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부대 부상자 최주호 병장의 사연입니다.

by 해병대사랑 posted Jan 26, 20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연평도 포격시 중상자 였던 최주호 병장의 안타까운 사연이 해병가족 카페인 "해병대 사랑모임" 에 올라온 글을 소개드립니다.

정부 차원의 많은 배려와 보살핌이 있어야 할 부분 같습니다.

 


우리 주호가 1월22일 토요일날 퇴원했습니다.
포격당시 제일 많이 다쳤고 생명이 위태로운 중상사였지만
다행히 뼈를 다치지 않아 재활 치료가 필요 없기에 퇴원을 결정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퇴원이 너무 빠른거 아니냐고,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지 않냐고
걱정들을 하지만 우선 주호한데 이뤄지는 아무런 치료가 없고
병원에서 이것저것 눈치도 보며 생활 자체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에
병 나으려고 하다가 더 큰 병을 얻을까 싶어 급히 퇴원했습니다.

병원을 나서는데 왜그리 초라하고 허전하던지 가슴이 찢어지고 눈물이 핑~돌더군요.
내 마음이 이런데 주호마음은 오죽할까...
부대에서 전역했으면 전역복 멋지게 다려 입고 후입들 환영 받으며 퇴원했을텐데
전역증도 제대로 발급 못받고  무엇에 쫒기듯 떠밀리듯 부랴부랴 나오고 보니 허탈하기 그지없더군요.
나라를 지키려 갔다가 얻은 댓가가 이런건가....
병원을 나서며 주호한데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부대에 있었으면 후임들이 행가래도 해 주며 환영식도 해줬을텐데
너무 허전하고 착잡하다' 라고 하더군요.

부산 내려 오면서 대전 현충원에 다녀 왔습니다.
왼쪽이 서정우하사 묘이고 오른쪽이 문광욱일병 묘입니다.
제가 지난 49제때 갔더니 문광욱일병 비석엔 모자가 없어 내도록 마음이 무거워
주호한데 이야기 했더니 주호가 병원에 있을때 부대에서 부내준 보급품을 가져와
문일병 비석에 씌워 주더군요.
둘이 나란히 모자를 쓰고 있으니 제 마음은 한결 가벼웠지만 주호는 연신 묘주위를 뱅뱅 돌며
어휴~~어휴~~하며 쪼그려 앉았다 섰다가 어쩔줄을 몰라하며 눈가를 붉힌체 한숨만 들이 쉽니다.
한 줌의 죄가 되어 차디찬 땅 속에 묻힌 전우를 보니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나 봅니다.

퇴원하고 삼일째 맞는 일상...
없어진 나의 일자리는 그렇다 치고 신체 1등급의 건강한 몸으로 입대를 해서
신체장애등급 5등급을 판정 받고 전역 한 우리주호...
콩팥 떼어 내고 여러 장기 잘라 내어 꿔매고 몸 속 깊은 곳에 남은 파편들...
이런 대수술이 겨우 신체장애 5등급 밖에 안되는지....
잘라낸 신장은 팔,다리만 못한지...
눈에 보이는 외상만 외상인지....
솔직히 우울증이 도집니다.
다 죽어 가다가 살았는데...
큰 수술과 몸에 파편으로 어떤 휴유증이 있을지 불안감을 안고 살아 가는데
그에따른 보상은 언급도 없으니 서운하기 짝이없습니다.
연평도 주민돕기엔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누구하나 부상자에 대한 언급은 없고
연평도 성금 모은걸 어디에 쓸까  고심하고 있단 뉴스를 접했지만 누구하나
부상자들에 대한 위로금은 언급도 안하니 역시 대한민국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챙겨주지 않나봅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가만있으면 아무것도 보상 받을수 없다.
목소리를 높이고, 때려부수고 떼를 써야 한푼이라도 받는다
란 말들을 전 귀에 담지 않았습니다 설마 그럴려고....했습니다.
대통령도 정치인들도 모두 찾아와 걱정마라 최고의 예우로 신경써 주겠다기에 순진하게도
그 말에 감동하며 가만히 있어도 그렇게 해 주는 줄로 알고 있었더니
그건 그냥 인사치레였습니다.

며칠전 국방일보 보니깐 천안함 부상자들에겐 2차로 위로금 5백씩 준다던데...
앞으로 모금이 이루어지면 더 준다던데 연평도 부상자들이 천안함 부상자들보다
더 큰 중상을 입었음에 불구하고 어찌 연평도 부상자들에겐
이리도 무심한지 너무도 서운합니다.
역시 대한민국에선 목소리 큰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인가 봅니다.
현실이 이런것도 모르고 해병대 지원율이 높다니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과연 이런 실태를 알고도 해병대 지원율이 높을지...

해병대를 욕하자 함이 아닙니다.
해병대에선 최선을 다 해 줬습니다.
해병대에서 보여준 관심과 사랑 솔직히 눈물겨웠습니다 그러나
힘없는 해병대에서 할 수 있는게 없다는것을 느끼고 가슴이 아프고 안스러웠습니다.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해병대 자립과 해병대에 대한 지원금도
타군과 똑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빠진 글이 있습니다.
해병대 사령부에서 힘을 써 해군과 해병대에서 모금한 위로금을 이번 토요일날 전달해 준다는
이야길 듣었습니다 그런데 그 금액이 부상자 한명당 2~3백만원 정도 된다고 듣었습니다.
이것도 해병대 사령부에서 힘을 써서 얻어진 것입니다.
제가 서운한건 왜 이런걸 해병대와 해군에서 군인들을 상대로 이뤄지는지...
이런건 정부에서 해줘야 하는게 아닌지 그 서운함입니다.


-------------------------------------------------------------------------------------------------------------------------------------------------

 

 11월 23일..... 잊지 못 할 그날...
주호가 휴가 나오는 날이라 집 열쇠를 경비실에 맡기고 출근했다.
연평도엔 배가 날씨와 물살에 따라 오전에 뜨거나 오후에 하루 1번만 뜬다.
아침배를 탔단 전화가 없어 오후 배로 오는가 보다...생각했다.

출근을 해서 매대에 아이스크림을 채워 놓고  커피타임도 끝나고
매장에 서 있는데 저 멀리 출입문에서 롯데삼강 아저씨가
열심히 폰을 들여다 보면서 급하게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폰을 만지면서의 걸음걸이가 평소보다 빨라 고개를 갸우뚱하며
가까이 오기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 할 수 있는 거리까지 왔기에 웃으며
'안녕하세요? 뭘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 보세요?' 했더니
'여사님... 아드님이 연평도에 있다고 했죠?
연평도 지금 난리 났습니다.
폭탄이 떨어져 완전 불바다입니다' 하면서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의 뉴스를 보여준다.
얼핏 보니 폭격 맞은 곳에 불길이 치솓고 있다.
'폭탄으로 사망자도 있고 산이 완전 불타고 있다는데요?'
나 깜짝 놀라며
'왜죠? 누구짓이죠? 혹시 훈련중 아닐까?
아님 북한이 그저 또 심심풀이로 한방 날려본 거겠죠'? 했더니
'아직 누구의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여튼 지금 연평도 완전 불바다입니다'
하며 아들 걱정을 하길래 웃으며 말했다.
'오늘 우리아들 휴가 날이예요 지금쯤 아마 배타고 올걸요?'
하고 말하면서도 가슴은 쿵닥쿵닥 거린다. 

그 시간이 3시가 조금 넘었으니 오후 배가 아무리 늦게 뜬대도
배는 탔을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
왠지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다리가 풀리고...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팔다리가 후들거려 집중을 못하고 매장을 빙빙 돌고 있었다.

그로부터 전화기가 불이난다.
주호가 연평도에 있다는걸 아는 사람들은 모두가 주호한데 소식이 있냐며 걱정을 한다.
'주호 오늘 휴가 날이야..
지금쯤 배를 타고 인천으로 오고 있을거야' 하고 안심 시켰지만 내 가슴은 왜그렇게 뛰는지...

자꾸만 걸려오는 전화의 부담감과 불안함으로 그저 주저 앉아 울고 싶었는데
고모 전화를 받으면서는 참고 있는 눈물이 북받치고 말았다.  .
'고모야...사실 나 너무 불안해ㅠㅠㅠ
가슴이 왜이렇게 뛰는지 모르겠어 숨이 멎을것 같애ㅠㅠㅠ'....
나도 주호 소식을 모르는데 사람들은 자꾸만 주호 소식을 묻고...
어떻게 된건지, 뭔 일인지 알 수가 없고 답답해 죽겠어ㅠ
그냥 주저 않아 평펑 울고 싶어 ㅠㅠㅠ'했더니
'진정하고 기도 열심히 해라 그 수 밖에 없다' 라며 고모가 진정지켜 준다.

고모와 통화를 끝내고 과자 창고에 들어 가 울었다.
과자코너 아가씨들이 힐끔힐끔 본다.
다시 매장으로 나와 서 있으니 얼굴과 눈은 벌겋게 달아 올라 충혈되어 있고
가슴이 두근거려 쪼그려 앉았다 일어섰다 자꾸만 이상한 행동을 하니 옆에 동료들이 왜 그러냐고 묻는다.

저녁 시간...
그날은 내가 좋아하는 쌈을 싸서 도시락을 싸 가지고 갔다.
저녁을 맛있게 먹을려고 저녁 시간을 기다렸는데 도저히 밥을 먹지 못하겠다.
도시락을 동료한데 주고 휴게실로 갔다.
불안하고 주저앉아 울고싶던 마음 조용히 달래며 눈을 감고 기도만 했다.
그렇게 한시간 휴식을 하고 매장에 내려 오니 마음이 한결 진정이 된 것 같았다.

7시가 넘었나?
또 다시 울리는 전화 벨 소리...
아...
인천에 도착했으면 전화라도 할텐데 이넘한덴 전화 한 통 없고
나도 불안하고 걱정되고 아무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자꾸 나한데  전화하면 난들 어쩌라고...ㅠㅠ
가라앉힌 가슴이 다시 쿵쿵 뛰기 시작하고 불안지기 시작한다.
전화기가 자꾸 울린다 말 할 힘도 없고 해서 받지 않았다.
계속 울린다.
옆에 언니가 받아 보라고 한다.
이번 통화만 끝나면 전화기를 꺼 놓아야지...하고 후방으로 뛰어 가 받았다.

동생이 울부짓는다.
'언니야!!!!
이 바보야...이 멍청아...전화는 왜 안받아!!!!ㅠㅠ
연평도에 난리가 났으니 일하지 말고 집에 가 있으랬는데 이 상황에서도 일이 손에 잡히냐?
넌 돈이 그렇게 중요하냐?
어떻해 주호 어떻해ㅠㅠㅠㅠㅠㅠㅠ주호 어떻게 해!!!!
테레비에 주호 이름이 떴어.... 중상이래 어떻해!!!ㅠㅠㅠ

가슴이 쿵 내려 앉았다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전화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무슨 소릴 하는거야? 그럴리가 없어.
주호 오늘 휴가 나온다고 했어ㅠㅠㅠ
그 시간에 주호가 왜 연평도에 있어?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ㅠㅠㅠ그럴리가 없어' 하고 울부짓었다.

전화기가 손에서 떨어지고...
놀라 뛰어나온 동료들이 대신 전화를 받아 상황을 전달 받고...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놓고 있는 나를 동료들이 두드리고 흔들어서 깨우고...
멀리서 지켜보던 동료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옆에 있던 동료들은 나를 부등켜 앉고 같이 울고 있었다...
어쩌면 좋으냐고....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고...
걱정하지 말고 얼릉 집으로 가 보라고......

떨리는 손으로 입력돼 있는 부대 전번을  찾으며 중얼 거렸다.
이럴수는 없어 ㅠㅠㅠ이럴수는 없어
오늘 휴가 나온다고 했는데....
그시간에 왜 연평도에 있는건데... 그럴리가 없어ㅠㅠㅠ
뭐가 잘못된거야....

중대로 전화를 해보니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전화를 걸고 걸고 또 걸고...받지 않는 전화를 향해 소리쳤다.
받아 받아 제발 받아!!!!전화 받으라고!!!!

그시간 나는 중대로 전화를 거는데 그 상황에서도 주호 걱정으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연결은 더욱 안되고....
끊기고 걸려 오고 끊기고..... 뭐가 뭔지 헷갈리고....
아,,,,,,,,
중요한 통화를 해야 하는데 자꾸만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방해를 받고 집중이 안되고..

눈을 꼬옥 감고 숨을 크게 들이 쉬고 마음을 진정 시켰다.
아부지가 전화를 해서 차근차근 이야기 하신다.
'정신 차려라...이럴때일수록 정신 차리고 최서방한데 연락해서
얼릉 병원으로 가라...국군 수도병원이라고 하더라....'

병원으로 가는 길은 왜그리 먼지...
대구쯤 지났을까 전화가 온다.
담당 군의관이라며 부모님이 올때까지 기다릴수가 없다며
일단 전화로 수술에 동의를 하고 와서 사인을 하라고...
또 절망했다.
아!!!주호야ㅠㅠㅠ
살아 있어야 한다...제발 살아 있어야 한다ㅠㅠㅠㅠ
병원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넘은것 같다.
시동생과 동생들 그리고 올케와 고모가 수술실 앞에 서 있다.
모두가 침울하다 수술실 앞에서 또 절망을 했다.
주호야....제발 제발 제발!!!!!

8시 30분에 수술실에 들어 간 주호가 새벽 3시에 나온다.
눈은 가늘게 뜬 것 같은데 마취가 덜 풀렸는지 반응이 없다.
주호야...불러 봤다 대답이 없다.
급하게 중환자실로 싣고 간다.
뒤따라 갔다.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중환자 밖에서 소리를 쳤다.
'주호야!!!엄마 왔어 ㅠㅠㅠ엄마 목소리 들리니?
힘내 주호야 ㅠㅠㅠ힘내 주호야!!'.
소영이가 뒤에서 나를 붙들고 흑흑 거리며 운다.

담당 군위관님이 부른다.
주호 수술 결과를 말씀해 주신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경과는 더 지켜봐야 한다.
파편이 등에서 뚤고 들어 가 신장 하나는 완전 파열이 되어 척출했고
소장이 너덜너덜 걸레처럼 헤어져 이을수가 없어 그 부분을 2~30센티 정도 자르고 꿔메었고
십이지장도 천만 다행으로 윗부분이 아닌 아랫부분이 손상이 되어 자르고 꿔매었고
위에도 구멍이나 꿔맸다고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주호는 앞으로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합니다.
아무리 신장 하나로만 살 수 있다지만 건강한 신장을 떼어낸 것과 파열되어 떼어낸 차이는 있습니다.
절대 어디 부딪쳐서도 안되고 다쳐서 또 수술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됩니다.
우선 위급한 파편만 제거했고 남은 파편들 제거는 서서히 할겁니다....뭐 대략 이렇게 말 한 것 같다.
유리병에 담긴 파편 서너개를 보여준다.
나에겐 보여주지 않았지만 떼어 낸 신장과 자른 다른 장기도 보여 줬다고 한다.

다시 중환자실 앞에서 울고 있으니 얼마전에 꾼 꿈이 생각난다.
얼마전에 꿈 꿈이야기를 고모한데서 했다.
'고모야...나 얼마전에 주호 꿈을 꿨어ㅠㅠㅠ
주호가 해병들과 바닷속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데 팔을 물에 담근체 꼼짝도 않고 엎드려 있었어.
움직이지 않아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갔더니ㅠㅠㅠ
바닷물이 꽁꽁 얼어 팔을 담근체 빼지도 못하고  엎드려 있었어.
그래서 주호 가까이 가서 내 손바닥을 얼음 위에 얹었어 ㅠㅠ
내 온기로 얼음이 사르르 녹더니 내 손바닥과 주호 손바닥이 맞닿으려 했어.
그게 너무 신기해 주호하고  둘이 마주 보며 빙긋이 웃다가 잠에서 깼어 ㅠㅠㅠ
고모야...ㅠㅠㅠ이 꿈 불길한 꿈 아니지???'

고모가 묻는다,,,
'주호 손은 잡았니?'
'아니....손바닥이 닿으려 하는데 꿈에서 깼어 ㅠㅠㅠㅠ
그래 그건 그냥 꿈일뿐이야...
괜찮을거야...니 온기로 얼음을 녹이고 주호와 손을 잡으려 했으니 괜찮을거야.'

새벽녘 친인척들은 가고 난 중환자실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한발자욱도 움직이지 못했다.
간호장교들이 들락 거리면서 중환자실 문이 열리면 주호를 볼수 있을까 싶어서 연신 문 틈으로 보곤 했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다.
10시에 면회를 시켜준다.
온 몸엔 링겔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양 옆구리와 등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시뻘건 피주머니들..
목을 뚫은 호수엔 이상한 물질이 올라 오고...
산소 호흡기를 꼽은 주호가 힘없이 눈을 뜬다...
산소 호흡기가 갑갑한지 갑자기 호흡기를 뗀다.
그리더니  '엄마....정우는???
정우...하고...같이...있었는데...정우는? 하고 묻는다.
못 들은체 다른 말을 했다.
또 다시 묻는다 '엄마....정우는????'
나 차마 정우는 이세상 사람이 아니란 말을 못하고 머뭇 거리고 있는데
자꾸만 묻는다 '정우는...어떻게 됐냐니깐?'
옆에 계시던 담당 군의관님이 '주호야 걱정마라 정우는 다른 곳에서 잘 치료 받고 있다' 라고 말씀 하셨다.
그랬더니 주호가 나를 보면서...
'거짓말이제? 내가 다 봤는데...
정우...다리가... 떨어져 나가 쓰러져 있는거 봤는데' 한다.
주호아빠가 숨겨 무엇하나 싶어 사실대로 말했다.
'그래 주호야...니 예상대로 정우는.....정우는 죽었다.'
주호 눈에서 눈물이 주루루 흐른다...
30분의 면회 시간이 종료 되었다.
주호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주호야 이젠 아무 걱정마...넌 수술이 잘 되었고 이젠 아무 일 없을거야...힘내 주호야?'
밖에 나와서 또 펑펑 울었다.
감사합니다ㅠㅠㅠ
우리주호 이렇게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

오전 10시와 오후 7시 하루에 두번 30분씩 면회를 시켜준다.
걱정되어 찾아 오는 문안객으로 어떨땐 하루에 5분도 주호를 못 볼 때가 있다.
하루 면회 시간만 기다리는데 아쉽고 서운하고 허탈하고...

고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장례식날...
아침에 주호 면회하러 갔더니 자꾸만 이상한 소리를 한다.
'엄마 정우는?
정우 아직 밑에(장례식장) 있나?
정우 갔나???
정우 잘 보내 줬나?' 하기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혹시 이녀석이 그날의 충격으로 헛소릴 하는가 싶었더니
그날 서정우하사 장례식이란걸 알고 정우가  장례식장을 떠나 대전으로 갔냐는 물음이었다.

이렇게 10여일을 중환자실에서 보내고 일반실로 옮겼다.
일반실로 옮긴 날 밤....
오랫만에 주호와 나란히 누웠다.
주호는 침대에 난 바닥에 있는 보호자 침대에...
주호와 난 아무 말도 않은체 많은 생각에 잠겼다.
가슴 졸이던 지난 며칠을 생각하니 소리없이 눈물이 흐른다...
내가 상상하지도 못할 고통과 아픔을 견뎌 왔을 이녀석...
얼마나 아팠을꼬...
무섭고 힘들었을텐데 그 고통들을 어찌 이겨 냈을꼬...생각하며 숨죽이며 울고 있는데
이녀석 연신 고개를 들고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활짝 웃으며 나를 보고 있다.
그 모습이 어찌 그리 이쁜지....
자면서도 주호가 잠들었나 싶어 눈을 뜨고 올려다 보면 이녀석은  나를 내려다 보고 활짝 웃고 있고...
잠들었나 싶어 눈을 뜨고 올려다 보면 이녀석은 또 나를 내려다 보며 활짝 웃고 있다.
그러면서 '엄마 지금 울고 있제'? 하면서 안심하라는듯 더 활짝 웃는다.
이녀석도 이 순간이 꿈만 같은가 보다.
이녀석과 나...둘은 희미한 불빛 아래서 이 순간이 믿기지 않은듯 서로를 바라 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살아 와 준 그녀석이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염려와 격려가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염려와 격려를 발판으로 삼아 열심히 살자 주호야.
사랑한다 ...내 목숨 보다도 더 널 사랑한다...




Articles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