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성형주 기자 = 이정윤 해병대전략연구소장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해병대전략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foru82@newsis.com 2012-04-03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사회다. 하룻밤 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가 급변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싱크탱크(Think Tank)'가 있다. 오늘날 싱크탱크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전략의 근간이 되는 연구결과를 쏟아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들은 앞 다퉈 최고의 싱크탱크 만들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내·외적으로 다사다난한 해가 될 전망이다. 밖으로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통령선거, 안으로는 4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과 12월 대통령선거라는 '빅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예측하고 분석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싱크탱크는 그래서 큰 관심을 받는다. 뉴시스는 올해 대한민국 싱크탱크를 재조명 한다. 그 아홉번째 순서로 '해병대전략연구소'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정윤 해병대전략연구소 소장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져야 합니다."

【서울=뉴시스】글·사진= 정의진·성현주 기자 = 천안함 사태 이후 한반도 안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뒤이어 지난해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김정은 체제로의 변화 등이 남북한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윤(71·사진) 해병대전략연구소장은 지난달 26일 "'안보'라는 그릇이 튼튼해야 경제도 담을 수 있다"며 "이 그릇이 깨지면 무너진 경제를 다시 일으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가안보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현재 전쟁이 종료된 상황이 아니라 잠시 전쟁을 중단한 휴전 상태다. 전쟁이 일어 날 경우 '발발'이 아니라 '재개'로 보는 것이 옳다는 지론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북쪽으로는 휴전선, 3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반도 국가지만 섬과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즉,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상에는 붙어 있지만 국경선이 없는 국가다. 이 소장은 이에 "국민들이 스스로 '우리가 이처럼 위험한 지역에 살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그는 "국방부와 국민들 사이의 소통 부재로 국가안보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높아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천안함 2주기를 맞아 이날 이 회장을 만나 연구소의 현안과 핵심 연구분야 등에 대해 들어 봤다.

- 해병대전략연구소의 가장 큰 경쟁력은.
"지난 2004년 해병대 출신 정치학 박사 5명이 뜻을 모아 연구소를 창립했다. 그 이후에도 다수의 인재들이 모군의 발전을 위해 자원봉사적 차원에서 연구소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이 있듯 물질적 대가를 바라지 않고, 스스로 해병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다. 이것이 우리 연구소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선 해병대 출신들의 '의리'를 인정한다. 그 연장선에서 볼때 '귀신잡는 해병' '무적해병' 등과 같은 특색있는 구호들도 이 처럼 의리를 공고히 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모두 역사가 있는 구호들이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해병대의 김성은 부대가 통영상륙작전에서 큰 승리를 거뒀다. 이 때 종군하고 있던 한 외신 기자가 해병대를 가리켜 '귀신잡는 해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당시 불려졌던 그 칭호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적해병'의 경우도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해병대가 도솔산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얻은 칭호다.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해병대의 승리를 축하하는 뜻에서 '무적해병'이라는 휘호를 적은 것이 계기가 됐다. '신화를 남긴 해병'은 베트남 짜빙동 전투에서 '해병대가 신화를 남길 정도로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는 신문 기사를 통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구호들이 해병대 정신으로 이어지면서 하나의 전통으로 이어져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다. 현재 복무중인 해병대원들도 이와 관련해 교육을 받는다. 역사가 있는 구호들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하지 않도록 당부도 잊지 않는다."

- 해병대에서는 유달리 붉은색이 강조되는 것 같다. 머리 모양도 타군과는 다르다. 이유가 무엇인가.
【서울=뉴시스】성형주 기자 = 이정윤 해병대전략연구소장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해병대전략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foru82@newsis.com 2012-04-03

"붉은색은 피를 상징한다. 피를 흘려 조국을 방어한다는 의미다. 즉 조국에 충성한다는 최고의 표시를 피로 나타낸 것이다. 머리 모양의 경우 특별한 의미는 없다. 일각에서는 물에 빠졌을 때 쉽게 구조할 수 있도록 가운데만 남겨 놓고 모두 깎는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 연구소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예산 지원은 물론 다양한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운영재원을 충당하고 있는가.
"연구소 운영을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가장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해병대전략연구소는 해병대 출신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이들로 부터 매년 후원금을 받고 있다. 이 밖에 광고후원과 용역연구사업 등으로 예산을 충당해 왔다. 국방관련 연구기관들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도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정부의 작계 계획에 따르면 서북 방위를 해병대에 전적으로 맡기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그러나 숫적인 면에서 볼때 북한에 비해 절대적 열세인 상황인데 이에 따른 보안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서북지역 해병대가 너무 약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수치상으로도 열세이지만 장비 또한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지난해 6월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가 해병대사령부에 편성됐다. 현재 서방사는 실전 훈련으로 가능한 모든 가상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으며, 24시간 동안 가동하는 상황실에 육·해·공군 참모요원들이 상시 근무하는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전보다 전력이 증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천안함 사태에 이은 연평도 포격사건, 김정은 체제로의 변화 등으로 한반도 안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반도 안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우리나라는 북쪽으로는 휴전선, 3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반도 국가이지만, 섬과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즉,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상에는 붙어있지만 국경선이 없는 국가다. 이 밖에 우리나라와 북한은 현재 전쟁이 종료된 상황이 아니라 잠시 전쟁을 중단한 휴전 상태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발발'이 아니라 '재개'로 보는 것이 옳다. 국민 스스로 '우리가 이처럼 위험한 지역에 살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가안보에 대한 관심도 적극적으로 가져야 한다. 최근 수년 사이에 발생한 큰 사건들이 현재의 안보상황을 말해 준다. '안보'라는 그릇이 튼튼해야 경제도 담을 수 있다. 이 그릇이 깨지면 무너진 경제를 다시 일으키긴 쉽지 않다."

-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이견을 보이고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고 있다. 해병대전략연구소는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어떻게 보는가.
"1992년 제주방어사령관으로 있을 때 합동참모본부 검열에서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브리핑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벽에 걸려 있던 우리나라 지도를 거꾸로 걸어 놓고 '향후 통일이 되면 제주도가 최전방이 되기 때문에 제주도에 해군기지와 공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로선 북한의 도발에 대한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통일이 됐을 경우 최전방인 제주도의 가장 큰 적은 일본과 중국이다. 우리나라의 국력도 북쪽보다는 남쪽 해안으로 확장돼야 한다. 따라서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만들고 일제시대 당시 사용됐던 공군 비행장 터를 공군기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 지난해 강화도 해병대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다. 해병대의 엄격한 위계질서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병대라고 하면 군기가 세다는 의식이 있는데, 사실이 그렇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암암리에 사병들 사이에서 잔존하다 보니까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것 같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인데, 기존의 문화를 갑자기 바꾸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해병대가 타군에 비해 이런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수용하고, 이를 얼마나 줄어들게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서울=뉴시스】성형주 기자 = 이정윤 해병대전략연구소장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해병대전략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foru82@newsis.com 2012-04-03

- '보안'이 중요시되는 분야라 국방 쪽은 외부 노출이 거의 없다. 국민들과 적극적인 소통도 부족한 편이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가 절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소통의 부재도 한 원인이겠지만, 군 출신 대통령들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시선도 작용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고취시키고 보다 개방적인 대국민 소통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이 밖에 참전용사뿐 아니라 국군에 대한 마땅한 대우도 이뤄져야 한다. 군대는 국가안보를 위해 병사들의 목숨을 요구하는 조직이다. 나를 향해 날아 오는 총알을 피하면 가족이 목숨을 잃는다. 내가 그 총알을 맞음으로써 '조국의 방패'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국군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고 국가를 보위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참전용사와 국군에 대한 적절한 대우는 군 출신 대통령이 있을 때도 바로 정착되지 못했다. 당연한 대우인데 당연하게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 우리나라에서 해병대의 역할은.
"해병대가 국가안보에서 가장 핵심적인 세력이라고 자부한다. 얼마 전 '국민 속의 해병대'라는 주제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 해병대를 가장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시에 어느 군대가 가장 믿음직한가'를 묻는 질문에 60% 이상이 해병대를 선택했다. 하지만 해병대는 국가가 필요로 할 때는 늘어났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감축하는 불안정한 군대다. 육군은 지켜야 할 땅이 있고, 해군은 바다가 있다. 공군은 하늘이 있는 반면 해병대는 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해병대의 역사를 보면 증강과 감축의 역사를 거쳐 현재는 '3개 사단과 3개 비행사단을 둔다'는 부대 규모를 명시한 군조직법을 갖고 있다.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우리나라 해병대의 기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해병대전략연구소가 올해 중점을 두고 연구하는 분야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예정대로 오는 2015년 12월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이양되면 해병대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더불어 예하부대인 한미연합해병대 구성군사령부도 분리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까지 한미연합 상륙작전 당시 공중돌격을 위해 지원되던 미국 해병대 헬리콥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단급 상륙작전을 위한 미 해군의 함선 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 한국 해군도 현재 여단급 상륙작전 지원만 가능하다. 이에 우리 연구소는 향후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되면 해병대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주변여건이 어떻게 형성돼야 하는지 중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방법이 있다면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관계없이 평시에는 해병대가 미군과 함께 상륙작전 훈련을 진행하고, 전시에는 힘을 합쳐 적과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해병대 생존권과 연관된다.
이 밖에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이 바뀜에 따라 한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 특히 해병대가 향후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본격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정책변화에 따른 우리의 대응책 마련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 해병대전략연구소= 사단법인 해병대전략연구소는 2004년 해병대 미래 전략발전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매년 국방 관련 세미나를 2회 실시하고 있으며, 해병대 전략발전 분야 전문 학술지인 '전략논단'도 발행하고 있다. 해병대 정책발전 연구과제 수행 및 미국 해병대 관련 전문서적 번역 관련 용역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향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따른 해병대의 역할 변화와 통일 이후 논의될 수 있는 군비 통제, 군 구조 개편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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