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ㆍ해병대의 인기보며 <서울경제 데스크칼럼>

by 해순이 posted Mar 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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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부터 다시 불기 시작한 '세시봉' 열풍이 신드롬 수준을 넘어 이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국순회공연 '세시봉 친구'가 완전 순항하자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세월에 농익은 음악과 이야기에 눈물이 났다"라는 젊은 세대의 글이 퍼져 나가고 있다. 특히 가수 비도 트위터에 "좋아하는 노래를 하고 우정이 있다는 것. 오늘 눈물 나는 노래와 말씀들 감동이었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1960년대 청년 문화의 산실인 무교동 음악감상실 '세시봉(C'est Si Bonㆍ프랑스어로 '매우 좋다'는 뜻)'. 이곳에서 1970년대 포크 음악사를 쓴 조영남(66)과 '트윈 폴리오'인 윤형주(64)와 송창식(64), 김세환(63) 등이 노래를 시작했다.

'세시봉'신드롬은 중ㆍ장년층뿐 아니라 청년 세대가 부모세대의 문화를 공감하는 계기가 돼 아름다운 삶의 추억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 어떤 순수라든가 우정, 또는 노래 속의 이야기들이 요즘 세대가 만나지 못했던 소재들을 전해주면서 세대를 넘어 잊혀져가는 추억들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고 있다. 아이들 중심의 가요계에서 다시금 중심으로 돌아온 세시봉 열풍이 그칠 줄 모르고 있는 이유다.

민간인 2명 사망, 3명 부상과 해병대원 2명 사망, 16명 중경상의 피해를 남긴 연평도 사건은 '해병대 신드롬'을 일으켰다. 해병(일반) 지원율이 올해 1차 모집에서 4.5대1까지 높아졌다. 특히 '해병 중의 해병'이라는 수색대 지원율은 무려 18대1을 기록했다. 학기 중인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박 지원율이다. 해병대의 한 관계자는 고교 성적을 비롯해 체력 및 면접시험에서 거의 만점을 받은 지원자만 합격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7일 경북 포항의 해병대 교육훈련단으로 입대한 배우 현빈(29)의 가세는 가히 화룡점정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이들의 해병대행에 일조를 한 셈이다. 고향은 포항이나 육군 병장출신인 나로서는 어릴 적부터 '빨간 명찰'의 해병대 선후배들 간 돈독한 의리도 많이 봤다. 한번은 선술집인데 30대 초반의 민간인이 외출을 나온 듯한 옆 테이블의 해병대 친구들을 불러 "자네들 몇 기냐"고 물어보더니 바로 자기 후배라며 곧장 소주와 안주 등을 보내주는 등 다른 군에서 볼 수 없는 해병대만의 선후배 간 따뜻한 소통의 추억을 느꼈다. 게다가 해병대 연평부대 포 7중대 임준영 상병은 철모가 불붙어 녹아내리는 가운데에도 폭격의 화염을 뚫고 달려가 즉각적으로 대응, 해병대원의 감투정신의 귀감을 보여줬다.

최근 개봉한 '월드 인베이젼'은 거대한 유성이 지구에 떨어지며 정체불명의 적으로부터 세계 각 도시가 무차별 공격을 받게 되고 이에 LA 주둔군 소속 미 해병 낸츠 하사(아론 에크하트)가 반격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전역신청을 한 상태에서 마지막 전투에 나선 낸츠 하사가 전투가 불리한 상황인데도 "해병에게는 후퇴가 없다"는 말로 대원들을 격려, 임무를 완수한 것은 어떤 힘들 일이 있어도 끈기 있고 책임감 있게 헤쳐나가는 우리 해병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훈훈했다.

공연마다 매진 행렬이고 부모세대뿐 아니라 자녀세대까지 함께 노래를 들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세시봉과 젊은이들의 용기와 희생을 아름다운 전우애로 승화시켜주는 해병대. 이들은 추억을 미리 예견하고 그 추억 속에 다시 뛰어들어가기 전에 여러 세대를 아우른 감동을 반영하는 공통분모가 있어 하나의 문화로까지 불린다.

지금 1억3,000만 일본 국민이 일본 동부를 덮친 진도 9.0의 대지진과 뒤따른 대해일, 특히 원전 폭발사고가 겹치면서 방사능 오염의 공포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너무나 힘든 일본 국민을 파격적으로 도울 지원책과 실의에 빠진 일본국민에 대한 세시봉 같은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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