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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부대는 지지 않았다!
(문화일보의 '패전' 용어 사용에 대한 우리의 글)

 '패전’이라 함은, ‘싸움에서 짐’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합법적인 전쟁에서 상대방에 의해 졌다는 말이다. 전쟁에 참가했던 병사는 패잔병이 되고, 장수는 패장이 된다. 진 쪽에서는 진열이 무너지고 전의가 상실되어 적의 요구에 무릎을 꿇고 굴욕적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동네 패싸움에서도 지면 구역을 양보한다. 패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
패전'이라는 의미를 알지 못하고 거리낌 없이 12월 16일 30면 오피니언 코너 “연평패전 후 23일…한심한 군 인사와 민방위훈련” 제하와 12월 17일 38면 오후여담 “군 경시의 저주”,  사설 등에서 13회에 걸쳐 적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근거 없는 '패전'으로 보도하고 있는 문화일보의 패배의식에 가득 찬 보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약 2000여명이 넘게 살고 있는 평화로운 섬 연평도에 무자비하게 포탄을 쏴댄 북한의 그 잔인한 불법성에 맞서 당시 연평부대원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대응했고, 그들은 결코 지지 않았다. 누가 졌고 누가 이겼다는 것인가?

 
적의 포탄에 무서워 장병들이 도망쳤거나, 현장의 지휘관이 공황상태에 빠져 지휘를 하지 못했다면 ‘패전’이 맞다. 그러나 6.25전쟁 이후 우리 국민들을 향해 포탄을 발사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그 상황에서도 해병대 연평부대 장병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철모에 불이 붙는 줄도 모르고, 귀 옆에 파편으로 피가 흐르는 줄도 모르고, 화염 속에 있는 전우를 끌어안고 격려하며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장병들의 진솔한 수기에서 잘 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런 전투를 패전이며, 당시 전투에 임했던 장병들에게
“패잔병”이라고 문화일보가 부를 수 있는가? “적이 추가 도발한다면 모조리 가루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사생의 결의가 가득 찬 장병들의 전의가 상실되었는가? “적어도 그 순간 우리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는 그들의 의연함을 문화일보는 짓밟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군 인사와 민방위훈련을 좀 더 잘해야 한다’는 취지의 비판을 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 그런 것인가 묻고 싶다. 휴가 중에 복귀하여 화재를 진압한 장병이 패잔병인가? 부상당한 장병들을 치료하기 위해 건물 주변에 11발이나 떨어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또한, ‘대피하라’는 방송을 무시하고 피 흘리는 전우를 치료하던 그 장병들의 가슴을 북한군이 아니라 문화일보가 후벼 파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군 경시의 저주”를 지적하면서 지금 문화일보에서 해병들의 분투를 경시하고 있는 것은 모르는가?

 
적의 피격으로 자동기능에 오류가 발생하자 수동으로라도 전환하여 사격에 가담한 그 해병들을 그동안 어리게만 보아온 기성세대가 와서 잘했다고 칭찬하고 격려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적의 도발이후 정치인들과 언론에서 정확하지도 않으면서 또한 적을 이롭게하는 보도를 무분별하게 일삼고 있는 그 때에도 우리 장병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도 포안에서 교대로 잠을 자면서, 포 진지의 차가운 콘크리트바닥에서 식사를 하면서 언제 있을지 모르는 적의 도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모든 안위를 포기한 이유는 오직 하나다. 그것은 후방에 있는 우리 국민들, 부모님과 형제자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함이 아닌가?

 
후방의 국민들이 알아주든 말든 상관없다. 당연히 군인으로서 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그런 해병대 장병들을 패잔병으로 만든 문화일보를 우리 해병대와 가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우리 해병대는 결코 지지 않았다. 2명의 전우를 잃고 우리 모든 해병의 가슴에 눈물로 묻었다. 부상당한 전우들의 뼈아픈 상처를 매일 매만지고 있다. 우리가 패해서가 아니라 적의 불법적이고 기습적인 포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적의 사격 징후가 보일 때마다 적의 포대를 우리가 선제타격하여 파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적의 기습을 당할 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것이 최전방 우리 해병들이 처해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금도 의연하게 대한민국의 한 부분을 지키고 있다. 감히 그런 그들을 패잔병으로 부르기 전에 어린 장병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를 스스로 돌아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대응할 가치도 없는 문화일보에 정정보도나 사과같은 것은 요구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수십만 해병의 가슴에 박힌 못이 다 빠지고 아물 때까지 문화일보는 주목받고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문화일보에서 12월 17일자 군을 경시했을 때 저주로 다가올 수 있다고 하면서 사용한 그 단어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연평도 해병대 장병들이 자랑스럽고, 그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2010년 12월 17일

해병대 정훈공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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