봐야죠." 전형태(중사) 부소초장의 말이다.

 

전 부소초장은 "이곳은 언제 방아쇠를 당겨도 이상하지 않은 섬"이라며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망설임 없이 전투에 임하려면 훈련을 통해 대응 절차가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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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말도에서 해병대2사단 말도소초 장병들이 공용화기 전투배치 훈련을 하며 K4 고속 유탄기관총 비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강화도 서측 20km 지점에 위치한 작은 섬 말도는 북한의 황해도 연백군 해성반도와 불과 7km 떨어진 서해 최전방이다. 말도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끝단이자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조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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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말도에서 해병대2사단 말도소초 장병들이 공용화기 전투배치 훈련을 하며 20mm 대공포 발칸 비사격 훈련을 마친 뒤 소초로 복귀하고 있다. 강화도 서측 20km 지점에 위치한 작은 섬 말도는 북한의 황해도 연백군 해성반도와 불과 7km 떨어진 서해 최전방이다. 말도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끝단이자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조용학 기자

 

‘치밀한 요새’ 말도 소초

 

말도 소초는 상황실과 생활관 모두 지하에 설치된 기이한 구조로 지어졌다. 지상에는 소초와 포상, 헬기장 등 작전에 필요한 시설과 식당, 도서관 등 일부 복지시설만 존재한다.

 

이는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의 영향을 받은 것. 서북도서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응해 해병들의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다소 불편해 보였지만 장병들은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는 반응이었다. 해병대의 의도대로 소초 내부는 ‘작은 지하 요새’였다.

 

장병들은 북한의 포격 도발도 문제지만 가장 현실적인 위협은 중국 어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장병은 "북한군이 보트로 중국 어선을 몰아내기도 한다"며 "북한도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불편해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중국 어선 때문에 북한군이 움직이면서 덩달아 긴장 상태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이야기였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초소에 올라가 보니 바다 너머 북한 지역이 선명하게 보였다. 말도가 전략적 요충지인 이유를 몸소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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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해병대2사단 말도소초에서 바라 본 북한 황해도 해성반도 일대. 강화도 서측 20km 지점에 위치한 작은 섬 말도는 북한의 황해도 연백군 해성반도와 불과 7km 떨어진 서해 최전방이다. 말도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끝단이자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조용학 기자

 

초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최우영 일병은 다른 부대에서 지원을 나온 파견 병력이다. 최 일병이 이곳에 온 것은 일주일 남짓. 그는 최전방 근무에 대해 "무섭기보다 오히려 신기하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사촌 형에 이어 해병이 된 최 일병은 "해병이라면 어떤 임무든 부여되는 즉시 완수해야 한다고 배웠다"면서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지금의 완벽한 경계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더 고민하고 있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다행히 이날은 평소와 같은 평온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초소 아래 마련한 작은 풋살장에서는 몇몇 장병들이 풋살을 즐기고 있었다. 근무가 끝나면 최대한 편히 쉬도록 하겠다는 배려에 따라 장병들은 잠시의 달콤한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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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말도에서 해병대2사단 말도소초 장병들이 북한을 마주한 방향에 위치한 야외 풋살장에서 풋살을 하며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강화도 서측 20km 지점에 위치한 작은 섬 말도는 북한의 황해도 연백군 해성반도와 불과 7km 떨어진 서해 최전방이다. 말도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끝단이자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조용학 기자

 

조선 시대 돈대 위에 초소가 세워진 이유

 

다시 강화도로 귀환해 최북단에 위치한 북성리중대에 방문했다. 북성리중대는 조선 숙종 때 세워진 의두돈대 위에 그대로 초소를 얹은 의두분초를 관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유휴 숙영지가 됐지만 의두분초는 이름 그대로 분대가 상시 주둔하던 곳이었다. 의두분초가 재미있는 것은 앞서 적은 것처럼 초소가 돈대 위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돈대로 바다 주변을 감시하던 강화도 특유의 문화가 현대까지 이어진 셈이다.

 

안내를 맡은 손한결(중위) 상승여단 공보과장은 "강화도 내에 돈대와 상존하는 초소는 20여 개에 달한다"면서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많이 비어있지만 ‘적을 감시한다’는 목적이 같아서 이런 구조물들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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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북단 해병대2사단 북성리중대 관할의 의두분초. 과거 해병대 분대가 상시 주둔하던 숙영지였으나 현재 상주는 안하고 있다. 의두분초는 조선 숙종때 외적 방비를 위해 지어진 의두돈대 위에 세워져 있다. 과거 돈대로 바다 주변을 감시하던 강화도 특유의 안보 환경이 현대까지 이어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조용학 기자

 

다시 중대본부로 돌아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일반 부대라면 이제 개인 정비에 여념이 없을 시간. 최전방 부대는 달랐다. 권훈(중위) 북성리소초장을 중심으로 근무자를 제외한 모든 장병이 군장을 착용한 채 연병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백지전술토의’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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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북단 해병대2사단 북성리소초의 권훈(중위.오른쪽) 소초장이 일몰 수색작전에 앞서 소초원들과 백지전술토의를 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백지전술토의는 사단이 정착한 고유의 문화다. 장병들은 야간 작전에 앞서 중점 사항과 경계 임무 중 숙지해야 할 것 등을 자발적으로 이야기했다. 근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군장검사와 달리 소초원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도 무인기 상황은 유지되니까 근무에 참고하고, 민통초소 근무자는 차량 검문·검색에 각별히 신경써주길 바랍니다." 토의는 권 소초장의 상황 전파로 시작됐다. 이어진 임무 보고. 권 소초장은 각 장병이 신경 써야 할 것들을 세심히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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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북단 해병대2사단 북성리소초 권훈(중위.맨앞) 소초장과 장병들이 일몰 시간에 맞춰 한강하구 중립수역 강안 철책 점검에 나서고 있다. 조용학 기자

 

토의가 끝난 뒤 권 소초장을 따라 야간 해·강안 수색 정찰에 나섰다. 임무 수행 중 만난 임재홍 상병은 "처음 해병대에 입대할 때만 해도 경계 임무를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해병대 하면 상륙·강습. 이런 이미지만 그리고 있었습니다. 교육훈련단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임무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매일 수색 정찰을 나서면서 점점 내가 나라와 가족을 지키고 있다는 긍지가 생겼습니다." 임 상병은 지금의 임무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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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북단 해병대2사단 북성리소초 권훈(중위.맨앞) 소초장과 장병들이 일몰 시간에 맞춰 한강하구 중립수역 강안 철책 점검에 나서고 있다. 조용학 기자

 

해·강안 수색 정찰은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다. 물 위의 부유물, 광망 등 많은 변수를 다 점검해야 하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실제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임 상병에게서 그가 겪었던 여러 실제 상황들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어느덧 선임급 병사가 된 그는 실제 상황을 유연하게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훈련을 꼽았다.

 

"물론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매일 진행하는 백지전술토의와 거듭된 훈련을 통해 대응 요령을 체화시킨 덕분에 잘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을 부탁해"…최전방 전망대에서 쏟아진 박수

 

이튿날 일정은 김포시 북단 돌곶이소초에서 시작됐다. 돌곶이소초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높은 초소에서 두 강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빠른 유속을 목격할 수 있었다. 겨울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유빙(流氷)이 떠내려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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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해병대2사단 돌곶이소초에서 바라 본 서쪽 철책 풍경. 임진강과 한강이 이 부근에서 만나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속하는 조강을 이루며 서해로 흘러간다. 조용학 기자

 

돌곶이소초는 거미줄식 통로를 통해 작전 지역으로 이동하게끔 설치됐다. 무엇보다 해병들의 생존을 중시하는 해병대의 방침이 이해되는 구조였다. 이렇게 해병대는 서북도서와 김포·강화 지역을 요새화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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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해병대2사단 돌곶이소초에서 바라 본 서쪽 철책 풍경. 임진강과 한강이 이 부근에서 만나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속하는 조강을 이루며 서해로 흘러간다. 조용학 기자

 

그동안 사단 예하 소부대를 돌며 눈에 띄었던 자동 개폐문이 있었다. 외부인이 오면 장병들이 달려와 문을 열어주던 풍경이 사라진 것이다. 인터폰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고 닫히면서 인력 낭비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다만 문이 닫히는 속도가 느려 외부인의 침입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 때문에 각 부대는 출입자가 문이 닫힐 때까지 대기하다가 완전히 잠기는 것을 확인하도록 조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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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구 애기봉전망대)의 일부인 조강전망대에서 바라 본 해병대2사단 강안초소와 철책. 북한 황해도 개풍군 일대와의 거리가 1.4km에 불과하다. 조용학 기자

 

돌곶이소초 인근에는 사단의 상징인 ‘애기봉’이 우뚝 서 있다. 과거 사단의 행군 코스였던 애기봉은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평화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물론 애기봉을 지키는 소초와 근무자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사단은 장병들에게 해병혼을 심어주기 위해 애기봉소초까지 행군하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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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구 애기봉전망대)의 일부인 조강전망대에서 바라 본 해병대2사단 강안초소와 철책. 북한 황해도 개풍군 일대와의 거리가 1.4km에 불과하다. 조용학 기자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이제 지역을 대표하는 안보 관광지가 됐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평일 오전임에도 꽤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다. 이들은 정상에 설치된 전망대로 한강 너머 북한 선전마을을 선명하게 내려다 봤다. 전주에서 온 정길모 씨는 "남과 북이 서로 갈라져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진다"며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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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구 애기봉전망대)의 일부인 조강전망대 평화교육관에서 바라 본 북한. 1.4km 앞에 펼쳐진 북한 황해도 개풍군 일대와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파노라마 뷰로 바라볼 수 있다. 조용학 기자

 

일행인 최광락 씨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는 1967~1970년 백령도·연평도 등지에서 복무한 퇴역 해병이었다. 

 

"내가 보던 북한은 바다 너머 산뿐이었어요. 가짜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저렇게 마을이 보이니 신기하네요." 최 씨는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또 기자와 동행한 사단 공보장교 최한결 대위와 문화홍보장교 김동영 대위에게 악수를 청하며 "대한민국을 잘 부탁한다"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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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구 애기봉전망대)의 일부인 조강전망대에서 1.4km 앞에 펼쳐진 북한 황해도 개풍군 일대와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바라보고 있는 관람객들. 조용학 기자

 

해병대 장병들에 대한 관람객들의 애정 어린 박수는 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최 대위는 "얼마 전 안보 견학을 온 어린이가 경례를 해줘서 너무 뿌듯했다"면서 "해병대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김 대위 역시 "매번 있는 일이지만 국민들이 해병대를 사랑해 준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경계의 끝은 사람…모두가 행복해야 완전 작전 가능"

 

다음 목적지는 보곶리중대였다. 주둔지의 보구곶리를 줄여 부대의 이름을 만들었다. 기자 일행을 맞이한 김세현(대위) 중대장은 중립수역 내 위치한 유도가 보이는 초소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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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보구곶리 서북단 해병대2사단 보곶리소초에서 바라 본 유도.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위치한 무인도인 유도는 1997년 북한에서 홍수로 떠내려 온 황소를 구한 '평화의 소 작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용학 기자

 

유도는 이른바 ‘평화의 소’ 작전으로 유명해진 무인도다. 1996년 유도에는 홍수로 북한에서 황소 한 마리가 떠내려왔다. 하지만 유도는 비무장지대(DMZ)인지라 남·북 모두 손을 쓸 수 없었다.

 

나날이 야위어 간 소가 아사(餓死) 직전까지 다다르자 남북은 극적으로 합의했고, 우리 해병대가 유도에서 소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다리가 부어 절룩거리던 소에게는 남북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 ‘평화의 소’라 이름이 붙여졌고, 제주도로 건너가 평화롭게 살았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이제 유도의 주인은 소가 아닌 새라고 한다. 김 중대장에 따르면 최근 유도에 국제적인 희귀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 무리가 둥지를 틀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관측을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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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보구곶리 서북단 해병대2사단 보곶리소초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바라보며 고가초소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과거 평화의 소 작전이 있었던 유도가 바로 앞에 있다. 조용학 기자

 

지난 3월 부임한 김 중대장은 연평도 등 전방에서 근무해 온 잔뼈 굵은 지휘관이다. 그는 다른 전방 지역과 김포·강화 지역의 차이를 과학화 경계 시스템에서 찾았다.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근무 여건이 좋아지기는 했습니다. 특히 강 건너가 잘 보이는 지형 특성은 과학화 경계 시스템과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 중대장은 여전히 ‘사람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비만으로 걸러낼 수 없는 정보를 인지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그는 초소 근무자가 ‘살려달라’는 작은 소리를 듣고 사람을 구출한 사례도 있다면서 "과학이 사람을 대체하고 있지만, 근간에는 장병들의 노고가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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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보구곶리 서북단 해병대2사단 보곶리소초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바라보며 고가초소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과거 평화의 소 작전이 있었던 유도가 바로 앞에 있다. 조용학 기자

 

김 중대장과 비슷한 시기 전입한 장태민 일병도 근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일병은 "유쾌한 선임들의 배려 덕분에 무사히 부대에 안착할 수 있었다"면서 "서로를 믿으며 안전하게 근무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귀순자가 나오는 상황이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귀순자 완전 유도를 통해 부대는 업적을 쌓고 자신은 군 생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장 일병이 빠르게 부대 적응을 할 수 있었던 것에는 김 중대장을 비롯한 중대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모두 행복하게 지내야 완전 작전이 가능하다"는 김 중대장의 신념이 투영된 결과다.

 

"매일 반복된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이런 매너리즘을 해결하기 위해 저부터 중대원들에게 다가가고 있죠. 임무 수행은 해병답게, 쉬는 시간에는 누구보다 즐겁게 보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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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보구곶리 서북단 해병대2사단 보곶리중대의 김세현(대위. 앞줄 왼쪽 두번째) 중대장과 중대원들. 중대의 가장 막내인 이승훈 이병을 기자의 요청에 따라 부대 장병들이 힘껏 들어 올리고 있다. 현장 취재시 도움을 준 부대원들과 함께 하는 기념사진 촬영 이벤트는 장병들의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활력을 준다. 조용학 기자

 

병력관리와 더불어 김 중대장이 느끼는 가장 큰 숙제는 훈련이었다. 현행 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훈련에 매진할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훈련 방안을 늘 고민하고 있다"면서 "상황조치 훈련과 해병대 4대 핵심과제((전투사격·전투체력·생존술·정신전력)을 중심으로 장병들을 단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섬의 끝’에서 해병혼을 느끼다

 

마지막 목적지는 강화도와 김포를 잇는 갑곶돈대. 강화대교 초입에 세워진 갑곶돈대는 과거 ‘이곳만 막으면 강화도에 들어올 수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중요한 요새였다. 실제로 갑곶돈대는 1232년 고려가 강화도로 천도한 뒤 1270년까지 몽골에 항전하는 동안 해협을 지키던 요충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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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강화전쟁박물관 옆 사적 제306호 갑곶돈대. 돈대는 해안가나 접경 지역에 돌이나 흙으로 쌍은 소규모 관측 및 방어 시설이다. 갑곶돈대는 1679년(숙종 5년)에 완성됐고 망해돈대, 제승돈대, 염주돈대와 함께 제물진의 관할 하에 있었다. 조용학 기자

 

갑곶돈대의 또 다른 이름은 갑곶순교성지. 조선 말 천주교 박해 당시 우윤집, 최순복, 박산손이 효수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전략적 요충지이자 순교자들의 성지였던 이곳은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던 곳. 하지만 이제 갑곶돈대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곳으로 변모했다. 한 맺힌 땅에도 비로소 사랑이 숨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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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강화전쟁박물관 옆 사적 제306호 갑곶돈대를 찾은 관람객들. 돈대는 해안가나 접경 지역에 돌이나 흙으로 쌍은 소규모 관측 및 방어 시설이다. 갑곶돈대는 1679년(숙종 5년)에 완성됐고 망해돈대, 제승돈대, 염주돈대와 함께 제물진의 관할 하에 있었다. 조용학 기자

 

돈대를 둘러싼 성벽을 따라 걷던 중 재래식 화포인 불랑기와 소포를 볼 수 있었다. 불랑기는 서양식 화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조선 말 주력 화포다. 이름 역시 ‘프랭크(Frank)’라는 영문에서 비롯됐다. 적 함선에 맞서 불을 뿜었을 과거의 화포들은 이제 녹이 슨 채 말없이 바다를 지켜보고 있었다.우거진 수풀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성벽 아래의 가파른 경사는 이곳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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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강화전쟁박물관 옆 사적 제306호 갑곶돈대의 소포(오른쪽)와 불랑기. 돈대는 해안가나 접경 지역에 돌이나 흙으로 쌍은 소규모 관측 및 방어 시설이다. 갑곶돈대는 1679년(숙종 5년)에 완성됐고 망해돈대, 제승돈대, 염주돈대와 함께 제물진의 관할 하에 있었다. 조용학 기자

 

김포·강화는 삼별초의 대몽항쟁, 정묘·병자호란, 병인·신미양요, 일제 침략, 6·25전쟁 등 한국사의 굵직한 전쟁에서 빠지지 않는 핵심 지역이다.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최정예 부대인 해병대2사단이 이곳을 사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단 장병들은 여전히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를 결전태세 확립을 다짐하고 있다.

 

말도 소초 생활관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쓰인 ‘절대사수’라는 네 글자는 비단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해병들의 눈빛에서 몸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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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말도에서 해병대2사단 말도소초 장병들이 공용화기 전투배치 훈련을 하며 요새형 지하 생활관에서 뛰어나오고 있다. 강화도 서측 20km 지점에 위치한 작은 섬 말도는 북한의 황해도 연백군 해성반도와 불과 7km 떨어진 서해 최전방이다. 말도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끝단이자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조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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