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해병대 창설 이후 최악의 총기사고가 발생해 장병 4명이 사망했다. 군당국은 총기를 난사한 김모상병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중이다. 하지만 김상병은 국군대전병원에서 5일 오전 9시까지 취침하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5일 "총기난사는 충동적으로 저지른 무차별난사가 아니라 분명한 살해의도를 갖고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조사가 마무리되면 지휘 체계문책도 뒤따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한 잇단 사고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총기관리 소홀 ▲장병의 생활관리 ▲근본적 지휘체계 문제다.
총기관리 소홀은 이미 지적된 문제다. 지난달 15일에는 해병 6여단에서 이모 상병이 자신의 K2소총 실탄에 맞아 숨졌다. 해병대 측은 함께 나갔던 사병이 다른 곳을 순찰하던 순간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탄 15여발이 장전된 소총을 멘 장병이 어떻게 혼자 근무를 설 수 있는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번 총기 난사사건의 주범인 김상병도 취침시간인 오전 10께 주간 2직 근무자 교대 때 상황실 총기 보관함에서 K2소총과 실탄, 수류탄을 훔쳐 숨겼다가 1시간 50분 뒤 내무반으로 들어갔다. 김상병이 교대시간 막바지에 소총을 빼돌리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보통 총기보관함은 2중 자물쇠로 잠겨있고 열쇠는 부대간부 2명이 각각 가지고 있어 사병이 허락없이 열기는 불가능하다"며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이해 안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사병관리도 문제다. 총기난사 주범인 김 상병은 사고전 숨진 사병을 언급하며 "죽이겠다"고 주위에 이야기 한 것은 물론 소대장과 상담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발생후 김 상병의 개인사물함에서 발견된 메모장에는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반항했던 사회성격이 군대에서 똑같이 나오는 것 같다"라는 식의 글이 발견됐다.
하지만 해병대 관계자들은 그간 부대 생활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상병이 왜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때문에 관심사병으로 분류됐음에도 장병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천안함사건 이후 무리한 지휘체계로 일선부대의 피로도누적도 문제다. 지난달 17일 민항기 오인사격, 사단장 구속, 총기난사 모두 해병대 2사단에서 발생했다.
군 관계자는 "해병대 2사단은 작전범위가 넓고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후 근무환경이 강화돼 장병들의 피로도는 더 쌓였을 것"이라며 "근무체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