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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에 온 지 1주일도 안된 해병대 신병들, 필승 의지 다져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1-01-01 03:29

"솔직히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빨리 배치됐으면 좋겠습니다."

백령도에 들어온 지 1주일도 되지 않은 해병대 이병들은 하루라도 빨리 서해 최북단을 지키고 싶어했다. 31일 해병대 6여단에서 만난 신병 4명은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다. 이들은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6주 교육을 받고 27일 섬에 들어온 해병대 막내들이다. 실무 부대에 배치되기 전 1주일간 대대에서 정훈교육과 부모님께 편지쓰기 같은 적응 교육을 받고 있다.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1129기 해병들은 군복을 입은 지 3주 만에 훈련소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소식을 들었다. 김준기(21) 이병은 "훈련교관이 포격 도발이 있었다고 말하면서 시국이 흉흉한 만큼 더 훈련에 매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이병은 또 "'상황이 악화하면 훈련병들도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거나 '사격 연습을 앞당겨 한다', '6주 훈련기간이 3주로 줄어든다'는 등 각종 얘기가 훈련병들 사이에 돌았다"고 했다. 훈련단 홈페이지의 메일 수신함은 군대 보낸 아들과 남자 친구를 걱정하는 편지들로 서버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훈련 3주차가 되면 해병대 훈련병들은 2년 동안 근무할 포항, 김포, 연평도, 백령도 등 복무 부대에 무작위로 배치받는다. 최창규(21) 이병은 "연평도로 부대 배치를 받은 동기들의 분위기가 암울했던 게 사실"이라며 "화장실에서 눈물을 보인 동기도 있었지만, 모두가 별일 없을 거라고 위로해줬다"고 했다. 백승만(21) 이병은 "오히려 연평도에 가려고 했던 동기들도 많았다"며 "전투모가 타는 줄도 모르고 임무를 다했던 선임을 보고 같은 해병으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5주차 훈련이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평소 훈련병 앞에서 이를 드러내 웃는 법이 없는 무서운 훈련 교관들이 훈련병들에게 영상 편지를 보냈다.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군 복무하길 바란다. 너무 겁먹지도 말고 강인하게 군 생활해라. 절대 죽지 마라. 너희가 그냥 죽게 우리가 내버려 두지도 않을 거다." 송권우(21) 이병은 "그 편지를 보고 뭉클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이는 해병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전역하는 2012년이 아직 까마득하지만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하면 두려워할 게 없을 것"이라고 백령도에서 새해를 맞는 각오를 다졌다. "선·후임들에게 인정받는 해병이 되고 싶어요. 북한이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해병답게 싸울 겁니다."

백령도=박국희 기자 fresh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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