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2024.03.07] 길리슈트(저격수용 위장복) 종류가 이렇게 다양했던가? 온갖 위장복을 한눈에 보니 ‘형형색색’까진 아니더라도 아이디어의 다채로움이 느껴졌다. 경북 포항시 수성사격장에서 진행 중인 제3회 해병대사령관배 저격수 경연대회에는 해병대뿐만 아니라 육·해·공군 저격팀, 미 해병대 저격팀까지 총출동했다. 내로라하는 스나이퍼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열기는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치열하면서도 공정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저격대회 현장을 다녀왔다. 글=이원준/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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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북 포항시 수성사격장에서 열린 제3회 해병대사령관배 저격수 경연대회에서 해병대1사단 저격팀이 신체의탁쏴 자세로 사격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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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저격팀이 엎드려쏴 자세로 표적을 겨냥하고 있다.

 

 


국군 최초 연합·합동 저격대회 25개 팀 출전

해병대사령부 주관으로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저격수 경연대회에는 ‘국군 최초 연합·합동 저격대회’라는 타이틀이 걸렸다. 육·해·공군과 해병대에 더해 미군 저격팀까지 한 자리에 모여 실력을 겨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샷! 원킬!’의 최정예 저격팀이 같은 공간에 있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해병대사령부는 해병대 최고의 저격팀을 가리는 저격수 대회를 2022년 도입했다. 올해부터는 참가 범위를 육·해·공군과 미 해병대까지 확장했다. 그 결과 해병대 9개 팀, 육군 7개 팀, 해·공군 각 3개 팀, 미 해병대 3개 팀까지 총 25개 팀(50명)이 출전했다. 해병대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정예 저격수 양성 ‘붐’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속 군과 한미 간에 전술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만큼 대회는 ‘공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평가는 6개 과목별로 △난이도 △표적 제압률 △제한 시간 등 배점에 따라 점수를 부여했다. 특히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 감응식 표적과 탄착점 확인 모니터를 운용했다.

대회 첫날에는 개회식에 이어 사거리 500m 내 고정표적을 제압하는 ‘미지거리 사격’을 했다. 이튿날에는 주어진 사거리별 고정표적을 제압하는 ‘주간 정밀사격’과 600m 떨어진 고정표적의 거리·각도를 계산해 사격하는 ‘경사각 사격’을 했다. 400m 거리의 움직이는 표적을 제압하는 ‘이동표적 사격’과 800m 고정표적을 사격하는 ‘원거리 사격’도 평가 과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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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1사단 저격팀이 사격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저격수·관측수 완벽 팀워크로 신체의탁쏴 완료

현장을 찾은 지난 6일에는 ‘격동 사격’을 평가 중이었다. 저격수와 관측수 2인 1조로 구성된 저격팀은 20㎏의 군장을 메고 200m를 기동해야 한다. 이어 정해진 사격 자세에 맞춰 400m 떨어진 표적을 사격한다. 사격 자세는 기본 자세인 엎드려쏴와 무장의탁쏴, 신체의탁쏴, 무릎쏴, 서서쏴까지 총 5가지다. 

가장 먼저 해병대1사단 32대대 저격팀이 평가에 나섰다. 200m를 전력 질주해 사격 지점에 도착한 두 사람은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K14 저격소총과 관측경을 준비했다. 저격수는 저격소총 상단의 조준경으로, 관측수는 고배율 관측경으로 표적을 확인했다. 육안으로 보이는 표적은 손톱만큼 작은 크기. 하지만 사거리와 바람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이들의 표정에서는 ‘명중’이라는 확신이 느껴졌다.

32대대 저격팀은 신체의탁쏴를 부여받았다. 관측수가 저격소총 거치대 역할을 하는 신체의탁쏴는 주로 총기 거치가 어려운 시가지나 경사지에서 활용한다. 사람의 몸이 거치대여서 미세한 흔들림이 있다.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격발 순간까지 저격수와 관측수의 호흡이 중요하다.

관측수 오른쪽 어깨에 저격소총을 거치한 박이슬 중사는 지체없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잠시 후 정적을 깬 단발의 총성, 그리고 평가관의 “히트(명중)!” 외침. ‘일발필중’의 사격술로 숨어 있던 적군을 완벽히 제압한 순간이었다.

이번 대회 유일한 여군 저격수인 박 중사는 “해병대 대표라는 책임감과 저격수 직책의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했다”며 “새로운 사격 기술과 자세를 많이 배워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체감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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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쏴 자세로 대기하고 있는 미 해병대 저격팀.


대물 저격총 사격하며 전술전기 배양 

이날 대회에서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병행됐다. 지난해부터 우리 군에 전력화 중인 ‘대물(對物) 저격총’ 사격이 주인공이다. 대인(對人) 살상용인 일반 저격소총과 달리 대물(對物) 저격총은 이름 그대로 장갑차량 등의 장비를 무력화하기 위해 강력한 화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사격장에 등장한 장비는 바렛(Barrett)의 M107 계열 대물 저격총. K6 중기관총의 12.7㎜ 탄을 사용하는 총기다. M107 계열을 운용하고 있는 미 해병대 저격팀은 대물 저격총이 익숙한 듯 우리 군 장비를 능숙하게 조작했다.

대물 저격총 사격은 한미 장병들이 팀을 이뤄 진행했다. 표적은 400m 거리에 놓인 차량. 사수로 나선 한미 해병대 장병은 하나의 목표를 함께 겨냥했다. 이어 사격 개시 명령과 동시에 10발씩, 총 20발을 발사했다. 표적 차량은 순식간에 ‘벌집’이 됐다.

미 해병대 킹 라이언 하사는 “동맹군과 경쟁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기회였다. 끈끈함뿐만 아니라 스나이퍼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해병대사령부는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4팀을 선발해 상장과 상패·메달, 포상금을 수여한다. 또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과 연계한 연합·합동 저격대회를 개최해 정예 저격수 양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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