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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대 연평부대원들이 29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북한 해안이 보이는 등대공원으로 가는 도로의 통행을 막고 있다. 군은 이날부터 마을 안쪽을 제외한 연평도 전 지역의 민간인 통행을 차단했다. 연평도/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주민들 왕래끊겨 정적
주민들 또다시 긴장
백령도도 ‘탈출’이어져
“서해교전때보다 심각”

서해의 한-미 연합훈련 이틀째인 28일, 인천광역시 옹진군은 군의 요청을 받고 낮 12시를 기해 연평도 전역(7.29㎢)을 통합방위법에 따른 통제구역으로 설정했다. 해병대는 면사무소와 민가가 모여 있는 중부리와 남부리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사실상 섬 전역에서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나섰다. 취재진이 북한 쪽을 볼 수 있는 조기박물관과 관광전망대, 새마을리로 들어가는 도로도 차단됐다. 오후 5시10분께는 “내일 오전 10시에 사격훈련이 진행됩니다. 주민들은 가까운 대피소로 피해주십시오”라는 안내방송으로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이날 밤 사격훈련이 취소됐다는 방송이 다시 나와 주민들은 안도했다.

포격으로 폐허가 된 지 일주일째, 연평도는 긴장 속의 정적만 감돌 뿐 섬 전체가 무기력했다. 소방방재청과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연평초등학교 한편에 지은 19.8㎡(6평) 크기의 조립식 주택 15채가 이날 완공됐지만, 떠난 주민들이 돌아오지 않아 언제 주인을 맞을지 알 수 없었다.

긴장 상황이 계속되면서 섬의 행정 업무도 제대로 된 복구작업이 아닌 유지 업무만 이뤄지고 있다. 옹진군청 상황실 관계자는 “주민들이 아직 섬으로 돌아오겠다는 뜻이 없어 구체적인 복구 계획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평도의 당섬선착장도 취재진과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사람들만 오갈 뿐 주민들의 왕래는 거의 없었다. 이날 연평도로 들어오는 여객선을 타고 섬으로 온 주민은 10명이었고, 5명이 이 배를 타고 다시 나갔다. 연평도에 남은 주민 숫자는 36명이 됐다. 이날 섬에 들어온 강영림(79)씨는 “24일 아침에 나가서 오늘 처음 들어온다”며 “비가 온다고 해서 깨진 집 창문에 비닐이라도 씌우고 옷가지 좀 챙겨서 내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 5도 가운데 하나인 백령도에선 혼란스런 상황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께 백령도항에 도착한 여객선 마린브릿지호에는 배에서 내리는 이와 올라타는 이가 뒤엉켰다. 백령도로 들어간 이는 취재진을 포함해 230여명, 백령도에서 빠져나온 사람은 240여명이었다. 백령도로 돌아가는 이들은 머뭇거렸고, 탈출하는 이들은 단호했다.

중학교 3학년, 1학년 자녀와 함께 백령도로 돌아온 박아무개(48)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하고 나도 직장이 있어 불안하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백령도를 떠난 박아무개(33)씨는 “포격 소식을 들은 직후부터 가능한 한 빨리 일을 마치고 떠나고 싶었다”며 “일이고 뭐고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령도 주민들은 인천항으로 피신을 해도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인천에 친척집 등 머물 곳이 있는 이들만 당분간 섬을 떠나 있는 형편이다.

백령도 주민들은 최근 1~2년 사이 피부로 느낄 만큼 긴장감이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김아무개(55)씨는 “우리야 워낙 포 소리를 많이 들어서 무덤덤한 편인데도, 지난해와 올해에는 미사일 훈련이다, 천안함 사건이다 해서 관광객도 끊기고 주민들의 긴장감도 높다”고 말했다.

<한겨례신문 연평도 백령도/이승준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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