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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당연히 우리를 응원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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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철 상주 상무 감독의 말 속에는 약간의 뼈가 있었다. 1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4라운드 포항과의 원정경기에 앞서 이 감독은 농담반 진담반 섞인 말을 했다. 이 감독이 얘기한 '저들'은 바로 스틸야드 2층 E석을 가득채운 5000여 해병대였다. 나름 이유가 있었다. 상주를 연고로 하고 있는 상무는 '국군체육부대'다. 상무 선수들이 입는 정복에는 '국군대표선수'라는 명찰이 달려있다. 이 감독이 생각하기에, 해병대를 대표하는 선수는 바로 상주 상무였다. 이 감독도 "해병대나 상무나 같은 군인이다"면서 "우리가 왔을 때는 상무를 응원하는게 맞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해병대는 이 감독의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해병대와 포항의 인연은 이 감독의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고 끈끈했다. 1980년대부터 포항은 해병대를 경기장으로 초대했다. 포항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 1사단의 사기 진작을 위해 포항은 매 경기마다 해병대 장병들을 초대했다. 매 경기 적게는 500명에서 많게는 4000명까지 스틸야드를 찾았다. 포항의 경기 관람을 낙으로 삼던 해병대에게 포항은 쉽게 배신할 수 없었던 애정의 대상이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500여 해병대원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래도 나름의 의리는 지켰다. 해병대원들은 경기 시작에 앞서 함께 '팔각모 사나이'를 부르며 상주 상무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국군대표선수들에 대한 의리는 여기까지였다. 이후 해병대는 90분 내내 스틸러스를 연호했다. 전반 13분 김정우가 페널티킥으로 상주 상무의 첫 골을 성공시켰을 때도 해병대 장병들은 침묵을 지켰다. 반면 후반 들어 포항이 4골을 넣으며 역전을 일구어냈을 때 해병대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응원을 쏟아부었다. 포항에는 자신들의 선배도 있었다. 이날 오른쪽 풀백으로는 해병대 1037기인 김원일이 뛰었다. 김원일은 축구 선수 생활을 하다가 일반병으로 해병대 복무했다.

이런 해병대의 응원 때문이었을까. 포항은 전반 2골을 내주는 등 고전하다 후반에만 4골을 뽑아내며 4대3 역전승을 거두었다. 
<스포츠조선 포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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