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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연평도 포격 6개월>“그래도 아들 낳으면 해병대 보낼것”

북한에 의한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던 지난해 11월 23일, 연평도에서 근무하던 최주호 예비역 해병 병장은 세 가지 소중한 것을 잃었다. 하나는 함께 생활해온 전우이자 해병 1088기 고 서정우 하사, 다른 하나는 자기 몸속에 있던 신장ㆍ소장 등 장기의 일부다. 그리고 남은 하나는 적의 도발에 임해 의연하게 싸웠음에도 표창장이 후에 ‘등기우편’으로 날아왔을 정도로 외면받은 ‘해병대의 명예’였다.

20일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난 지 6개월을 앞두고 본지 취재진과 전화를 통해 인터뷰한 최주호(연평도 근무ㆍ현재 신라대 체육학과) 씨는 연평도서 부상당한 장병 중 한 사람이다. 당시 휴가를 나가려다 포탄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서 하사 등과 부대에 복귀하려던 그는 포탄을 맞아 배에 관통상을 입어 신장 1개와 소장의 일부 그리고 십이지장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그의 몸에는 잃어버린 장기 대신 파편 조각이 남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현재 그는 신체장애판정 5급을 받아 꿈꾸던 태권도 사범으로서의 길을 걷는 것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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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호 해병대 예비역 병장이 제대 후 고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왼쪽이 서정우 하사 묘, 오른쪽이 문광욱 일병 묘.

그러나 그를 억울하게 하는 것은 이후 당국이 보여준 무성의함이었다.

그를 가장 먼저 서운하게 한 것은 지난 1월 22일 병원에서 제대할 때의 장면이었다. 퇴원과 동시에 바로 ‘집앞으로 갓!’ 명령이 떨어진 것. 적어도 부대에서 찾아와 조촐한 전역식이라도 치러줄 줄 알았는데 아무런 절차도 없었다. 해병대면 당연히 받아야 할 전역증조차 아직 최 씨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보다 그를 더 분통터지게 한 것은 지난 4월 ‘등기우편’으로 날아온 합참의장 명의의 표창장이었다.

최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천안함 장병은 영웅처럼 떠받들더니, 연평도 해병에게는 표창장을 등기로 보내고는 끝이다. 수여식까지는 아니라도 현역 장교가 집으로 직접 전달해주는 배려 정도는 할 줄 알았다. 형식적인 수여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10520000627_0.jpg
최주호 해병대 예비역 병장이 연평도 포격 당시 부상당할 때 소지하고 있던 소지품. 최 병장의 피가 묻어 있다.(위 사진)
등기로 날아온 표창장. 최 병장이 제대한 후 국방부에선 최 병장의 표창장을 직접 전달하는 대신 등기로 보냈다. (아래 사진)

국가유공자 지정 부분도 문제다. 연평도 포격으로 다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지만 최 씨는 아직 국가유공자로 지정되지 못했다. 신장을 한 개 떼어내고 소장ㆍ십이지장 등을 다쳐 건강을 얼마나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눈에 띄는 외상’이 없어 확신할 수 없다. 오는 25일 있을 신체검사에서 떨어지면 자칫 국가유공자 지정마저 놓칠 수 있다.

최 씨의 어머니 이병순(48) 씨는 “듣기로는 팔이나 다리절단되거나 하는 식으로 눈에 보이는 부상이 아니고 주호처럼 장기파손 같은 경우는 국가유공자 인정에 불리하다고 해서 걱정”이라며 “대통령이 오셔서 최고의 예우를 해주시겠다기에 그 말을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건강했던 아들이 군에서 전투 중 부상당했는데 국가유공자 지정이 안된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 씨는 만일의 사태가 있을 경우 연평도에 돌아가 함께 싸우고 싶다는 ‘해병정신’의 소유자다.

그는 “내가 이렇게 됐지만, 아들을 낳으면 또 해병대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눈 앞에서 고 서 하사의 잘려나간 다리를 보았던 그지만, 아직도 해병 사랑이 남아 있는 것. 그러나 어머니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이 씨는 “손자 낳으면 해병대 보낸다지만 난 말리고 싶다. 군대 법과 제도 모두 상해와 관련해 규정 마련도 안돼 있는데 어떻게 손자를 보내겠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김재현ㆍ황유진 기자/mad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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