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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 너랑나랑-해병대2사단 이민규 상병이 박수윤 양에게

 

같이 하기로 했던 것이 너무 많이 남았어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면 앞으로 더 잘할게 / 국방일보 201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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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인! 남편이야~.

 우리가 만난 지 1000일을 기념해 무언가 해 주고 싶은데 해 줄 수 있는 게 마땅히 없어 이렇게 편지로 내 마음을 표현해 보려고 해.

 처음 우리 병원에서 만났잖아. 이름도,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는데 네가 마음에 들어 친구한테 부탁해 너의 전화번호를 물어봤지. 그렇게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리 만남이 시작됐어. 주위에서 우리를 엄청 예쁜 커플이라고, 잘 어울린다고 칭찬도 많이 했지.^^

 당시 네가 고3 수험생이라 데이트다운 데이트도 제대로 못 했는데, 네가 재수 준비를 하면서 힘들어하자 괜히 나 때문이라는 마음에 이별을 고했었지. 그러면서도 나 같은 게 뭐가 좋다고 학교까지 찾아와 아프지 말라고 파스랑 약을 선물해 주고 돌아가고…. 그때 정말 고맙고 미안했는데, 표현도 못 하고 그냥 화만 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우리 헤어진 후 너는 재수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힘들고 바빴을 텐데 내가 입대하는 날 우리 가족보다 먼저 교육훈련단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땐 정말 이만한 여자가 어디 있다고 내가 너를 멀리 보내려 했었는지 나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어.

 내가 입대하고 훈련단에서 교육받는 동안에도 너는 계속 힘내라며 매일 편지도 써 주고, 병원에 입원하신 우리 아버지를 찾아가 말동무도 돼 주고, 같이 밥도 먹고. 나 없는 동안 우리 가족 많이 챙겨 줘서 너무 고마워. 어머니도 몸이 안 좋으신데 아프신 아버지를 두고 입대하는 게 너무 미안했거든. 그 모습이 너무 고맙고, 감동받아서 내가 다시 널 붙잡았지. 그렇게 만나다 보니 어느새 우리의 만남이 1000일이 됐네.

 지금까지 나를 믿고 기다려 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조금만 더 참고 날 기다려 주면 내가 더 듬직한 모습으로 너의 옆자리로 돌아갈게. 네가 힘들고 지칠 때 나한테 기대고 의지할 수 있게 너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그런 남자친구가 될게.

우리 같이 하기로 했던 것이 너무 많이 남았잖아. 스티커 사진도 찍어야 하고, 그동안 못 본 영화도 봐야 하고, 해외여행도 가야 하잖아.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주면 내가 앞으로 더 잘해 줄게.

믿을 거 하나 없는 나란 놈, 지금까지 믿고 기다려 줘서 고맙고, 정말 많이 사랑한다 수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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