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에 첨단무기 배치가 능사인가? [SBS 취재파일]

by 운영자 posted Mar 2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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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프레임의 함정

지난해 11월 말 연평도 포격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담화에서 "북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200446612.jpg 했습니다.

담화 직후 우리 군은 서해 5도에 전력 증강에 돌입했습니다. 지대공미사일 ‘천마’도 새로 배치했습니다. K-9 자주포 6문을 추가로 늘렸고 '먹통' 대포병 레이더를 최신 장비로 교체했습니다.

여기에 한 번 발사로 축구장 4개 면적을 초토화 시킬 수 있는 다연장로켓포(MLRS)도 배치했습니다. 또 지상표적 정밀 타격유도무기와 K-55 자주포, 음향표적장치 배치도 예정돼 있습니다. 이른바 서해 5도는 최첨단무기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쯤되면 이런 생각 하실 겁니다. 이제 북한군이 서해 5도 도발은 꿈도 못 꾸겠지? '과연 그럴까?'라는 의구심에서 얘기를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해5도 국지전과 북한의 다른 방식의 도발 두 가지를 가정해서 말입니다.

1. 서해 5도 국지전의 경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저도 주변 군 내부와 재야 군 전문가의 분석, 그리고 내부 문건 등을 통해서 설명드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우선 최근 서해 5도 일대 북한군의 동향을 말씀드리죠.

올해 6월쯤 백령도와 50km 내외 거리에 있는 장산반도 고암포에 북한군의 대규모 공기부양정 기지가 완공될 예정입니다.

공기부양정 1척에 100명 내외의 북한군 특수부대 요원이 탑승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해군기지에는 최소 70여 대의 공기부양정이 배치될 수 있습니다. 합동참모본부에서는 백령도 턱밑에 건설 중인 북한군의 공기부양정 기지를 대단히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위협적이라는 의미입니다.

고암포와 백령도와의 거리가 50km 내외, 공기부양정 최고속도가 80km 라면 7000명의 특수부대 요원들이 3~40분 안에 백령도에 침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말 그대로 기습침투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서해 5도에 우리 군이 과연 공기부양정 기습침투를 방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를 갖추고 있느냐는 겁니다.

공기부양정 침투는 어떤 무기로 방어해야 할까요? 북한의 해안포 사격에 대응하던 K-9 자주포로 공기부양정을 타격할까요? 유감스럽게도 현재 해병대의 방어망으로는 북한의 기습침투에는 대단히 취약합니다.

백령도 해안을 지키는 해병대의 방어무기는 해안포가 유일합니다. 그런데 최근 최근 북한의 기습침투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에서도 공기부양정을 타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첨단무기라고 해도 마찬가집니다. 지대공 미사일 천마가 배치됐다지만 지대공 무기로 공기부양정을 잡을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다연장 로켓포도 매한가지 입니다. 무용지물이라는 얘기입니다.

대응이 가능한 무기로는 공격형 헬기가 꼽힙니다. 100% 저지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어 무기라는 게 중론입니다.

그러나 현재 서해 5도에는 공격형 헬기는 아직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격형 헬기는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소속이기 때문입니다.

훗날 서북도서방어사령부가 신설된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1시간 내에 침투하는 북한군을 막아내기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커집니다. 첨단무기가 고스란히 북한군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겁니다. 수십억 수백억 원짜리 최첨단 무기를 그들이 그대로 둘까요? 파괴하거나 귀환할 때 가져갈 겁니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전력증강이 되려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서해 5도의 요새화가 추진중이라고 합니다. 요새화 과정에서 어느정도 북한의 기습도발에 대한 대비태세가 갖춰졌을지 몹시 궁금합니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 이후 군의 노후된 소나장비를 개선하겠다고 하고, 연평도 사태 이후 서해 5도를 첨단무기 전시장으로 만드는 군의 대응이 과연 능사인지는 생각해 볼 일입니다.

북한의 도발 패턴을 보면 절대 같은 방식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핵실험과 ICBM은 정치,외교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으니까 논외로 칩시다.) 같은 서해 5도 지역이지만 잠수함을 이용한 어뢰 공격을, 이후에는 해안포로 공격했습니다.

군의 대처는 천안함 사태 이후 해군 장비의 개선에 그쳤고 연평도 사태 이후 서해 5도에 첨단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전용 액션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소 잃은 뒤에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긴 한데 그마저도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첨단무기를 배치한다고 해서 북한군의 기습침투에 대비할 수 있는가 생각해보면 과연 튼튼하게 고쳤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튼튼하다고 자부한다 한들 북한은 분명 다른 허술한 외양간을 노릴 겁니다. 북한군보다 늘 한두 발 대처가 늦다는 겁니다.

2. 북한이 다른 방식의 도발을 할 경우

북한의 도발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면전, 국지도발 그리고 후방 침투 가능성입니다.

공기부양정 기지를 백령도 코앞에 짓고 있다고 해서 다음 목표는 백령도이겠구나, 이렇게 속단할 수 없습니다.

요즘 일본의 원전 방사능 유출 문제가 세계적인 골칫거리 아니겠습니까? 한반도 동남권에 집중된 원자력발전소를 노린 잠수정 기습침투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에 자연 스텔스라고 불리는 AN-2를 타고 수도권으로 북한군 특수부대가 기습침투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도발 가능한 카드는 여러 개 입니다.

전형적인 화전양면 전술에 능한 북한이라면 대화국면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이 시점이 어떻게 보면 가장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례로 최근 한-미 키 리졸브 훈련 당시 북한은 GPS 교란이라는 전자전 도발을 여러 차례 시도했습니다. 화염만 없었다 뿐이지 사이버 상에서는 사실상 전쟁이나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특정 지역에 전략무기를 집중시키면 그쪽 지역은 어느 정도 도발에 대한 대응 체계가 단단해 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도발 패턴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과연 특정지역의 첨단무기를 배치하는 게 옳은 병법이냐?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군사전문가 김종대씨의 말을 빌려 볼까 합니다.

"우리 서북 5도서 즉 5개의 섬은 매우 작은, 또 바다에 다 노출되어 있는 섬입니다. 여기에 아무리 신무기를 배치한다 하더라도 마주하고 있는 북한의 광활한 육지에 그 많은 재래식 위협을 일일이 다 대응한다거나 방어한다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작은 섬과 육지라는 비대칭적인 장소에서 신무기 배치만으로 섬의 방어를 다 이루고 그러면서 북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환상입니다."

"이러한 식의 현장의 전력증강 보다는 후방에서 지원하는 우리의 지.해.공 합동전력이 있습니다. 유사시 서북 5도가 위험에 빠졌을 때 빠른 속도로 우리의 후방전력을 전개해 줄 수 있는 이러한 방어태세가 가장 현실적이고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일단 첨단무기를 적진 깊숙히 배치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것은 유사시에 언제든 격파당할 수 있는 것이고 심지어는 탈취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정도로 불리한 지형에서 현장에 첨단 군사력 특히 치명적 공격무기로써 섬을 방어한다는 것은 발상자체가 군사적으로 옳은 판단이 아닙니다."

첨단무기 전시장으로 꾸며놓은 서해 5도의 요새화 보다는 후방전력과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백번 일리있는 말입니다. 축구에 빗대어 말하지만 메시 같은 선수 한 명을 최전방에 놓고 하는 뻥축구 보다는 메시를 전략지역에 배치하고 팀 동료와의 유기적인 플레이로 상대의 공격 또는 수비에 대응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라운드가 22명의 선수가 뛰어다닐 정도로 드넓은 곳인 것처럼 북한을 마주보고 있는 곳이 비단 서해 5도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얘기는 결국 군의 합동성 강화라는 국방개혁307의 취지와도 맥락이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최고의 방어체계는 첨단무기를 나열하는 하드웨어 공급이 아니라 육해공 3군이 유기적인 협조체제와 단순하고 슬림화된 보고체계로 전환하는 소프트웨어의 혁신인 것입니다.

첨단무기 전시장과 서해 5도 프레임의 함정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 번 김종대 씨의 얘기로 갈음할까 합니다.

"이것보다는 우리의 합동전력을 얼마나 신속하고 동원하고 투입할 수 있냐가 관건이 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서북해역의 방어는 현재와 같이 무기를 마구 투입해서 섬 자체를 요새화 하는 것 보다는 후방전력과의 연계 속에서 현장의 최소한의 군사력으로 방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된다는 것이 제 판단이고. 그런 점에서 봤을 때 현재 국방부의 서북 5도의 전력증강은 미래의 섬에 대한 합리적 방어개념을 기초로 한 것이 아니라 우선은 부족한 전력을 투입하고 보자는 다분히 단기적인 발상에서 첨단무기 투입이 이루어 지고 있는데 이것은 다시한번 재검토 되어야할 소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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