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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 사건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하지만 이날 연평도에서 벌어진 일들을 생생히 알고 있는 이들은 또 드물다. 그날 그 시전투수기집.jpg 간 연평도에서 있었던 일들은 해병대원들의 수기를 통해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그 날의 기억을 글로 옮긴 해병들의 전투수기 12편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에게 믿음과 감동을 선사한 바 있었다. 해병대는 무엇을 했느냐는 일부 무지한 목소리는 장병들의 눈물 겨운 전투수기에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조국을 위해, 국민을 위해, 전우를 위해 화염을 뚫고 포탄을 뚫고 달린 해병들의 담담한 수기는 보는 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넘어 일종의 경외감마저 느끼게 할 정도였다.


그리고 지난 1월. 해병대에서는 연평부대 장병들의 그날의 기록들을 모아 지난 1월 수기집 “우리는 승리했다”를 발간했다. 지난해 공개된 12편의 수기 외에 연평부대장으로부터 말단 이병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한 장병들의 생생한
수기를 모은 것.
당시 연평부대장은 “조국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하여”라는 수기를 통해 당시 긴박하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전 장병이 일치단결하여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졌음을 공개했다. 또한 현장의 지휘관으로서 부하를 잃은 처절한 비통함과 복수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잠시 고개를 들어 짙은 어둠에 가려져 있는 적막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애통함과 비통함에 몸부림치며 통곡하는 부모형제들에게 둘러싸여 수도통합병원의 차가운 영현실에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 누워있는 사랑하는 2명의 부하와, 고통을 참아가며 생사의 기로에서 수술을 받고 있는 16명의 부하들을 생각하니 비통함과 참담함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허나 어금니를 꽉 깨어 물고 다짐했다. 절대! 절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철저하게 응징하리라. 2010년 11월 23일은 나의 가슴속에 영원히 흐르지 않는 멈춰진 시간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해병대 장병들의 투혼과 화염보다 더 뜨거웠던 해병대 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참전 장병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모아 제작한 수기집으로 전방 분소초까지 배부되어 장병 정신교육 참고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연평부대원들의 눈동자 속 그날의 기억들

“귀에서는 삐~ 소리가 났다. 목에선 뜨겁고, 짭짤한 맛이 나는 액체를 입으로 토해내고 있었다. 아, 맞았구나. 숨을 헐떡이며전투수기_01.jpg 목을 붙잡고 주위를 보았다. 나를 향해 담당관님이 쏜살같이 달려 오는 게 보였다. 담당관님은 날 부축하며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쓰는게 내 눈에 보였다. 구멍이 뚫려 피가 나는 목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 지혈을 해준다. 중대원들과 담당관님은 벨트, 고무링, 모든 묶을 수 있을 만한 걸 총동원해 상처 부위를 지혈했다. 덕분에 피는 더 이상 흘리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들 자신이 입고 있던 내복과 핫팩을 꺼내 내 몸을 감싸 체온 유지를 시켜주었다, 나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아서 급격하게 회복 중이다.
언론에서 연평도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아직까지도 북한의 도발에 목숨 걸고 연평도를 지키고 있는 내 전우들이 자랑스럽다. 나는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는 환자이지만 빨리 쾌유하여 연평도로 복귀하고 싶다.”
- 상병 김지용 -


“유치원 앞에는 혼란 그 자체였다. 화염 속에서 어린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물만 흘리고 있는 유치원 교사가 있었다. 유치원 안으로 달려 가 보니 너무나도 태연하게 낮잠들을 자고 있었다. 살아 있다는 다행스러움과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유치원 교사에게 일단 아이들을 깨워서 이동할 수 있도록 신발과 옷가지들을 준비하라고 이야기 하고, 그 중
일어나 있던 일부 어린이를 마을 대피소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부대로 연락을 해서 어린이들을 대피시킬 차량을 준비시키고, 근무담당을 유치원으로 신속하게 보냈다. 그동안 초등학교 인근에 있던 어린이들을 우리는 대피시키고 있었다. 근무담당은 유치원생들이 안전하게 대피소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연평초등학교로 달려갔다.”
- 소령 남정일 -

 

“순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전쟁이구나. 전쟁이 이래서 무서운 것이구나. 이러다 진짜 죽겠구나. 근데 난 지금 뭐하고 있지? 내가 이대로 죽으면 부모님 무슨 면목으로 뵙고 내 사랑하는 가족, 친지들 또 나를 믿고 저 육지에서 발 쭉 펴고 자는 국민들은 이제 뭘 믿어야 하지. 난 해병대인데... 해병대인데..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보자’..... 이번 일을 통해 전우의 소중함을 느꼈다. 평소에는 미워했던 사람도 서운했던 사람도 하나같이 내 핏줄같이 걱정되고 그리웠다. 모두 살아줘서 고맙다.
그리고 결심했다. 적에게는 사자가 되고, 민에게는 순한 양이 되자.”
- 상병 임준영 -


“부상당한 후임을 품에 눕혀놓고 걱정 말라며 안심시켜 주고 있는 대원, 우측 어깨의 반이 날아갔지만 자신은 괜찮다며 다른 대원을 돌보아 달라는 대원,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지시에 따라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유류고에 불을 끄던 의무실 대원들. 이들을 보면서 나 또한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처치와 후송에 임할 수 있었다”
- 대위 허준영 -


“이건 기적이 아니다. 분명 우리의 교육훈련이 잘된 것이다. 적 포탄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얼어있던 인원도, 회피한 인원도 없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우리 해병들이 자랑스럽고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고맙다. 살아줘서 고맙다. 내 앞에서 웃어줘서 고맙다.”
- 중사 김상혁 -


“하루를 돌이켜보는 사색 중에 전쟁 속에서 개인의 무력감에 치를 떨고, 대한민국 해병대로서 무한한 책임감과 함께 단 한명의 사상자도 없이 모두 무사해 준 본부 중대원에게 감사하였다. “그곳에 없었던 자 그곳을 알지 못하고, 그곳에 있었던 자 그곳을 잊지 못한다.”고 하였다. 우리 연평부대원 모두는 생사고난을 함께한 두 명의 전우를 빼앗아간 2010년 11월 23일 화요일의 연평도를 잊지 않을 것이다. “
- 상사 한훈석 -


“하루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달이 점점 낮아지는 모습을 봤다. 연평도의 수많은 별들이 무슨 일이라도 있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듯 했다. 나는 담배를 태우며 하늘로 향하는 연기 속에서 그날 떨어진 포의 자취를 볼 수 있었다. 내 두 눈에 박혀 있는 2010년 11월 23일은 계속 정지한 채 두 눈에서 잠자고 있다. 하루를 맞이하는 태양을 보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생각을 한다. 우리는 지지 않았다. 그때를 지우는 일은 내 인생의 과제일 것이다.”
- 상병 김태우 -


“11월 23일의 애절한 사연과 절박하고 긴박했던 순간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무엇으로도 표현하지 못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11월 23일 북한의 기습 포격은 그동안 10여 년 군 생활을 하면서 타성에 젖어서 살아 온 내 군 생활을 뒤돌아보게 했고, 군인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11월 23일 북한은 우리에게 포격이라는 무력도발을 해서 무엇을 얻어 갔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 사건으로 인해 우리 연평부대는 더욱 견고하고 단단한 부대가 되었다. 오늘도 사무실에서 서로를 가족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늘 함께할 것을 믿는다. 잊을 수 없는 고통을 이겨낸 11월 23일은 우리 연평부대의 생일이다. 그리고 더욱 강한 부대로 태어난, 우리 모두의 생일이다.”
- 소령 남정일 -


“나에게 오늘은 11월 23일 화요일이며, 내일 또한 11월 23일 화요일이 될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의 시간은 11월 23일 화요일에 정지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우를 죽이고, 다치게 한 적에게 복수하기 전까지 나의 시간은 11월 23일 화요일에 계속 정지해 있을 것이다. 그것을 하지 않는다면 내 시간은 다시 흐르지 않는다.”
- 대위(진) 송종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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