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97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연합뉴스기사 스크랩하였습니다.

 

이상 호소에도 '꾀병' 판단..'외진 생각마라' 욕설도
"애원하는 환자를 의사가 경비원 불러 쫓아낸 셈"

 

PYH2011022806630006300_P2.jpg PYH2011022806650006300_P2.jpg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지난 2월 육군훈련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모(20) 훈련병은 중이염을 호소하며 외진을 요청했으나 진료소 밖으로 쫓겨나고 소대장으로부터 '귀 아픈 것으로 외진 갈 생각하지 마라'는 욕설을 들은뒤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2월18일 육군훈련소 30연대 4중대 2소대 소속 정모 훈련병은 훈련소 지구병원을 찾아 군의관에게 상급병원 진료를 요청했지만 군의관은 "현재 증상으로는 필요없다"며 거부했다.

이미 8차례 연대 의무대와 훈련소 지구병원에서 감기와 중이염 증상 등으로 처방을 받았으나 차도가 없었던 정 훈련병은 상급병원 진료를 다시 한번 애원했으나 군의관은 "그만 나가라"며 기간병을 불러 정 훈련병을 진료실 밖으로 쫓아냈다.

기간병에게 끌려나온 정 훈련병이 복도에서 우는 것을 본 지구병원 간호장교는 그에게 다가가 이유를 물었다.

정 훈련병이 "민간병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보내달라, 소대장에게 전화를 해달라"라고 하자 간호장교는 군의관에게 상태를 물어봤다. 하지만 "상급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하지만 그럴 정도는 아니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정 훈련병은 이날 상황에 대해 쪽지에 "간호장교에게 울면서 살려달라고 했지만 묵살됐다"고 적었다. 이 쪽지는 정 훈련병이 목숨을 끊었을 때 입고 있던 옷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소대장 양모 중사는 '면담/관찰기록'란에 "논산병원(지구병원) 간호장교 통화결과 귀에 전혀 이상없다. 꾀병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상없다고 군의관이 말을 해도 민간병원에서 진료받고 싶다. 더 큰 병원에 보내달라. 못 믿겠다며 항의하고 우는 등 소란을 피움"이라고 기록했다.

심지어 정 훈련병이 지구병원에서 진료받은 날은 2월18일이었음에도 소대장은 날짜를 2월16일로 적었다. 2월16일 정 훈련병이 치료를 받은 곳은 지구병원이 아닌 연대의무실이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환자가 아프다는데 원인을 모르겠으면 다른 병원에 가게 하거나 치료방법을 달리하는 게 상식이다. 애원하는 환자를 경비원을 불러 쫓아내는 것이 의사가 할 일인가. 민간병원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군병원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2월18일 사건 이후 정 훈련병은 꾀병환자로 낙인찍혔다. 목숨을 끊기 하루 전인 2월26일에는 다른 훈련병 앞에서 소대장으로부터 욕설을 들었다.

정 훈련병은 26일 지구병원 외진 예약이 돼 있었으나 이날은 지구병원 이비인후과 휴진일이라 진료일이 28일로 변경됐다. 진료일이 변경됐다는 통보를 받지 못한 정 훈련병은 외진 대상자 명단에서 자신이 빠진 이유를 물었다.

그러나 소대장은 전후 사정을 파악하지 않고 "왜 자꾸 시키는 대로 안하고 떼를 쓰느냐. 똑바로 서! 야! 인마! 이 새끼야! 군의관이 문제없다고 하는데 왜 자꾸 가려고 해. 너 앞으로는 귀 아픈 것으로 외진 갈 생각하지마"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 일이 있고 하루 만에 정 훈련병은 생활관 2층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훈련병의 옷에서는 '엄마, 자랑스럽고 듬직한 아들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요. 2월4일부터 귀가 먹먹했는데 아직 안 나았어요. 진짜 불편해서 의무실과 병원 많이 갔는데 이젠 아예 꾀병이라고 합니다. 혹시나 식물인간이나 장애인 되면 안락사해주세요.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원래 없는 셈 해주세요. 정말 미안해 엄마. 사랑해'라는 유서가 발견됐다.

유가족은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보는 시선과 앞으로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정 훈련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분개했다.

정 훈련병의 어머니 강모씨는 "군의 조사 결과를 듣고 보름 정도 목이 메어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책임 회피성 발언만 적어놨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강씨는 "군대는 왜 아프다고 하는데 들어주지 않나요. 말 안 하면 알아주지 않고, 말하면 거짓말쟁이로 몰아 욕이나 하고. 자기들이 불러서 간 거잖아요. 애가 죄인인가요. 이렇게 해놓고 어떻게 우리 애보고 살라고 한 건가요"라며 오열했다.

kind3@yna.co.kr
(끝)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25 "독버섯과 식용버섯 판별방법" 생활속 지혜!!!!! 2 카페리얼 2012.09.10 7215
524 "이러다 쿠데타 날수도"...별들의 ‘무서운’ 경고 운영자 2011.03.29 11739
523 "제 16회 도솔산 전적 문화제"로 여러분을 초대 합니다. file 안은정 2013.06.11 9111
522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건 전면 재수사하라" file 박희철 2013.12.11 8196
521 "해병대 떠올렸어요" 닥터챔프 정석원, 촬영노하우 공개 file 운영자 2010.11.16 10723
520 "해병대 입대 후 현빈 더욱 호감형 됐다" 통계적으로 입증돼 file 운영자 2011.06.30 6918
519 '김태희의 남자' 비 특혜 논란에 국방부 나섰다 file 운영자 2013.01.02 4701
518 '독립성 강화' 해병대 뭐가 달라지나? 박희철 2011.04.22 12207
517 '몸꽝' 신병도 해병대서 '몸짱' 변신 file 박종명 2010.08.07 13959
516 '상륙작전권을 내 손에’ 해병·해군 ‘입법 전쟁’ 박희철 2011.04.22 10126
515 '아프니까 청춘이다' 책 속의 좋은 구절^^ ututut 2011.07.07 12199
514 '울며' 해병대 입대한 현빈, 웃으며 첫 휴가 file 배나온슈퍼맨 2011.07.29 8693
513 '해병' 이정, 후배들 전사에 조문 이어 영결식 참석 1 file 해병닷컴 2010.11.27 10159
512 '황금사자상' 김기덕, 韓서는 아웃사이더였으나… 3 file 운영자 2012.09.10 7504
511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ututut 2011.07.18 13156
510 0.5㎢ 외딴섬 … 주민은 해병·해군뿐 file 운영자 2013.05.16 8432
509 100Mbps도 답답해 ‘기가인터넷 시대 열린다’ 해순이 2010.08.16 8556
508 10월 국군의 날 개천절 태극기를 달아주세요! file 운영자 2012.09.27 7358
507 1980년 5월을 기억하며 슈퍼맨 2010.05.18 8577
506 1983년 광주 상무대에서 만났던 해병대소위들에게 - 이준재 1 운영자 2010.05.25 858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7 Next
/ 2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