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신년특집] 청룡의 해 서부전선 이상무 2024.01.01
푸른 용의 눈으로 붉은 적 제압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가 밝았다. 십이지 동물 가운데 유일한 상상의 동물인 용은 예로부터 힘과 기백을 상징했다. 그 중에서도 푸른 용, ‘청룡’은 호국(護國)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동방의 수호신으로서 청룡은 나라를 지키고 보호하는 상징물로 자주 활용돼 왔다. 우리 군에도 푸른 용을 자칭하는 부대가 제법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청룡부대’는 해병대2사단. 청룡부대라는 이름은 1965년 베트남 파병을 앞두고 명명됐다. 천하무적이라는 자긍심, 최초 파병 전투부대라는 자부심, 반드시 승리한다는 의지가 청룡이란 단어에 담겼다. 지금도 선배 전우의 기백을 이어받아 서부전선을 굳건히 수호하고 있는 해병대2사단 구성원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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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전선 수호 ‘해병대2사단’
한낮 기온이 영하 15℃를 밑돈 지난 21일. 해병대2사단 임무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김포·강화로 향한 이날은 하필 올겨울 가장 추운 날이었다.
더구나 해병대2사단 책임 구역은 한강하구를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해·강안. 성난 듯 얼굴을 강타하는 겨울바람 탓에 코와 귀가 금세 새빨개졌다.
해병대2사단은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서부전선을 철통같이 경계하고 있다. 해안선은 김포~강화도~말도까지 총 255㎞에 이른다. 그 사이엔 유인도서 9개와 무인도서 7개가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청룡부대원을 만나기 위해 가장 먼저 강화도 제적봉에 위치한 강화평화전망대로 향했다. 민간인출입통제선을 지나 찾은 전망대 내부엔 해병대 관측소(OP)가 있었다. 관측소에선 2.3㎞ 떨어진 북녘땅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건너편 예성강을 기준으로 왼쪽으론 연백평야가 펼쳐져 있고, 오른쪽은 개풍군 주민의 생활 모습과 선전용 위장 마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 관측소는 적의 특이동향을 확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유사시엔 포병부대와 연계해 화력 유도를 한다. 그러다 보니 OP장은 포병 관측장교가 보임된다. OP장 이외에는 병사 5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전은수(소위) OP장은 ‘청룡의 눈’으로서 빈틈없는 경계태세를 유지할 것을 다짐했다. “청룡부대 최전방에 있다는 자부심으로 경계·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밤낮 구분 없이, 매 순간이 작전이라 몸은 고되지만, 우리가 청룡부대 눈이라는 책임감으로 맡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겠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 건물 옆에 자리 잡은 ‘제적봉(制赤峰)’ 비석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제적은 ‘붉은 적을 제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과 이어진 서울탈환작전에서 북한군을 소탕한 해병대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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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훈련으로 즉·강·끝 태세 확립
다음으로 향한 곳은 강화도 포병중대 주둔지. 적 종심을 타격하는 포병은 ‘청룡의 발톱’과 같은 존재다. 부대에 도착하니 적 도발 상황을 가정한 즉각조치 사격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경보음이 울리자 장병들은 포진지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진지에 도착한 뒤 가정 먼저 K55A1 시동을 걸고 사격제원을 확인했다. 이어 주포를 방렬하고 장약 조절, 포탄 장전까지 물 흐르듯 사격 절차를 수행했다.
포병중대는 상황 발생 후 5분 내 초탄 발사를 목표로 꾸준히 교육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군의 기습 포격에 즉각 응전한 연평도포격전의 교훈에서다. 특히 즉각조치 사격훈련은 신속하고 정확한 초동조치를 위한 필수 훈련이기에 매일 2차례씩 오전·오후로 나눠 실시하고 있다.
이날 훈련의 장애물은 혹독한 추위였다. 겨울철 훈련은 다른 때보다 특히 고되고 힘들다.
장병들의 손과 발이 얼고, 장비도 기능 고장을 일으킬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룡부대에는 추위가 핑곗거리가 될 수 없는 법. ‘즉·강·끝 대비태세’를 확립하기 위한 정도(正道)는 끊임없는 교육훈련뿐이다.
특히 부대는 북한의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으로 촉발된 엄중한 안보 상황에 맞춰 확고한 응전태세를 갖추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자주포 내 탄약 적재량이다. 보안상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적이 도발하면 다시는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라고 이준석(대위) 포병중대장은 힘주어 말했다.
“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추운 날씨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습니다. 서부전선 절대사수를 위해선 매일같이 훈련해야 합니다. 또 즉·강·끝 대비태세를 확립하기 위해선 정신전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오전 지휘관 시간을 활용해 장병 정신전력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해안초소에서 만난 청룡부대 용띠 장병
강화도 북서쪽에 위치한 교동도로 이동했다.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되기 전까진 배를 타고서만 오갈 수 있던 섬이다. 교동도는 한강하구를 사이에 두고 북한 황해도와 마주하고 있다. 육지의 군사분계선(MDL)은 철조망으로 나뉘어 있지만, 이곳에는 보이지 않는 철책이 흐른다.
교동도 북쪽 인사리에 위치한 해안초소에선 장병 2명이 북쪽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세찬 바람이 끊임없이 몰아치는 이곳에선 방한 장비가 필수다. 초소 근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이어진다. 총 6개 팀이 4시간씩 돌아가며 근무한다고 한다.
이곳에는 열상감시장비(TOD)를 비롯한 감시장비도 운용되고 있지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초소에선 레이다로 잘 잡히지 않는 소형 선박과 무인항공기를 눈과 귀로 식별한다. 또한 지리적 특성상 귀순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 경우에도 초소 근무자 역할이 중요하다.
마침 초소에선 용띠 장병을 4명이나 만날 수 있었다. 청룡부대 일원으로, 푸른 용의 해를 맞는 이들은 새해를 앞두고 특별한 각오를 남겼다.
2000년생 용띠인 김다연(중위·진) 소초장은 “상상의 동물이자 승리를 상징하는 수호신이라는 점에서 용띠가 조금 더 특별하다고 느낀다”며 “내년에도 부대원 모두가 다치지 않고 맡은 임무를 완수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1988년생 오상훈 상사는 해병대에서 맞는 두 번째 용의 해를 맞아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완벽한 전투력을 갖출 것을 다짐했다.
2000년생 강민수(중사) 부소초장은 “신화 속 용이 허물을 벗고 승천하는 것처럼, 내년에도 완전작전으로 임무를 완수해 2024년을 나의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내년 말 전역하는 천재민 일병은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전역할 때엔 한 단계 성장한 내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고 전했다.
취재를 마치고 초소에서 내려가는 길. 해안초소 후면에 걸린 ‘해병대가 있는 한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문구가 유독 선명하게 다가왔다.
‘서부전선 절대사수’ 사명 잇는다
해병대2사단은 청룡의 해를 맞아 ‘서부전선 절대사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작전태세 확립 △인권과 안전, 복지가 보장된 자랑스러운 청룡부대 △국민과 소통, 상생하는 청룡부대 등 목표를 세웠다.
사단은 오는 2월까지 전·평시 작계시행능력 숙달 및 동계작전 준비를 위해 부대별로 동계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중대급 이하 전 부대가 이 기간 철책선을 따라 행군하며 싸우면 이기는 전투준비태세를 확립한다.
또한 지휘관 주관 정신전력교육과 대적관 교육 생활화로 대적필승의 정신적 대비태세를 확립한다. 특히 ‘선한 해병이 곧 전투력이 강한 전사’라는 공감대 속에 선한 영향력 전파에 힘쓸 방침이다.
사단 관계자는 “사단장을 비롯한 모든 지휘관이 ‘부하가 없다면 지휘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념 아래 부대를 지휘하고 있다”며 “안전이 보장된 병영 환경에서 작전을 성공하는 청룡부대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