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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인턴기자, 해병대를 만나다] 서울 - 용산역에서 만난 휴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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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병대에서 군내 집단 따돌림인 '기수열외' 등으로 총기사건과 자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휴가 나온 해병대 병사들이 공중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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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병대에서 군내 집단 따돌림인 '기수열외' 등으로 총기사건과 자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역 KTX 승강장에서 큰 어머니가 해병대 휴가 나온 조카를 배웅하고 있다.
ⓒ 유성호

[5신 최종 : 12일 오후 9시 40분]

 

"곧 군대 가야 하는데... 무섭다"

 

12일 하루 동안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만난 해병들의 생각은 달랐다.

 

최근 잇따라 일어난 해병대 부대 내에서의 총기사건, 자살사건 등에 대해 사회에서는 구타, 기수제외 등 해병대의 병영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해병 병사들의 생각은 병영문화의 문제점보다는 해당 병사들 개인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더 강했다.

 

즉, 어차피 그럴 줄 알고 왔으면서 이제 와서 왜 그러냐는 것이다. 사건을 쉽게 묻으려는 간부들의 행동,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구타.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았던 비뚤어진 문화들이 수십 년째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해병들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은 셈이다.

 

그러면, 앞으로 군대를 가야 할 젊은이,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해병대·육군 아닌 다른 곳 알아보고 있다"

 

오후 5시경 서울역 안.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가족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는 7월 입대할 예정인 김성호(18)씨는 "군대는 조직이니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해병대, 육군이 아닌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불안하다"고 말했다.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 때문에 군대 보내기가 더 무서워졌단다. 김씨의 어머니는 "(군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불안감이 더하다"며 김씨의 아버지를 바라봤다.

 

공교롭게도 김씨의 아버지는 해병대 출신이었다. 그는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손을 저었다. 그러면서도 구타나 기수열외가 자신이 복무하던 예전부터 존재했던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며느리는 자기 아들 절대 군대 안 보낸다고...

 

조금 떨어진 곳에 한 부부가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그쪽으로 다가가 최근 일어난 해병대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반아무개(68)씨는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불쌍하다"면서도 "하지만 귀신 잡는 해병대였으니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종교에 심취한 사람의 성경책을 불태우는 행위는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옆에 있던 부인 송아무개(63)씨는 그래도 군대에는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며느리는 그들의 7살 손자를 절대 군대에 보낼 수 없다고 말하더라며 긴 한숨을 뱉어냈다.

 

"곧 군대 가야 하는데... 무섭다"

 

서울역 앞 광장에서 만난 박아무개(20)씨는 곧 군대에 간다. 그에게 해병대 관련 뉴스들을 봤냐고 물었다. 박씨는 "곧 군대가야 하는데, 그런 뉴스 보니 무섭다"며 "어머니가 많이 걱정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해병대에 갈 생각은 있냐고 묻자, 그는 "해병대는 힘들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냥 남들 많이 가는 육군에 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한편 옆에 있던 조강식(19)씨는 "부대마다 다를 것"이라면서도 "군대에 가기 싫은 건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용산역에서 만난 오아무개씨(27. 2008년 육군 만기제대)는 "친척 동생들에게 군대도 이제 많이 좋아졌다고 말해왔는데 이번 사건을 보고 낯이 뜨거웠다"며 "반짝하다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악습이 뿌리부터 고쳐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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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병대에서 군내 집단 따돌림인 '기수열외' 등으로 총기사건과 자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휴가 나온 해병대 병사와 군인들이 공중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 유성호
 

 

[4신 보강 : 12일 오후 6시 30분]

 

12일 오후 용산역에서 만난 해병대 병사들은 "타 부대보다 특별하고 남달라보여" 해병대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최근 해병대에서 일어난 일련의 불미스런 사고로 해병대의 명예가 실추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또한 병사들은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구타 및 기수열외에 대해서도 자신의 부대에서는 없는 일이라며, 해당 병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간부들이 면담을 자주 실시하는 등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병대 근무 김 일병] "기수열외? 그 장병이 문제 있었을 것"

 

- 해병대에 지원한 이유는?

"누구나 가는 육군 등 타부대 보다 특별해 보였다. 남 달라 보이고 싶었고 전우애를 느끼고 싶었다. 지금은 약간 후회가 들긴 하지만 군생활이 특별하게 힘들거나 그러진 않다."

 

- 해병대 총기사고와 자살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같은 해병으로서 피해자의 죽음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리고 기수열외라는 말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해병대의 명예가 실추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 다른 부대에 없는 기수열외가 해병대에 존재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해병대는 타 부대와 다르게 2주마다 새로운 기수가 들어온다. 기수 간 간격이 적어서 서열에 더욱 민감한 것 같다. 해병대는 하는 행동만 봐도 몇 기수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해병대는 명예를 중요시한다. 그렇다 보니 해병대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찍히면 '해병대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암묵적으로 형성된다. 그게 기수열외로 이어지는 것이다."

 

- 근무하고 있는 부대에도 기수열외가 있는가?

"전혀 없다. 그 장병이 특별히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해병대 근무 박 일병] "관심사병, 우리 부대에도 1명 있다"

 

- 해병대에 지원한 동기?

"나도 선임병과 같다. 남다르게 보이고 싶었고 특별해 보였다."

 

- 구타나 가혹행위는 없나.

"전혀 없다."

 

- 한두 대 때리는 것도 없나? 장난식으로든.

"그것은 나쁜 의미로 괴롭히는 것이라기보다 챙기는 만큼 잘되라고 혼내는 것이다. 해병대는 전우애가 강하다. 선임들은 항상 후임을 챙기고 잘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잘 할 때까지 함께한다. 오늘도 휴가 나오기 전에 선임병이 옷을 다려주고 밥을 사줬다."

 

- 해병대 총기사고 보도를 봤을텐데.

"좋은 면도 있는데 너무 한쪽 면만 부각된 것 같다. 구타와 가혹행위는 2~3년 전에 있었지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   

 

- 총기사건 이후 변화가 있나?

"전체적으로 사건방지 위해 악습이 남아 있는지 면담과 설문지로 조사하고 있다. 설문지는 물론 익명이다. 우리 부대는 애초에 없었기 때문에 별 변화가 없다."

 

- 부대에 관심장병은 없나?

"관심장병은 간부가 붙어 다니고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주의를 받는다."

 

- 그럼 있다는 것인가?

"한 명 있다. 더 이상 말하기 곤란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해병대에 지원한 사람들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왔고, 많이 맞는다는 것도 알고 왔다. 그러니 힘들면 혼자서 끙끙 앓고 있기보다 더 위의 선임병이나 간부에게 얘기해서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기수열외는 정말 대책 없이 사고치는 장병이 아니면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육군 이병] "간부면담이 중요하다"

 

- 해병대 총기사고와 자살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해병대는 힘들기로 유명한데 거기에다 기수열외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 쌓여서 폭발한 것이다. 중요한 게 간부면담을 자주해야 하는데 그게 소홀 하지 않았나 싶다."

 

- 이런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면담이 중요하다. 우리부대는 해병대에서 사건이 터진 후 곧바로 전체 장병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면담을 좋아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풍토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래서 선임병들이 후임병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 육군에 기수열외가 있는가.

"육군에는 절대 없다. 기수열외도 면담으로 해결될 수 있다. 면담이 완벽한 조치로 이어지진 않지만 어느 선까지 장병들이 알아서 할 수 있을 정도는 만들어 준다. 해병대에서도 이등병이나 적응하지 못하는 장병이 힘들어 할 때 간부가 이등병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면 기수열외와 총기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부대는 모든 장병이 한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면담을 한다."

 

[해병대 근무 강 일병] "군대로 사회변화를 따라가야 하는데..."

 

- 해병대 총기사건 어떻게 생각하나.

"하나의 사건을 보면 양면을 봐야하고 시선이 다양할 수가 있다. 가해자가 있으면 구타유발자도 있기 마련이다. 지켜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것이다."

 

- 기수열외는 왜 일어나나.

"기수열외가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후임이 선임에게 하극상을 하는 경우다. 후임도 문제가 있었을 것이고 선임도 이해할 수 있었을텐 데 왜 그러지 못했나. 너무 힘들어서 서로 신경 쓰지 못하지 않았나. 해병대라고 한다면 자원을 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을 이미 알면서 지원해 갔는데도 이런 사건이 늘어난다는 것은 다른 해병 출신 어른분들도 달갑게만 보지 않을 것이다."

 

- 부대 내에 기수열외가 있나?

"부대 내에 딱 집어서 저 사람은 기수열외라 하는 것은 없지만 '은따'(은근히 따돌리는 것)는 어디든지 있다. 다른 부대에서 들은 건데 은따를 시켰던 사람의 입장에 따르면 싸가지가 없고 대들고, 짧은 시간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문제를 보여서 기수열외나 폭행을 당했던 것이지 자기가 잘 못한 것은 없는데 일방적으로 기수열외나 폭행을 당하는 경우는 없을 것다."

 

- 부대 내에 폭행 사건이 있었다는 건데 어떻게 되었나?

"문제 장병은 부대가 바뀌었지만 대대 속에서 소속이 바뀐 거라 다 알고 있고 지나가다 마주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잘 적응해서 지내는 것 같다. 구타 및 가혹행위가 없어졌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말이고 그래도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편이다. 치고 박고 싸우는 부분은 강하게 제재하다 보니까 언어적 폭력이나 기수열외와 같은 악습이 횡행하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 기수열외가 해병대에만 있는 이유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타 부대에서는 타 부대 선임을 보면 선임이 아니라 다른 '아저씨'라는 말을 쓰는데 해병대는 다른 사단에 복무를 하고 있음에도 얼굴을 처음 보는 사람이더라도 한 달에 전체적으로 두 기수만 받아서 쭉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기수에 대한 개념이 강해서 경례를 한다거나 복종을 하게 된다. 이것은 선봉에 선다는 해병대의 강한 연대감, 특수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 잘해서 좋으면 좋겠는데 기대치에 못 미치는 사람이 생기면 기수열외나 폭행이 생기는 게 아닐까 한다."

 

- 전우애가 돈독한 만큼 모두를 다독여서 가야하지 않나?

"제가 봐도 그게 맞는 시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20대 초반에 불과한 사람들이고 혈기왕성한 남자애들인 점과 이해심을 넓게 갖기 힘든 환경, 군대 내에서는 아무래도 생각하는 폭도 좁아지게 되고, 매일 똑같은 일을 하다보니까 그런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다독여서 끌어주기 보다는 집단적으로 폭행이나 따돌림을 하게 되지 않나 싶다."

 

- 집단보다는 개인주의로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해병대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사회가 변해가면 군대라는 곳도 사회 일원들이 만든 또 하나의 사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발맞춰서 흘러가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그런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행을 하려한다거나 정체하려 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고가 증가하지 않나 한다."

 

 

[3신 보강 : 12일 오후 3시 40분]

 

[해병대 박 일병과 이 일병] "맞는게 싫으면 안 왔으면..."

 

"말하지 말랬는데..."

 

질문을 던지는 기자에게 박아무개 일병이 망설이며 말했다. 옆에 있는 이아무개 일병은 묵묵부답이었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난감해 했다.

 

두 사람은 해병대 부대에서 근무 중이다. 박 일병의 고향으로 같이 놀러가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해병대 총기사건을 일으킨 김 상병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부대 내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본인들 탓"이라 했다.

 

"그 사람들은 '못' 견딘 거죠. 이상해요. 제대로 못하면 맞고 괴롭힘 당하는 거 다 알고 왔으면서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이어 박 일병은 "기존에 있던 룰을 깨선 안 된다"며 "싫으면 오지 말았으면 됐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박씨는 고참과 간부를 대신해 후임들을 교육해야 하는 '관리사병'이다.

 

그는 "안 때리면 말을 안 듣는다"며 "다른 곳도 다 그러는데 유독 해병대에게만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두 사람은 왜 해병대에 지원했을까. 둘 다 "다르고 멋있어서"라고 답했다.

 

[DMZ 근무 일병] "기수열외는 절대 안되죠"

 

용산역에서 만난 우아무개 일병(21. 육군. DMZ 근무)은 군 생활이 어떠냐는 물음에 "군기가 강해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고 이병 때 일을 잘 못해서 많이 혼났지만 지금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에 적응 잘하는 사람도 군대에 적응 못할 수도 있잖아요. 군기를 안 좋은 방법으로 잡으려 하고 억지를 부리며 괴롭히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저도 좀 힘들었어요."

 

해병대 총기사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군대는 상하관계가 확실하고 고립되어 있다 보니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겁니다. 사회에서는 보기 싫은 사람 있으면 안 볼 수 있고,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면 피하면 되는데 군대는 그럴 수가 없죠. 말 섞기 싫은 사람이 있어도 1년, 2년 봐야 하는데서 충돌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의 말에 따르면 군대내 사고는 사회와 차별되는 군대의 특성 때문이라 했다. 그리고 군대는 사회보다 약육강식 논리가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기수열외'를 알고 있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몸이 아프다거나 장애가 있다거나 그런 경우가 아닌 이상 기수열외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육체적으로 괴롭히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이야 말로 사람을 정말 힘들게 합니다."

 

DMZ에도 '기수열외' 같은 문화가 있는지 궁금했다.

 

"군기가 잡혀야 군대라는 생각으로 많이 괴롭히긴 합니다. 하지만 기수열외 같은건 생각도 못했어요. 해병대에서 그런 일을 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죠."

 

우 일병은 정말로 해병대 사건을 안타까워하는 듯했다. 해병대에 지원하려는 친구를 휴가 기간에 만날 텐데 해병대 총기사건과 '기수열외' 이야기를 꺼낼 거라고 했다.

 

공군과 해군과 달리 육군에는 구타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고 익히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대답하길 머뭇거리다 "폭력은 아니지만 한두 대씩 가슴이나 머리를 주먹으로 맞은 적이 세 차례 있다"며 "심한 구타는 아니라서 폭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군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를 어떻게 하면 근절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물었다.

 

"우리 부대도 1년 전까진 구타와 가혹행위가 굉장히 심했다고 선임병으로부터 들었어요. 그런데 대대장님이 바뀌면서 많이 줄었습니다. 대대장님이 구타나 가혹행위를 심하게 하면 가해자를 모두 영창에 보내 버렸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부대원의 상당수가 영창에 있었데요. 그 후로 엄청 많이 줄어 들었죠."

 

 

[2신 : 12일 오후 1시 36분]

 

"해병대, 병사들에 언론 접촉하지 말라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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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병대에서 군내 집단 따돌림인 '기수열외' 등으로 총기사건과 자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국군철도수송지원반에서 휴가 나온 해병대 병사들이 열차표를 구하고 있다.
ⓒ 유성호

12일 오전 9시 서울역. 여느 때와 같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국군철도 수송지원반(TMO) 앞에서 휴가나온 것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몇 명 서성이고 공중전화에도 몇몇 군인들이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다.

 

공중전화 앞에서 한 명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라고 하자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기자를 응시했다. 육군 상병인 그는 휴가 나왔냐는 가벼운 질문에도 신중하게 답했다. 조심스레 해병대 총기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 그는 말했다.

 

"전 그 점에 대해 소견을 말할 입장이 아니에요. 휴가 나오기 전 부대에서 그렇게 교육받았고. 궁금하신 점은 육군 참모부에 물어보시면 됩니다."

 

그는 "9박 10일 휴가를 받았는데,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같은 시각 용산역에서 만난 TMO 근무 병사도 해병대 병사들을 인터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병대 병사들이 탄 열차가 언제 오느냐는 질문에 그는 "해병부대 내에서 병사들에게 언론 접촉을 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아마 취재가 잘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용산역까지 오는 길에 탄 택시기사 김학선씨(57·육군 병장 제대)는 "해병대원들은 타부대에 비해 과거부터 유독 군기가 세고 선후배간 유대가 강한 것을 자랑하곤 했다"며 "전우애를 생명과 같이 여겨야 할 군대에 '기수열외'와 같은 왕따문화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해 병사가 동료 병사에게 하나하나 조준사격을 가했다는 것을 볼 때 그 부대 병영 문화에 뭔가 큰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억압적인 분위기에 익숙치 않으니 휴가나 외박을 자주 내보내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덧불였다.

 

한편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11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포항에서 발생한 해병대 병사 자살 사건에 대해 "귀신 잡는 해병이 '해병 잡는 해병'이 되었다"며 "자기보다 계급이 약한 이를 괴롭히는 비겁한 사디스트들은 조사해서 다 구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병대 한아무개 병장] "이병 때는 맞고 상병 때는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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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 길상면 해병대 2사단 해안초소에서 4일 오전 김아무개 상병이 동료들을 향해 조준 사격을 해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김아무개 상병 포함)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다른 부대에서 지원나온 군인들이 무장한 채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
ⓒ 권우성

 

 

"요즘 힘들다. 해병대에서 사건 사고가 많이 터져 조사받으러 자주 다닌다. 귀찮다. 병장이라 특히 더 그렇다."

 

해병대 한아무개 병장의 말이다. 12일 오전 서울역에서 만난 그에게 강화도 해병대 총기사건을 아느냐고 묻자 금세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어느 미친 놈이 또 발광을 했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 미친 놈이 간혹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최근 포항 지역의 해병대 한 명이 자살한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일이 있기는 하다"고 밝혔다.

 

최근 일어난 사건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구타'와 '기수열외'를 물었다.

 

"아무 생각 없는데."

 

그는 멋쩍은 듯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있는 거라 아무 생각없이 답습해요. 일·이병 때는 맞고. 상병 이

후엔 똑같이 때리고."

 

그는 이어 "그래도 구타는 요즘 많이 나아진 편"이라며 "요즘 부대 분위기가 많이 안 좋다"며 걱정했다.

 

[휴가 나온 해병대 강아무개 일병] "본인들이 원해서 들어온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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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한 장면.
ⓒ 에이앤디 픽쳐스

 

 

서울역에 해병대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지인을 통해 휴가를 나온 한 해병대원을 소개받아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기자의 전화를 받은 그는 담담했다. 서해안 부근에서 해병대 생활을 하고 있는 강아무개 일병은 1, 2년 전만 해도 정말 많이 때렸지만 지금은 폭력이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

 

"작년 여름 전까진 사람 취급 안하고 정말 많이 때렸대요. 그런데 무슨 사건이 있던 건지 그 이후로 많이 나아졌어요."

 

그는 자신이 운이 좋다고 말했다. 주변엔 간혹 아직까지 맞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해병대에서 일어나는 구타 등의 폭력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데 해병대 들어오는 사람들 자체가 이런 분위기를 알고 들어와요. 자원입대잖아요. 많이 맞는 걸 이미 알고 들어가는 거죠."

 

그는 해병대에서는 구타나 기수열외 같은 문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왜 저럴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이더라고요. 사실 일·이병 때 고생할 것도 알고 들어온 거고. 본인들이 원한 거잖아요."

 

그의 말에 따르면, 군대는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곳이 아니다. 알아서 잘 해야 한다. 못하면 당연히 혼나는 것이다. 구타나 기수열외가 효과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말 잘 안듣고 일 잘 못하는 애들이, 때리면 나아진대요. 저도 봤는데, 정말 그렇다니까요."

 

조심스럽게 '기수열외' 이야기를 꺼내봤다. 그는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보다 더 혹독하던 시절엔 기수열외가 없었대요. 최근에 생겼어요. 요즘 애들이 워낙 '해병답지 않은 짓'을 하니 다같이 합의해 그런 걸 하는 거죠."

 

전화를 끊기 전, 그는 내게 얼마 전에 일어난 총기사고를 주도한 군인의 계급에 주목하라고 충고했다.

 

"때려도 말 안 듣는 애들을 포기하는 게 기수열외예요. 제 주변에 당한 사람이 있는데, 정말 힘들대요. 여가시간 없이 밤낮으로 근무하는데, 이런 걸 풀 대화 상대가 없다는 게 얼마나 무서워요."

 

그는 "옆에서 말리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해군 김아무개 이병] "가혹행위와 욕설은 있지만 구타 당하지 않아"

 

"인터뷰 같은 거 하지 말라고 교육 받았습니다. 진짜 이거 하면 안 되거든요."

 

용산역에서 만난 해군 김아무개 이병은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휴가 나오기 전에 언론과 접촉을 하지 말라고 철저하게 사전교육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익명을 보장하겠다는 기자의 다짐을 듣고나서야 짧은 인터뷰에 응했다.

 

- 해병대 총기사건과 다음날 일어난 자살 사건은 알고 있나?

"잘 알지 못한다. 군대 내에 있고 계급이 낮다보니 뉴스를 볼 기회가 없다. 총기사건만 전해 들었다."

 

- 구타당한 적 있는가?

"나는 구타당한 적 없다. 매일 가혹행위를 당하고 욕설은 듣지만 구타는 당하지 않았다. 헌병이라 군기가 센 편이지만 과거처럼 집단적인 구타나 가혹행위는 많이 줄었다."

 

- 그럼 구타당하는 것을 목격한 적은 있는가?

"없다. 있을지 모르지만 본 적은 없다."

 

- 해병대의 '기수열외' 같은 악습이 해군에도 있는가?

"없다. 영향력이 센 선임이 있고, 약한 선임이 있지만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후임병들은 뒤에서 욕해도 선임병 앞에서는 선임 대접을 해준다. 그리고 영향력 센 선임병은 그래도 기수가 중요하니 누구에게든 기어오르는 일이 단 한차례라도 목격되면 단단히 각오해라고 말했다."

 

- 군대에서 왜 구타나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상하관계가 확실해서 그런 것 같다. 인터뷰 진짜 더 못하겠다."

 

 

[1신 : 12일 오후 1시 23분]

 

20년 전에도 화장실 바닥을 혀로 핥으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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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해병대 해안소초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로 희생된 고 이승훈 중사, 고 이승렬 병장, 고 박치현 병장, 고 권승혁 상병의 합동영결식이 6일 오전 경기도 분당 국군수도병원 연병장에서 해병대사령부 주관으로 열렸다. 운구행렬이 차량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동료 해병대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오마이뉴스>의 한 선배는 20여 년 전 군 입대해서 소초로 배치되던 날, 엉덩이까지 차오른 눈에 머리를 박고 고참이 휘두른 삽으로 먼지나게 맞았다고 합니다. 칠흑같은 폐벙커에 엎드려뻗쳐한 채 고참으로부터 엄청나게 발길질 당했다고도 합니다. 화장실 청소가 안됐다면서 바닥을 혀로 핥으라는 소대장의 명령을 거부했다고 또 두드려 맞았고, 철모에 명치 끝만 올려놓고 공중부양해야 하는 일명 '헬리콥터' 얼차례도 당했다고 합니다.

 

최근 강화도 해병대 총기사건을 계기로 군대내 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10일 밤 해병 제1사단에서 자살한 정아무개(19) 일병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왼쪽 가슴에서 구타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흔 세 곳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지요.

 

해병대 총기사건과 자살사건 등을 계기로 온라인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온라인 포털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해병대 갤러리'에는 최근 문제된 기수열외나 구타를 비판하는 익명의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구타나 왕따는 상관에게 미움을 받거나 행동이 굼떠 받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아무런 이유 없이) 때리는 선임도 있다."

 

"군대라는 사회는 동물의 세계와 비슷하다. 말로 시비를 거는 것으로 모자라 몸에 손대는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물론 군내 폭력은 필요악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폭력이 줄면) 육군은 내무 기강이 망가져서 상병인지 이등병인지 알 수 없다. 구타가 없으면 내무기강이 무너진다."

 

그래서 오늘 대한민국 해병대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군대 내 구타가 얼마나 만연해있는 것인지? 구타를 없애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 것인지? 자신의 자식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던 수많은 부모들이 발을 뻗고 자도 되는 것인지?

 

두 명의 대학생 인턴기자들이 오늘 하루동안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대한민국 해병대의 육성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기사원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95037&CMPT_CD=P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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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jdwhd24 2011.07.13 00:01

    기자들의 질문은 자신들의 취재목적에 맞춰 대답을 유도하지.....좀 기사가 될만한 것들로 시간을 보내라....취재 할게 그렇게 없냐........정작 취재해야 할것들은 못하는 것글이 아고 참자...참어...혈압만 올라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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