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해병사령관 음해각서 또 ‘뒷북조사’
내일신문 2011-05-23 오후 1:23:53 게재 |
지난해 인사로비설 진상규명 미적거리다 뒤늦게 해병 2사단장 수사의뢰
해병 예비역 김 모씨가 로비각서 조작 … 군 장성들 상대로 사기극 벌여 군이 지난해부터 나돌던 유낙준 해병사령관의 3억원대 인사로비 각서에 대해 뒤늦게 조사에 착수, 상관의 로비 여부를 비공 식적으로 조사한 해병 사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각서를 조작한 민간인을 사법처리하도록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5월 10일경 김관진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20일 소장으로 진급한 박 모 해병 2사단장에 대해 전격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 직속 상관인 유 사령관의 인사로비를 조사한 사실 이외에도 공금횡령을 적발해 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어제 해군 인사위원회를 열어 박 소장을 보직해임한 뒤 필요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면서 "상관에 대한 인사로비 소문을 확인하라고 부하 수사관에게 지시한 것이 직무범위를 벗어난 군 기강문란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작된 이행각서 유낙준 해병사령관의 진급 대가로 3억5000만원을 제공하며, 지급방법까지 담고 있다. 유 사령관의 도장을 찍어 그럴 듯하게 꾸며져 있다. 또 국방부는 "유 사령관이 여권 고위인사의 측근에게 3억5000만원을 제공하는 대신 진급을 지원한다"는 취지의 인사로비 각서(사진)를 조작한 혐의로 해병대 출신 김 모(경남 창원·건설업)씨를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김씨는 이 모 전 해병사령관과의 친분을 내세워 해병대 장성들과 만나면서 군 내부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인사로비설을 퍼뜨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 사령관의 도장까지 찍힌 이행각서는 류 모씨의 농협 통장으로 3억원을 입금하도록 약속한 것으로 돼있다. 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는 류씨는 2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2개의 농협 통장을 모두 공개하며 "거액이 들어갔다 나온 흔적이 전혀 없다"면서 "누구에게 통장과 도장을 빌려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류씨 통장과 함께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용됐다고 알려진 경북 포항 거주 최 모씨의 농협 통장에도 3억원이 거쳐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최씨는 22일 기자에게 "2주전쯤 검찰청에 지난해 통장 거래내역을 제출했다"면서 "20일에는 국방부 직원이 와서 확인해 주었다"고 했다. 이행각서에 도장을 찍고 여권 핵심실세의 측근인사에게 3억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알려진 '구성한'이라는 사람의 정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가 그럴 듯하게 로비설을 꾸미기 위해 내세운 가공의 인물로 판단되고 있다. 보직해임된 박 소장은 김씨에게서 유 사령관 관련 소문을 전해듣고 국방부 근무지원단장으로 있을 때 근무지원단 수사관을 시켜 유 사령관의 인사로비를 확인하다가 직권남용에 의한 군 기강문란 행위로 군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인사로비설에 휘말려 해병대 사단장까지 사법처리 받도록 사태가 확산된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나돌던 이행각서에 대해 국방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재조사중인 헌병대 투서사건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부적절하게 대응해 화근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올초쯤 유 사령관 인사로비설을 제보받고 포항지청 관계자를 만나는 등 진위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팩트(단서)가 없어서 알아보다가 중단했다"고 국회의 한 의원실에 지난 3월 보고했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가 최씨의 농협 통장을 확인하는 등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조사를 했어야 했다"면서 "또 뒷북조사를 하다가 해병대 사단장 한명의 옷을 벗기는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내일신문 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