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 10일 밤 해병 제1사단에서 자살한 정아무개(19) 일병의 유가족들은 정 일병이 최근 부대 선임병들로부터 '작업열외'를 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정 일병은 지난 10일 오후 10시 22분경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부대 내 폐쇄된 목욕탕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정 일병은 이날 오후 7시경 선임병에게 '집에 전화를 하고 오겠다'는 보고를 하고 내무반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정 일병의 자살과 관련, 유가족들은 '작업열외'와 구타 및 가혹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 일병이 작업열외로 인해 군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작업열외 대상자에 선정되는 것 자체가 후임병에게는 수치스러운 일인데다 후임병을 대신해 일을 하게 되는 선임병은 여러 경로를 통해 후임병을 괴롭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고는 소리 시끄럽다며 정강이 걷어차여..." 이와 관련, 정 일병의 아버지는 11일 CBS와 한 인터뷰에서 "아들이 소속된 분대의 선임병들이 '일을 제대로 못한다'며 아들을 괴롭히며 여러 작업에서 제외했고 아들은 이에 대한 스트레스로 많이 힘들어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가끔 전화를 걸었던 아들이 엄마에게 '죽고싶다'는 말을 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등질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해병대의 한 영관급 장교는 "지난 4일 강화도 총기사건 이후 사령관 주재로 긴급 지휘관 회의까지 열어 '병영 악습을 뿌리 뽑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정말 무색하게 됐다"며 "국민들께 심려를 끼치는 일이 또 발생해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해병대 1사단은 사건 발생 직후, 정 일병이 복무하던 소대를 중심으로 구타와 가혹행위에 대한 긴급 점검에 들어가는 한편,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처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