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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빵점 아빠와 빵점 아들의 진솔한 내면을 담은 편지형식의 에세이집이 '해병대훈련병 아들에게'다.

아들을 해병대에 보낸 '빵점 아빠'의 가슴 절절한 자식사랑이 들어있다. '자식과 주고받는 해병대 연애편지'라 할 만하다. 철부지 품안의 자식이 해병대라는 거센 현실에 맞닥뜨리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체험기도 읽는 맛을 더한다.

빵점 아들뿐 아니라 빵점 아빠의 성장기다. 함께 변하는 것이 소통의 전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함께 있을 때 보이지 않던 가족 간 끈끈한 정이 단절을 계기로 명확히 드러난다. 서로의 존재가 상대방의 부재로부터 역설적으로 확인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가장 큰 미덕은 솔직함이다. 일부러 꾸미려 하지 않는 부자 간 소통이다. 동아일보 기자출신인 저자의 검증된 글솜씨 덕에 지루하지 않다. 잔잔한 감동도 있다.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 간 소통부재로 고민하는 많은 가족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특히, 자식의 군 입대를 앞둔 가족들에게 매력적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빵점 아빠'라 부른다. 자식들에게 제대로 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지 못하는 동안 큰아들 기열은 공부는 뒷전인 채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가 됐다. 아들 역시 '빵점 아들'인 셈이다. 부모가 보기에 동기부여가 안 되고 승부욕이 없는 아이였다.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꿀 형편이라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입대를 택한다.

저자는 이왕 군대 갈 거면 해병대에 가라고 권유, 아들은 마지못해 입대지원서를 낸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무조건 대학에 가야한다'는 믿음이 강하지만, 저자는 용기를 냈고 아들은 아버지의 결단에 화답했다. 해병대에 간 빵점 부자가 주고받은 편지가 이 책의 골자다.

우여곡절 끝에 아들의 해병대 입소식을 지켜보고 돌아오는 길, 저자는 굳게 다짐한다. 아들뿐 아니라 엄마 아빠도 더 성장해야겠다고…. 군대에 간 아들이 홀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듯, 엄마 아빠도 보다 성숙된 시각으로 고군분투하는 아들의 독립 과정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차분한 노력을 한다는 결심이다.

책의 양대 키워드는 '빽'과 '열외'다.

해병대에 입소한 기열은 본능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기본조건을 고민한다. 입소식 직후 서류에 사회 저명인사 등 이른바 '빽'을 적어냈어야 했다고 후회한다. 초코파이 하나라도 더 받아먹는 특혜가 있을까 싶어서다. 당장의 힘든 것을 조금이나마 모면해보고자 하는 정직한 욕구의 발로다. 주변에 좋은 빽을 갖고 있는 동기들이 다소간 편의를 제공받는 상황도 기열에게 혼란을 부추긴다.

저자는 아들에게 말한다. "지금도 세상이 완전하게 공정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군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주변을 한번 돌아보면 불공정 특권층은 1%도 안 된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우리 아들 동기 훈련병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상을 공정하게 사는 사람들이 99%란다. 그렇다고 이들 99%가 모두 '자신만의 예외적 특혜'를 거부하는 고결한 심성의 소유자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들 대부분도 상황이 허용되면 특혜를 받고 싶어할 것이다. 다만 힘이 없고 배경이 없을 뿐…. 아들아. 가치관에 혼란을 느낄 것은 없다. 1%를 부러워하고, 1%의 행위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은 너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렇단다. 그러나 진짜 1%가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란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불공정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니 이는 결코 떳떳한 일이 아니지. 차라리 99%에 속하는 것이 마음 편하지 않을까."

기열은 극기주 훈련을 앞두고 허리가 아파 열외를 한다. 열외한 자신이 너무 못마땅하다. 다음 훈련에는 꼭 참석하겠다고 다짐하고, 실천에 옮긴다. "생각해 보니 저보다 힘든 동기들도 있을 텐데 저만 너무 엄살을 피운 것 같습니다. 이제부턴 행군이든 뭐든 그냥 하려고 합니다. 진통제라도 먹고 하겠습니다. 한 번 열외하니까 자꾸 나약해져가는 자신을 느낍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을 더욱 채찍질해야겠지요. 다시는 열외하지 말자고 내 자신을 다그쳐봅니다."

저자는 아들에게 화답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선택을 두고 '고독한 결단'이라는 말들을 하는가 보더라. 그렇단다. 결국은 자기 혼자 판단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단다. 심지어 부모들도 옳은 조언을 해준다는 보장이 없다. 부모들도 모두 세상사에 정통하다고 할 수 없다. 아들아. 앞으로 네 앞에 수많은 선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51대 49의 선택이란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49는 잃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그 49가 100처럼 보이기도 한단다. 실제로 100일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선택은 힘들단다. 고민과 갈등과 회한이 남을 수 있다. 이 세상에 너의 선택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아들아. 어느덧 너도 혼자서 자기결단이라는 힘든 과제를 떠안아야 할 상황에 처했구나. 안쓰럽지만, 자기결정을 하게 되면 신중하게 생각하되 주저하지 말고 결정하거라. 결정하는 데 있어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힘들면 포기하고 누군가에게 화풀이하고 그럴 수 있던 시절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단다. 힘들어도 혼자 견뎌낼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견딤으로써 성취감을 맛보는 성인으로서의 인생살이가 이제 시작된 것이란다. 우리 아들에게는 처음 맞는 고통스런 순간일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겪어야 할 과정. 이를 악물고 버티고 성취감을 맛보거라. 그런 경험이 너의 인생 자체를 바꿔줄 것이다. 아들아 힘내라. 사랑한다." 윤승모 지음, 201쪽, 1만2000원, 나남

<종합언론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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