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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아!

2010112603041673334_061344_0.jpg 늦가을 정취를 느낄 여유도 없이 전장의 공포 속에서 얼마나 놀랐니. 아빠 책상 위에 연평도 피폭 사진을 올려놓고 있단다. 너의 고통, 너의 충격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은 심정으로 사진을 보면서 그 참혹한 현장에 있는 너를 눈에 그린다. 너의 중대 선임이 전사했다니 아빠도 소름이 끼치고 당장에라도 달려가 응징하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 가족 아니 대한민국 국민들은 가슴 졸이며 지난 밤을 보냈을 거야. 늦게나마 너의 무사함을 접하니 반가우면서도 머리 한구석은 개운치가 않구나. 이왕지사, 지나간 일은 접어두고 지금부터다. 사태가 수습되고 전역하는 그날까지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거라.

언젠가 네게 해준 말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전심치지(專心致志·마음을 오로지 하면 뜻을 이룰 수 있다)'라는 말을 상기하면서 마음가짐을 한 방향으로 전념하면서 생활하거라. 물론 부대원들이 세심하게 배려하고 지도하겠지만, 네 앞가림은 너 스스로 하는 것이 좋겠지. 아빠는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구나.

첫째, 정신을 집중시키는 마인드 컨트롤 훈련을 꾸준히 하거라. 둘째, 간부들의 통제에 순응하고 후임병을 정으로 지도하거라. 전장의 공포를 느꼈던 사람은 정신적 충격 때문에 돌발 행동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꼭 명심하고 실천하거라. 너를 믿는다. 아들아!

지난번 휴가는 부자지간에 좋은 추억거리였지. 서리산 등산하고 내려오면서 정글숲을 헤치며 "아빠, 이건 해병대 훈련보다 더 힘들어요" 했던 말 기억하지? 춘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아빠를 응원 나와 골인지점에서 "아빠"를 외치며 사진 찍었던 그 순간 그리고 닭갈비와 소주 한잔했던 소중한 기억들이 새록하구나. 다음 휴가 때는 더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보자.

아무튼 정신 가다듬고 선임에게는 신뢰받고 후임에게는 따뜻한 정을 베푸는 해병이 되거라. 아빠는 해병인 네가 자랑스럽다. 먼 훗날 좋은 추억이 되는 병영생활이 되도록 하여라.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의 안녕을 기원한다.

(추신)우체국에 가서 책 한 권과 아빠 사진을 동봉하여 등기우편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연평도 지역은 배달이 안 된다고 하여 이렇게라도 소식 전하고 싶다.
[연평부대 중화기중대 양갑동 상병 아버지 ]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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