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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연평도 무력 도발 ◆

정부가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 지역에 `서해5도사령부(가칭)`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기습 도발을 막기 위해 서해 5도 지역을 사실상 `요새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매일경제신문과 통화하면서 "육ㆍ해ㆍ공군 및 해병대 전력을 모두 포함한 서해5도사령부를 신설할 것"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국방과제 보고서가 청와대에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해5도사령부는 각군이 연합작전을 펼치는 합동군 형태로 운용될 것"이라며 "그중 해병대 병력은 현 5000여 명 수준에서 1개 사단(약 1만2000명)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서해5도사령부 창설의 핵심은 북한 서해 전력에 맞서 우리 육ㆍ해ㆍ공군 및 해병대 전력을 합동군 형태로 운용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구상은 지난 3월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각 군이 자군 중심으로만 움직이다 보니 유사시 상호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군 관계자는 "다양한 북한의 도발 위협 요소를 인지하고, 군별로 움직이는 기존 작전 개념을 초월한 기구가 필요하다"며 "이 기구는 증강된 북한 비대칭 전력과 국지 도발 가능성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사조직의 합동성을 유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부대 구조와 지휘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향후 창설 예정인 합동군사령부와의 지휘 체계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를 명백히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서해5도사령관에게 현장 작전지휘권이 전폭적으로 주어지지 않는 한 사령부 창설의 의미가 작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휘권과 관련해선 주한미군과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공유할지에 대한 결정도 뒤따라야 한다.

현재 군은 합동군사령부를 따로 창설하지 않고 합참의장이 이를 겸임하도록 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우)는 합참의장 권한을 분산하고 각 군에 실질적인 작전을 맡기려면 합동군사령부 창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선진화추진위는 군 개혁과제를 확정했고, 조만간 이명박 대통령에게 서해5도사령부 창설 등과 관련한 보고를 할 예정이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서해5도사령부의 규모와 전력 확충이다. 서해 5도를 요새화하기로 한 이상 소형 고속정과 장거리포 등은 물론 헬기 등 각종 장비가 다수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5000여 명 수준에 머물고 있는 서해 지역 해병대 병력이 1만명 넘는 사단급으로 늘어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금은 유사시에만 2000~3000명의 병력이 추가로 투입된다. 서해5도사령부 창설 시기는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받는 2015년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李대통령 軍 불신 갈수록 커져 =

이명박 대통령의 군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이후 군 내부의 총체적 기강해이와 지휘체계 문란 등에 대해 보고받고 상당한 실망을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번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군의 대응을 지켜보며 군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당초 내년 초로 예상됐던 김태영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교체 시기가 더욱 앞당겨 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군 지휘부 전반에 대한 인사와 인적쇄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북한의 연평도 도발 직후 합동참모본부를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행보였지만 군의 소극적 대응을 질타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군은 성명 발표와 같은 행정적인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100번의 성명보다 행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군의 의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적의 도발이 있을 때 군은 강력히 대응을 하고 대통령은 적당히 수위조절을 하는 것이 순리"라면서 "지금 군은 너무 소극적이고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군의 안보의식 이완과 기강해이의 이유를 두 가지로 보고 있다.

하나는 평화시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전투경험이 없고 안보의식이 희박한 군이 지휘부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제7차 지역발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분단된 지 60년이 되다보니까 군도 다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불과 40마일 밖에 장사포로 무장된 북한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점은 과거 10년간 진보정권에서 남북정상회담 추진, 남북 긴장관계 완화 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군의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전군 지휘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안보 대상이 뚜렷하지 않도록 만든 외부 환경이 있었고 그로 인한 군 내부의 혼란도 있었을 거라 본다"면서 과거 정부 10년을 우회적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강한 군대는 강한 무기보다도 강한 정신력이 더욱 중요하다"며 안보태세 전면 재점검을 주문했다.

현 정부는 서해교전 전사자들에 대한 과거 정부의 처우를 거론하며 군의 사기저하를 설명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에는 이번에 북한이 도발한 연평도 일대의 해병대 병력감축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군의 전투능력을 떨어뜨린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을 바라보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태도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이 국방장관에 대한 질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싸움을 하고 있는 장수나 병사에게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28일 서울 수복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서도 "우수한 조직과 무기, 잘 준비된 작전계획에도 불구하고 비상상황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군의 태도를 질타한 바 있다.

[이유섭 기자 / 임태우 기자 /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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