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조성관 편집위원>
‘연평도와 해병대 이야기~~23매로 특별기고를 부탁드립니다. 목요일 밤까지’.
지난 11월 24일 오전 10시24분 기자가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6선·대구 서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이다. 전화로 부탁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이런 경우 문자가 더 나을 것 같았다. 2시간 전 홍 의원이 한나라당 최고중진회의에서 한 발언이 정치권과 인터넷상에서 막 달궈지고 있을 때였다. 그 바쁜 홍 의원이 과연 원고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일까. 그는 현역의원 중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는 몇 명에 들어간다.
답은 예상보다 빨랐다. 정확히 4분 뒤인 10시28분에 문자가 왔다.
‘하겠습니다’.
답도 역시 해병대 출신다웠다. ‘OK 문자’에 원고를 청탁한 기자로서 추신 문자를 덧붙였다.
‘연평도나 서해 5도 관련 체험도 곁들이시면 좋겠습니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역시 ‘전쟁을 결단하지 못하는 국가지도부가 전쟁 부른다’는 원고청탁을 받고 머뭇거림 없이 승낙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사태를 다룬 주간조선 2133호 커버스토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국회 의원회관 736호는 11월 25~26일 빗발치는 격려 전화로 비서들이 일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홍 의원은 주간조선의 원고청탁을 받고 의원회관에서 원고지를 펴놓고 시작했지만 글이 풀리지 않았는지 장소를 옮겨 시도했다. 옮긴 장소에서 밤늦게까지 구상을 하고 자택에서 새벽녘에 일어나 원고를 완성했다.
주간조선이 발행된 11월 29일(월요일) 오후, 조선닷컴은 홍 의원의 기고문을 발췌해 ‘내가 청와대 참모들을 개자식이라고 부른 이유’를 올렸다. 11월 30일까지 이 기사는 조선닷컴 인기기사 1~3위에 오르며 댓글이 무려 363개나 달렸다. 댓글의 90% 이상이 홍 의원의 입장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글이었다. 의원실에는 또 다시 격려전화가 쇄도했다.
대한민국이 공격 당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명박 정부의 대응 모습을 보며 국민의 마음은 쑥대밭이 되었다. 이념과 사상을 우습게 여긴 채 중도실용이라는 모래성을 쌓아올린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해병 홍사덕’에 대한 격려로 나타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