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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수비수 우뚝… "징크스 땜에 후배 해병엔 사인볼 안줘

포항스틸러스 수비수 김원일(24)은 '귀신 잡는 해병'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경기 마다 포항 스틸야드를 찾는 '포항의 명물' 해병대 군단을 향해 사인볼을 차주는 것을 꺼려한다. 후배들에게 사인볼을 멋지게 차 주고 싶지만 희한한 '징크스'를 겪고 있어 일김원일.jpg 부러 다른 방향을 정조준한다.

김원일은 지난 22일 인천과 홈 경기에서 승리한 뒤 "경기 전 홈 팬들에게 사인볼을 차는데 해병대 전우들 방향으로 공을 보내니 그날은 이상하게 경기에서 졌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일부러 다른 곳으로 찼더니 경기를 이겼다"고 웃었다. 이날 '왜 축구 선수가 2층에 있는 해병대 장병에게 제대로 공을 차주지 못하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던 포항 관계자들은 김원일의 '해병대 징크스'를 듣고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184㎝, 77㎏의 건장한 체격 조건을 갖춘 김원일은 축구 선수로는 드물게 해병대를 다녀왔다. 숭실대 2년을 마친 그는 '축구를 그만 두겠다'는 결심으로 해병대에 자원 입대하며 운동을 놓았다. 2년 후 전역한 그는 다른 길을 모색하려 했지만 윤성효 당시 숭실대 감독의 끈질긴 구애에 다시 축구화 끈을 동여 맸다. 그리고 그는 3학년을 마친 올해 포항에 지명되면서 이색적으로 프로의 꿈을 이루게 됐다.

오른 풀백 자원인 그는 중앙 수비수도 겸임할 수 있어 황재원(수원)의 빈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다. 박창현 포항 감독대행은 "수비수로서 스피드가 빨라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재원"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원일도 팀의 기대대로 순조롭게 프로무대에 적응 중이다. 지난 3월27일 서울과 원정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 그는 리그 6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해병대 출신의 김원일이 포항 주전 수비수로 발돋움하면서 포항 스틸야드에서는 "36번 김원일 선수는 해병대 1,037기입니다. 해병대 장병들의 열띤 응원 부탁 드립니다"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외침이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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