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강확립 의지 시금석 … 홍 모 소장 뇌물죄 추가해 구속
국방부 오늘 공직기강 대책회의
유낙준 해병사령관을 음해하는 이행각서를 퍼뜨린 민간인 김 모씨의 수첩에 대한 군 검찰의 수사 여부가 군 기강확립의 시금석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물내역뿐 아니라 해병대를 상대로 한 각종 민원이 기록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김관진 장관 주재로 27일 오후 방위사업청과 병무청을 비롯해 합참과 각군 등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분야 '자정 결의식' 및 '공직기강 확립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의가 군 검찰의 김씨 수첩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22일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을 지낸 홍 모 소장에 대해 유 사령관을 무고한 혐의 외에도 뇌물죄를 추가해 구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대가성 입증자료로 해병대 병 출신인 김씨의 수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홍 소장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하기 위해 자질구레한 선물 등을 합쳐서 수백만원 정도의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했다"면서 "이때 김씨 수첩에 청탁성 민원사항이 기재돼 있는 것을 대가성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군 검찰은 또 김씨 수첩과 관련해 유 사령관도 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0일께 유 사령관에 대해 방문조사를 실시한 군 검찰은 진급로비설과 관련한 의혹을 조사하면서 수첩에 적힌 김씨와의 관계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임 이 모 사령관의 친분을 이용해 해병대 장성들에게 접근한 김씨는 해병대에 각종 민원을 청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6월쯤 김씨는 신병 특별면회가 요구했다가 거절되자 인터넷을 통해 관련 해병 간부들을 비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김씨 수첩은 상당수 해병대 장성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뇌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해병대에서 홍 소장 라인을 거세하는 용도로 수첩의 조사를 제한해서는 안된다"면서 "수첩에 기재된 모든 해병대 간부들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방부는 27일 공직기강 확립대책회의를 통해 불량포 부품 납품 등 국방 일부 분야의 부정부패 근절방안을 시행해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전투력 중심의 군대다운 군대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하기로 했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행안부와 협조해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개정, 방위력 개선 등 부패취약 8개 분야 실무자의 재산등록의무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방산 분야 소령급까지 확대하는 국방부안에 대해 방사청이 중령급까지 확대폭을 제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소령까지 확대하는 것은 취업자유의 제한 소지가 있다"면서 "소령의 정년이 한창 생계를 책임져야 할 나이인 45세이기 때문에 사실상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헌병 검찰 기무 등 군 사정기관 협의회를 구성, 정보를 공유하는 등 협력을 강화해 부정부패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주요 정책 집행업무 등에 일상감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부정부패에 대한 예방적 활동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내일신문 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