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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 최신원 회장은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차남이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형이다. 그는 대선 바로 전날인 지난 18일 SKC·SKC텔레시스 임직원 450명과 함께 태안반도 구름포 해수욕장을 직접 찾아 기름때를 닦는 자원봉사를 해 화제가 됐다. 해양 오염현장에 몇몇 대기업 임직원들이 참여해 봉사활동을 벌였지만 총수가 직접 나와 몇시간씩 구슬땀을 흘린 예는 없다.

 

일러스트/김상민기자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비록 작은 재벌이지만 총수로서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날 해안가 자갈밭에 쭈그리고 앉아 몇 시간이고 시꺼먼 기름걸레로 열심히 돌를 닦는 최회장의 행동은 그저 언론을 의식한 쇼맨십과는 거리가 있어보였다. 특히 나이어린 직원들을 동생·조카 처럼 살갑게 대하며 자원봉사를 독려하는 모습은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습이었다.

소탈한 모습은 식성에서도 잘 드러났다. 그는 이날 점심 식사때 갈비탕에 밥 한 그릇을 말아, 뚝딱 비웠다. 여기에다 추가로 비서가 갖다 준 컵라면까지 맛있게 먹었다. 직원들은 그가 평소에도 설렁탕이나 생태탕 등 일반 봉급쟁이들이 찾는 음식을 즐긴다고 말했다. 운동도 이른바 고급 스포츠 보다는 걷기를 좋아한다. 평균 하루에 1만5000보씩.

그의 평범하고 소탈한 행동을 주위에서 가식으로 보지 않는 것은 그의 범상치 않은 복무 기록에서도 엿볼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벌 회장은 물론 그 2세나 3세들까지 병역을 마친 사람이 드물다. 그렇지만 최회장은 자신과 자신의 아들까지 그 고되다는 해병대를 자원 입대했다. 그는 젊은 시절 내성적 성격을 염려한 선친 최종건 회장의 권유로 해병대에서 복무했다. 이후 그의 성격은 외향적으로 달라졌고, 그래서 해병대 예찬론자가 됐다. 최회장은 외아들인 성환씨(27)에게도 해병대 입대를 권유해, 2006년에 자원입대하게 했다. 결국 2대가 해병가족이 된 것이다.

게다가 그는 이런 경험을 살려 1998년 SK유통(현 SK네트웍스) 대표이사 시절부터 임직원과 함께 해병대 극기훈련을 받아왔다. 올해 55세인 그가 한참 나이 어린 직원들과 함께 보트훈련, PT체조, 산악행군 등을 하는 모습을 보면, 패기까지 느껴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 ‘해병대 CEO’로 불린다. 신속하면서도 과감한 업무 추진력, 강한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이다. 겉은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같지만, 외유내강의 카리스마로 직원들의 복종과 신뢰를 끌어낸다는 말이다.

그동안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라는 구호로 최씨 사촌형제들이 책임경영을 해왔다. SK가 사촌형제들간에 분가를 하지 않고 한 울타리에서 지내온 것은 지배구조가 취약해서다. 투기펀드인 소버린이 불과 1500억원 어치의 ㈜SK 주식을 사면서 그룹의 지배구조가 통째로 흔들린 ‘소버린 사태’가 단적인 증거다.

최 회장은 최종건 회장의 차남이지만, 맏형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작고로 현재 SK그룹의 최 연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따로 또 같이'의 경영을 펼치는 SK그룹이라서 좌장격인 그의 어깨는 상당히 무거운 편이다. 물론 SK그룹의 총책임자는 현재 사촌동생인 최태원 회장이다. 그러나, SK 창업 1세대인 최종건·최종현 형제도 직책에 관계없이 상호 신뢰 속에서 그룹을 키워왔기에 그는 12살이나 어린 친동생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물론이거니와 8살, 11살 어린 사촌동생인 최태원 회장, 최재원 SK E&S 부회장과도 수시로 얼굴을 맞대고 물밑에서 그룹 현안 협의를 주도하고 있다.

최 회장은 태안반도에서 내년 화두로 ‘SK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들었다. SK그룹보다는 SKC에 한정해 책임 경영을 얘기하던 최 회장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발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배력'으로 SK그룹을 변화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최 회장의 내년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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