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6 21:21

베레모 육군 - 김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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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태관 논설위원>  다음에서 공통으로 연상되는 것은 무엇일까. 육군 특전사, 해병대, 기갑부대, UDT(수중파괴대), 공군 CCT(공정통제사)…. 대한민국의 웬만한 사나이라면 어렵지 않게 맞혔을 것이다. 답은 베레모다. 위에 열거한 부대는 색깔만 다를 뿐 다들 베레모를 쓰고 있다. 이런 답도 가능하다. 군대 베레모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 특수부대원만 쓴다. 따라서 공통점은 특수부대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특수부대는 혹독한 훈련을 거친 엘리트 군대로 통한다. 거리에서 베레모를 쓴 군인을 마주치면 다시 보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베레모 차림의 전사 중에서 대중의 눈에 가장 익숙한 이는 아마도 체 게바라일 것이다. 베레모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 시가를 문 그의 모습은 젊은이들의 티셔츠에 새겨질 정도로 유명하다. 쿠바 혁명은 몰라도 베레모를 눌러 쓴 체 게바라를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런데 베레모는 원래 쿠바에서 생긴 것이 아니다. 오늘날 각국의 군인들이 쓰고 있는 베레모는 16세기 바스크(프랑스 남부와 스페인 북부 일부) 농민들이 쓰던 모자였다. 소수 민족인 바스크족의 베레모는 용맹의 상징이었던 모양이다. 스페인내전 때 카를로스파 의용군들은 이런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내 베레모를 주오/ 내 총을 주오/ 나는 4, 5월 들에 핀 꽃보다/ 더 많은 적들을 쳐부수리라.”

특수부대의 베레모는 군인들 사이에서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2차대전 당시 미군들은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영국군의 베레모를 얻어 쓰고 다녔다. ‘그린베레’하면 미 육군 특수부대를 가리키지만, 역사는 짧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특수부대를 시찰했을 때 부대장이 녹색 베레모를 쓰고 영접했다. “장군, 모자가 멋지군요”라고 하자 부대장은 “저와 대원들은 이 모자를 염원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케네디는 베레모를 허용했고, ‘그린베레’는 미 육군 특수부대의 대명사로 통하게 됐다.

육군 모자가 내년부터 베레모로 바뀐다고 한다. “베레모는 강인한 이미지를 주고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꾸는 건 좋은데, ‘강인한 이미지’ 운운은 좀 우습다. 베레모는 유엔 평화유지군도 쓰고 있다. 강한 군대는 모자가 말해 주는 게 아니다. 특수부대 모자를 쓴다고 모두 특수 용사가 되는 것도 물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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