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랜드 낸시(왼쪽)와 연우가 해병대수색대대 복장을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양동욱 기자 |
“필승! 연우 등 모모랜드 9명은 해병대수색대대 훈련 체험을 명받았습니다.”
신곡 ‘어마어마해’로 군 장병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9인조 걸그룹 모모랜드(혜빈, 연우, 제인, 태하, 나윤, 데이지, 아인, 주이, 낸시)가 7일 해병대 제2수색대대를 찾았다. 상큼 발랄한 매력으로 무장한 모모랜드는 지난해 데뷔한 이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 음악방송에 두루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최근에는 지난 4월 발매한 싱글앨범 ‘어마어마해’로 인기가 고공 행진을 하면서 대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멤버 모두가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장병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모모랜드는 이날 해병대수색대대 훈련에 도전했다.
해병대수색대대는 귀신 잡는 해병 중에서도 단 1%만이 갈 수 있는 부대다. 고난도 훈련과 상상을 뛰어넘는 체력단련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해병대수색대대는 명령에 따라 해상과 공중으로 적진 깊숙이 침투해 목표를 타격하고, 정찰·감시 및 화력유도 등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적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 극복 능력과 강한 체력·정신력이 요구된다. 특히 해상침투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장거리 수영 능력, 잠수기술, 수상 강하 능력은 필수다. 모모랜드 멤버 9인은 이날 해병대수색대 훈련 중에서도 잠수기술 숙달을 위한 ‘스쿠버(SCUBA) 훈련’과 급박한 상황을 대비한 ‘직립 다이빙 훈련’을 체험했다.
모모랜드 아인이 청룡 잠수훈련장에서 해병대수색대대 이현진 상사의 설명을 들으며 스쿠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양동욱 기자 |
“우아~ 해병대에 이렇게 큰 실내 수영장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우리 오늘 수영도 배우나요?”
경기도 김포시 해병대2사단 선봉연대 주둔지 내 청룡 잠수훈련장. 이곳에 들어선 모모랜드 연우와 낸시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말로만 듣던 해병대에 온 이들은 모든 것이 신기한 듯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들뜬 마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물속은 지상과 완전히 다릅니다. 작은 실수도 물속에서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죠. 항상 교관을 바라보고 교관의 말을 경청하시기 바랍니다.”
이날 스쿠버 훈련 체험에는 수색대대 이현진 상사가 강사로 나섰다. 잠수 경력 10년을 자랑하는 베테랑 교관이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자 이 상사는 단호한 말투로 소녀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설렘이 가득한 모습으로 들뜬 표정을 하고 있던 소녀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이 상사는 비록 체험이지만 물에서 진행되는 훈련인 만큼 긴장감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모모랜드 아인이 청룡 잠수훈련장에서 해병대수색대대 이현진 상사의 설명을 들으며 스쿠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양동욱 기자 |
“물속에서 급상승 또는 급하강은 금지됩니다. 고막이 파열되거나 안구 통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공기 색전증에 의한 혈류 장애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상사의 이론교육이 이어졌다. 이 상사는 무엇보다 ‘안전’과 ‘침착’을 강조했다. 물속에서 당황하기 시작하면 쉽게 대처할 수 있는 문제도 큰일로 번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유의 사항만 준수한다면 안전한 훈련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론교육을 마친 모모랜드는 다양한 스쿠버 장비와 마주했다. “이번 훈련의 핵심 장비가 바로 이 공기통입니다. 이 공기통에는 11L의 압축공기가 들어있습니다. 일반 공기 2000L에 해당하는 양이죠.” 이 상사의 설명이다. 모모랜드는 공기통을 비롯해 호흡기, 부력조절기, 마스크 등 각종 잠수장비 사용법을 익혔다.
모모랜드 데이지가 7m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직립 다이빙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양동욱 기자 |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론교육이 끝나고 본격적인 모모랜드의 체험 시간. 다른 멤버들이 두려움에 눈치를 보고 있는 사이 아인이 손을 번쩍 들고 자원했다. 호기로움도 잠시, 가녀린 몸으로 공기통과 부력조절기를 어깨에 메고 중량(weight) 벨트를 착용한 아인은 걷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무겁지만 물속에서는 꼭 필요한 장비들이었다. 공기를 넣고 뺄 수 있도록 제작된 부력조절기는 물속에서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고 수면 위로 쉽게 올라올 수 있게 해준다. 반대로 중량 벨트는 몸이 가라앉게 도와주는 장비다.
아인은 수색대대 고준혁 중사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물속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일단 물속에 몸을 맡기니 부력조절기 덕분에 몸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오히려 움직임은 육상에서보다 더 자유로워 보였다. 아인은 물속에서 수경 물 빼기, 짝 호흡 요령 등을 배운 뒤 거침없이 잠수를 시도했다. 고 중사는 아인의 손을 꼭 잡고 그녀를 물속 세계로 이끌었다.
“입으로만 숨을 마시고 내쉬는 게 쉽지 않았어요. 물속에 들어가니 시야도 좁아지고 몸을 제 마음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었고요.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잠수를 해봤다는 사실에 너무 뿌듯합니다.” 잠수를 무사히 마친 아인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소감을 말했다. 아인에 이어서 데이지, 혜빈, 주이가 스쿠버 훈련을 체험했다.
해병대수색대대는 잠수장비를 활용한 수중침투를 목적으로 스쿠버훈련을 한다. 훈련은 잠수장비 운용법 숙달, 수중 1㎞ 이상 방향유지법 숙달, 긴급상황 발생 시 응급조치 능력 숙달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특히 해병대수색대원들은 10주에 걸쳐 진행되는 해병대 특수수색교육 과정을 통해 잠영, 초과호흡, 수중탐색, 수중결색 등 다양한 잠수 기술을 숙달한다. 수색대대 이현진 상사는 “코가 아닌 입으로만 숨 쉬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물이 담긴 수경을 쓰고 2㎞ 구보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잠수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모랜드가 7일 경기도 김포시 해병대2사단 선봉연대 청룡 잠수훈련장에서 본격적인 해병대수색대대 훈련에 앞서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양동욱 기자 |
“모모랜드 데이지, 이함준비 끝!”
청룡 잠수훈련장에 데이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데이지는 이현진 상사의 지시에 따라 다이빙대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섰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7m 높이였다. 데이지는 심호흡을 연거푸 하며 긴장감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손으로 코를 막고 턱을 가려야 합니다. 다리는 X자로 교차해야 하고, 시선은 정면보다 약간 높은 곳을 바라보십시오.” 이 상사는 시선을 떨어지는 물에 둘 경우 무게중심이 무너져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시 후 “뛰어!”라는 이 상사의 명령이 떨어지자 데이지는 눈을 질끈 감은 채 가녀린 몸을 날렸고 일자를 유지한 몸이 “풍덩”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물 위로 고개를 번쩍 치켜든 데이지는 손으로 오케이 표시를 하며 교관에게 이상 없음을 알렸다. 숨죽이며 지켜보던 해병대 대원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함 훈련’이라고도 불리는 직립 다이빙 훈련은 적 공격 등으로 함정이 무력화됐을 때 갑판에서 바다로 뛰어내려야 하는 급박한 상황을 대비한 훈련이다. 실제 이 훈련에 참가하는 해병대 대원들은 완전무장을 먼저 투척하고 30초 이내에 정확한 자세로 뛰어내린 후 단독무장 근거리 수영을 한다. 이어 완전무장의 부력을 이용해 25m 수영을 하며 안전구역 이동 능력을 배양한다. 경북 포항시 형산교에서 하는 직립다이빙 훈련은 해병대 특수수색교육 과정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기도 했다. 직립 다이빙 훈련에 성공한 데이지는 “뛰어내리기 전에는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해병 오빠들의 응원 소리를 듣고 용기를 냈다”며 “막상 뛰고 나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해병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해병대수색대대 대원들은 지옥과 비교되는 극한의 훈련을 이겨내며 당당한 대한민국 해병대 1%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글귀를 가슴에 새기고, 언제 있을지 모르는 출동 명령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더 강해지고 있다. 걸그룹 모모랜드가 해병대수색대대 훈련을 체험하기에 단 하루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정예 해병으로 거듭나고 있는 해병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국방일보 안승희기자, 사진 양동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