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기로 300만 원 이상 인출 시 10분간 지연 ‘지연인출제도’

by 배나온슈퍼맨 posted Jul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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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코리아] “주로 현금 거래를 하다보니 ATM기 앞에서 다량의 현금을 인출하고 입금하고를 반복하는데 갑자기 ‘인출 불가’라는 문구가 뜨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통장 정리를 했더니 통장에 보이스피싱 사고 예방을 위해 1회 3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입금된 경우 10분간 자동화기기를 통한 현금인출이 지연된다는 안내 문구가 있었습니다. 제 통장이 보이스피싱과 연관이 있나 하고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위의 두 사례는 ‘지연인출제도’를 이해하지 못해 일어난 해프닝 중 일부이다. 정부가 지난달 26일부터 보이스피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시행한 ‘지연인출제도’는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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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의 피해사례 횟수와 구체적인 금액의 총합. 매년 보이스피싱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자료=경찰청)
 
지연인출제도는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금융위, 금감원, 방통위, 경찰청 등 주요 금융협회가 도입한 제도이다. 이 제도는 300만 원 이상 입금(송금·이체 등)된 통장에서 자동화기기(CD/ATM기 등)를 통해 현금카드 등으로 출금할 경우, 10분간 출금을 지연시키는 제도로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피해금을 인출하기 전 사기범통장에 대한 지급정지를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도입한 제도이다.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사기대응팀 김석 팀장은 “정상 이체거래의 대부분(91%)이 300만 원 미만인데 반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사례의 경우 총 이체건수의 84%가 3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이스피싱의 피해금 인출의 75%가 10분 이내에 발생한다는 점에 근거해 만든 제도”라고 설명했다.

지연인출제도는 현재 은행, 우체국, 농·수·축협 및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금융투자회사(증권사) 일부 등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요구불예금) 취급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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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에서 거래할 경우, 3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통장으로 입금되면 10분간 출금을 정지한다는 게 지연인출제도의 핵심이다. 범인들이 주로 ATM을 이용해 출금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다만, 1회 300만 원 이상 현금 입금된 건에 한해 입금된 시점부터 10분만 정지되기 때문에 소액 인출을 주로 하는 일반인들은 이 정책을 피부로 느끼고 있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신분을 철저하게 확인하는 창구에서 거래할 경우에는 예외로 하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이런 제도가 있는 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지연인출제도로 인해 해프닝을 겪은 사람들은 대부분 “정책을 잘 몰라서 당황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거래처와 현금거래를 주로 하고 있다는 강수진 씨는 “처음에 ATM기에서 돈을 인출할 수 없어 깜짝 놀라 직원을 호출했는데 은행 직원분이 ATM기 옆에 붙어있는 지연인출제도 홍보 스티커를 가리키며 친절히 설명해줬다.”며 “현금거래를 많이 하는 분들에게 좀더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오석현 씨는 “시장사람들은 주로 현금거래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가까운 ATM기를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지연인출제도 홍보 포스터를 유심히 볼만큼 한가한 사람들은 드물다.”며 “일반적으로 정부에서 시장과 관련된 새로운 정책을 만들면 시장 상인회를 통해 알려오는데 지연인출제도 역시 전국 각 시장의 상인회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지연인출제도로 잠깐 동안 거래가 중지돼 당황했다는 이희욱 씨 역시 “국가에서 많은 고민을 거쳐 10분이라는 시간을 정했을 것 같지만 조금 짧다는 생각이 든다.”며 “시간을 길게 하는 대신 창구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가 의심되는 거액의 돈을 인출할 때에는 신분 확인 단계를 강화하는 게 더 실효성이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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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은행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지연인출제도’ 홍보 포스터. 다만, 아직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ATM기 사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사기대응팀 김석 팀장은 이에 대해 “당초 지급정지 시간을 10분이 아니라 약 1시간 30분까지 늘려잡자는 의견이 나왔었지만 그렇게 되면 자칫 많은 국민들이 불편함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10분으로 단축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일반 서민들의 경우 3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자주 거래하는 편은 아니라서 큰 불편함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금 거래가 많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 직원들도 신분을 숨기고 일반 은행이나 금융사를 방문해 홍보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틈틈이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신문, TV 및 라디오 등을 통해 지연인출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있고 금융회사 영업점 및 자동화기기 부스 등에 제도안내 포스터와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특히, 정보취약계층에 대한 제도 안내를 강해 전국 1,200개 전통시장과 주요 상가에도 포스터를 부착하고 있으며, 소비자단체에도 제도시행 취지 설명과 함께 대국민 홍보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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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인출제도’는 10분간 출금을 지연시키는 제도로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피해금을 인출하기 전 사기범통장에 대한 지급정지를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도입했다.(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현재 은행에서 돈을 인출할 경우 통장과 도장, 그리고 비밀번호만 알면 본인이 아닌 경우에도 돈을 인출할 수가 있다. 지연인출제도를 피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범인이 은행 창구에서 빠르게 돈을 찾아갈 경우 사실상 속수무책이 되버리는 셈이다.

또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온라인상에서 이체를 실행할 경우에도 지연인출제도와 무관하게 3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거래할 수 있다는 허점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책 시행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모니터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추가로 개선하겠다는 게 관리 당국의 입장이다.

한편, 정부는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해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금융 분야의 피해 방지를 강화해 대포통장 관련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인인증서 발급 및 사용절차를 강화하는 한편, 지연인출 제도를 도입했으며 카드론 취급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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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마련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출처=정부부처 합동 기자설명회 보도자료)

통신 분야에서도 발신번호 변작(조작)을 제한하고, 보이스피싱 신고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해서는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보이스피싱 기획수사, 해외범죄조직 검거, 피해자 지원정책도 만들어둔 상태이다.

아울러 보이스피싱은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한 만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집중 홍보하고, 세상 물정에 다소 어두운 학생과 군인을 대상으로 사례집을 배포해 교육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도입한 지연인출제도.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도입한 제도인 만큼 국민들 역시 약간의 불편은 감수하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 ATM기 앞에서 ‘인출 정지’ 문구를 발견하더라도 당황하는 일 없이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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