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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사고와 잇단 자살 사건으로 해병대가 위기를 맞고 있다.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자부심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가혹행위를 용인하는 군기 문화를 최근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외부의 독립된 기관을 통해 병영 내 인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11일 지적했다.

해병대에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해병대에 왔으면 이 정도 가혹행위는 견뎌야 한다'는 잘못된 집단문화다.

한 해병대 전역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해병대 관련 카페에 "기수열외는 피해자가 기수를 깨거나 무시했을 때만 당하는 것이므로 아무리 화가 나도 선임에게 대들거나 간부에게 고자질하지 말라"며 "해병대는 기수가 중요해서 하극상은 하극상으로 보답하는데 그게 바로 기수열외"라고 썼다.

다른 전역자는 입대 예정자의 질문에 "하루 12시간씩 내무실과 해안포 초소 등을 가리지 않고 맞기도 했다"며 "고추나 양파 같은 것들을 눈에 바르고 근무를 서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회는 군대보다 더 더럽기 때문에 해병대에서 배우는 것이 확실히 많을 것"이라며 "만약 맞는 것이 두렵다면 해병대에 가지 말라"고 답했다.

이런 문화를 이제는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역 해병 장병의 아버지는 "가혹행위나 기수열외로는 자랑스러운 해병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아직도 '본인이 선택한 길이니까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지만 이건 절대 아니다"라고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가혹행위를 용인하는 문화가 구타와 폭력으로 이어지고 이를 견디지 못하는 병사를 집단적으로 따돌려 '관심 사병'으로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통솔이 쉽다는 이유로 간부들이 가혹행위를 묵인하는 분위기도 문제라는 것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해병대 고위 간부조차 '맞는 놈이 맞을 짓 하기 때문에 맞는 거다'라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해병대는 대책 마련을 위해 인권단체 등이 요구하는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방부 내에서 군 인권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의회에 '국방 옴부즈맨'을 운영하면서 매년 4000여건의 군 진정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며 "우리도 국회에 '국방 감독관'을 만들어 국방부나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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