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일본 대지진] "체육관에 시신이 무더기로…" 日기자들 패닉

by 운영자 posted Mar 1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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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503035381234_061207_0.jpg 14일 1000여구의 시체가 한꺼번에 발견된 미야기(宮城)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 현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한 일본 신문사 사진기자는 거의 넋이 빠진 모습이었다. 너무나 참혹한 현장을 목격해 패닉 상태에 빠진 듯했다. 이날은 미야기(宮城)현 오지카(牡鹿) 반도 해안에서도 시신 약 1000구가 발견됐다.

현장 기자들의 취재 결과를 취합하는 도쿄 의 언론사 본사들도 충격에 빠져 있는 건 마찬가지다. 체육관에 시체가 무더기로 널브러져 있는 사진 등 도저히 지면이나 화면에 담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래서 본사에서는 현장기자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을까 봐 걱정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와 언론사들은 13일 아침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모두 합하면 희생자가 4만~5만명이 넘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항공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동북부 태평양 연안 마을들이 완전히 초토화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 건물 붕괴가 대부분인 지진 피해와 달리 쓰나미가 쓸어버린 현장엔 생존자도 극히 적을 것이라는 판단도 초기부터 했다고 한다. 외국에서 구조대를 보내겠다고 제안했을 때 일본 정부가 "기다려달라"는 반응을 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내각 관방의 한 관계자는 "지금 구조단도 도움이 되지만 더 필요한 것은 에너지, 헬기, 중장비 등 전문장비와 침구 등 구호용품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찾아가본 현장은 참혹했다. 미야기(宮城)현 나토리(名取)시 유리아게 항구 근처의 폐허를 찾아갔을 때 "여기 아기가 있다. 어른도 있어!"란 외침이 들렸다. 복구작업을 하던 자위대원 5명의 시선은 낡은 모포를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모포 사이로 삐져나온 보랏빛으로 변한 아기 손에 멈춰져 있었다. 아기는 이승에서의 짧은 삶을 잡아보려고 마지막 안간힘을 쓴 것 같았다. 한 50대 남자는 온몸에 진흙이 묻은 차림으로 그 옆을 지나가며 "모든 것이 걸레처럼 되었구나"라고 중얼거렸다.



쓰나미가 마을을 휩쓸기 직전 미야기현 나토리시 유리아게 항구는 평화로웠다. 와타나베(65)씨는 자신의 자랑거리인 사케를 만들고 있었다. 스즈키(78) 할머니가 55년간 만들어온 이불은 이 동네의 명물이었다. 아카마(52)씨는 자동차를 수리하고 있었다. 쓰나미는 모든 것을 휩쓸어갔다. 집도, 가재도구도, 자동차도, 사람의 목숨도 가져갔다. 대신 바다를 누벼야 할 어선들이 논바닥 곳곳에 밀려와 처박혔다.

기자가 돌아본 유리아게 항구는 여전히 곳곳이 저수지처럼 바닷물로 가득 차 있었다. 물이 빠진 곳은 시커먼 뻘을 이뤘다. 그 안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일어나고 있다.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육교 위에 올라가 살펴보니 화재가 난 곳이 10곳이 넘었다. 불을 진화하려고 소방차 10여대가 이 텅 빈 거리로 달려왔다.

지난 13일 이곳에서만 100여구의 시신이 집단으로 발견됐다. 손 쓸 도리가 없을 것 같던 이 거리에 14일부터 사람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 젊은 아빠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메고 다니던 '란도셀'(등에 메는 초등학생용 가방) 3개를 폐허 속에서 끄집어내 메고 갔다. 한 부부는 자전거를 타고 와 엉망이 된 집 속에서 가재도구를 챙겨갔다. 한 젊은 여성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그 옆을 지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도움의 손길도 찾아들고 있다. 아이치(愛知)현에 주둔하던 자위대 10사단이 달려왔다. 자위대는 불도저 등 대형 중장비 30대를 동원해 쓰레기를 치우고 도로를 냈다. 소방차는 이곳에서 1000㎞나 떨어진 히로시마소방청 소속이었다. 시신 발굴 작업을 하던 한 자위대원은 "오늘만 20구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항구 전체가 엉망이 돼 언제 어디서 집단으로 시신이 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번 일본 대지진과 관련해 한국인 사망자도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외교통상부는 히로시마에 거주하는 교민 이모(40)씨가 이바라키(茨城)현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굴뚝 증설 공사를 하다 추락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같은 현장에서 조선적(朝鮮籍·해방 후 한국이나 북한 국적을 갖지도 않고 일본에 귀화하지도 않은 재일동포) 김모(43)씨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리아게항(港)=문갑식 선임기자 gsmo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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